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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컬처

언택트로 탄생한 예술
바야흐로 예술을 원격으로 향유하는 시대다. 단순히 즐기는 차원을 넘어, 전시 기획부터 창작 활동까지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의 새로운 경향.

<사적인 노래 I>

딥러닝을 이용한 색다른 전시 기획 _ 목홍균

전시 기획에도 ‘언택트’를 끌어들일 수 있을까. 두산갤러리 서울에서 열렸던 <사적인 노래 I>(7.22~8.19)가 그 해답을 알려주는 사례다. 기획자 목홍균은 전시를 위해 알고리즘의 딥러닝을 이용한 큐라트론(curatroneq.com)으로 작가 3인과 협력 기획자 2인을 선정했다. 그리고 갤러리 홈페이지와 SNS 상에서 블라인드 공모를 거쳐 협력 기획자 3인을 추가 선정했고, 그들은 각자 작가 리서치를 진행하여 자신의 리서치 데이터가 아닌 상대방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5명의 작가를 추가 선정했다. 목홍균의 이 같은 실험은 지난 2017년 카셀 도큐멘타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총감독이 각각 자신의 배우자와 연인을 작가로 초대해 논란이 일었던 사건에서 영향을 받았다. <사적인 노래I>는 기획자와 작가의 개인적인 관계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과 전시 준비 역시 물리적 접촉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단계에서 알고리즘의 딥러닝 같은 신기술은 물론 비대면 접촉 등 많은 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두산갤러리 서울 <사적인 노래 I> 전시 전경
 
두산갤러리 서울 <사적인 노래 I> 전시 전경

 

 

 


 

 


<Phenom 천재>

따로 또 같이 _ Thao & The Get Down Stay Down

미국 밴드 ‘Thao & The Get Down Stay Down’가 탄생시킨, 발상은 물론 작업 방식 역시 이색적인 뮤직비디오다. 영상 속 분할된 화면 중앙에 밴드의 보컬 타오 응웬(Thao Nguyen)이 등장하고, 댄서들 역시 각기 다른 프레임 속에 나타난다. 지루할 틈이 없이 뮤직비디오를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나누어진 화면을 이용한 그들의 퍼포먼스 때문이다. 각자의 공간에서 동일한 안무와 표정을 보여주는가 하면, 각각의 프레임을 스토리보드처럼 활용해 동작을 연결시키는 후반부 장면은 재미를 넘어 감탄스러울 정도. 마음만큼은 가깝지만, 몸은 멀리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언택트 시대의 현실을 음악과 영상으로 보란 듯 허무는 느낌이다. 눈으로 보면 즐겁고, 귀로 들으면 몸이 들썩들썩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뮤직비디오는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A Long Distance Exposure In Isolation 격리 속 장거리 노출>

카메라로 초월한 6,400km의 거리 _ 셰인 발코위치

지난 3월, 고전적인 아날로그 습판사진을 작업하는 미국의 셰인 발코위치(Shane Balkowitsch)가 새로운 방식의 촬영을 시도했다. 미국에 위치한 자신의 스튜디오에 카메라를 설치한 상태에서, 놀랍게도 약 6,400km나 떨어져 있는 영국인 모건 바버(Morgan Barber)의 모습을 촬영한 것. 이들은 서로 화상연결 프로그램인 ‘Zoom’을 통해 소통했다. 모건은 자신의 스마트폰 앞에 앉아 자세를 취했고 셰인 발코위치는 모니터 속 모건을 대형카메라를 사용해 60초 동안 노출을 주어 촬영했다. 암실에서 형상을 드러낸 사진에는 마우스 커서가 함께 찍힌 옥의 티(?)도 있었지만, 사진가와 모델이 언제나 동일한 공간에서 작업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허무는 시도였다. 언택트 시대에 걸맞는 흥미로운 실험이다.

 

 

 

 

 


 

 


<a Headlamp or Two 하나 혹은 두 개의 전조등>

같은 장소, 다른 시간대에 펼쳐진 퍼포먼스 _ 베스 터윌에거

대면 접촉을 꺼리는 현실에 직격탄을 맞은 분야는 공연계다. 그런 점에서 안무가 베스 터윌에거(Beth Terwilleger)가 연출하고, 무용수 스테판 버건드(Stephan Bourgond), 루시앙 포스틀웨이트(Lucien Postlewaite)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상은 인상적이다. 댄서들이 동일한 스케이트장에서 다른 시간대에 연기와 춤을 선보이는데, 화면 속에는 그들이 오버랩 되어 마치 같은 무대에서 춤추는 것 같은 장면이 흘러나온다. 영상에 담긴 메시지도 눈여겨 볼만하다. 팬데믹으로 부정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받은 사람과 어려운 상황에도 잘 적응하고 극복하는 사람을 대조시켜 보여주는 것. 베토벤의 달빛 소나타 선율에 몸을 맡긴 댄서들의 몸짓이 보는 이에게 다양한 감상을 전달한다. 팬데믹과 관련해 시애틀무용단(Seattle Dance Collective)이 선보이는 다른 무용 영상도 지속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Zero Contact Filmmaking 비대면 영상제작>

화상통화와 원격 인터뷰로 완성된 다큐멘터리 _ 팜워커 필름

영화나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사람들 간의 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호주 영상제작사 팜워커 필름(Farmwalker Films)은 코로나 팬데믹의 시대 속에서 색다르고 의미 있는 시도를 감행했다. 영상제작 스텝들이 미니어처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리간(David Hourigan)의 작업실에 카메라들을 설치하고, 그의 작업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한 것. 그리고 스텝들과 데이비드는 화상통화를 하듯 원격으로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작업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것은 물론, 작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까지 영상으로 들려주었다. 촬영자와 인물의 접촉 없이 얼마든지 의미 있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 팜워커 필름의 창작물은 유튜브로 볼 수 있다.

 

 

 


 


<Virtual Art for Pandemic Times 팬데믹 동안의 시각예술>

가상현실로 즐기는 설치작품 _ 아마리스트 스튜디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예술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기반을 둔 예술가 듀오 아마리스트 스튜디오(Amarist Studio - Arán Lozano, Clara Campo)는 지난 3월 팬데믹 이후, 자신들의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예술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를 짧은 영상으로 공개했다. 그들은 3D툴로 디자인을 한 로켓 모양의 VR작품을 스마트폰으로 사람들이 다운로드 받게 하였고, 이를 거리나 실내에 설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오직 모바일 화면으로 볼 수 있는 가상의 작품을 사람들에게 제공한 셈이다. 작가로서 팬데믹으로 어려워진 작품 공개와 예술 대한 사람들의 갈증을 독특한 방식으로 해결한 아마리스트 스튜디오의 작업 영상은 유튜브로 확인할 수 있다.

김영주 기자  2020-12-29 태그 언택트, 코로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