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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갤러리
장르에 상관없이 전업, 겸업 사진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온라인 갤러리입니다. 특히 블로그나 홈페이지가 없는 작가, 자신의 작품을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길 원하는 작가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728-0281, hiso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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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욱
가상 건축의 설계자, <K_Inception> 김지욱의 사진 <K_Inception>은 흡사, 크리스토퍼 놀란 (Christopher Nolan)감독의 영화 <인셉션(Inception)>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의 제목 탓이기도 하지만 시각적으로 볼 때, 비틀린 물리적 법칙에 의한 형상 때문이다. 사진 속 건축물들은 팽팽하게 경직된 채 부자연스럽다. 어떻게든 형태적인 것들을 짜 맞춰보려 해도 알 수가 없다. 바닥은 천장이 되고, 천장은 바닥이 되는가 하면 만유인력이나 중력의 법칙과는 무관한 세계로 표현돼 있다. 이 모든 뒤틀림은 가상건축의 설계자 김지욱의 '기억'에서 창출된 이미지이다. 중학교 때 어머니가 사준 필름 카메라가 계기가 되어 사진을 시작했지만, 학부와 대학원에서 사진과 무관한 건축을 전공했다. 독학으로 건축과 공간에 관련된 사진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 그 정점에 위치한 작업이 <K_Inception>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의 모티프는 이탈리아의 피렌체, 로마 등 현실 속의 다양한 건축공간이다. 지난해 여름, 한 달 동안 이탈리아에 머물면서 당시 체류했던 옥상에서 보이는 피렌체의 성당을 집중적으로 찍기 시작했다. 이후 나폴리, 로마에서도 작업을 계속했다. 수백 년간 그 자리를 지킨 도시 건축의 입면은 눈으로만 담고자 하는 마음과 필름으로 남기고자 하는 욕망이 공존했을 만큼 그에게는 '꿈의 도시'였다. 사진 <K_Inception>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원근법적 바라보기의 방식이 아니라, 개념적 차원의 '가상적' 방식을 구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날로그 필름 작업을 통해서 도시 건축의 환영을 재창조한 것이다. 촬영은 캐논 EOS 1V 필름 카메라를 사용했다. 그는 사진을 찍고 나서 현상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들이 좋아 필름 작업을 선호한다. 켄트미어(Kentmere) 흑백필름(100/36)을 사용했고, 적정노출의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감도 400으로 작업했다. 대상이 대부분 석조 건축이어서, 흑백필름은 컬러감보다는 강열한 명암 대비를 염두에 두고 선택했다. 사진에서 비현실적인 느낌을 더하는 것은 이러한 단색조 때문이기도 하다. 현실 속 '건축 공간'의 재구성은 '데칼코마니(Decalcomanie)적 형상'을 드러낸다. 사진에 등장하는 건축물은 식별 가능한 형태로 잘리거나 형상의 절편들로 반복 배열되거나 재조합되었다. 그는 이러한 조합을 굳이 '이미지 조합'이 아닌, '기억의 조합'이라고 강조한다. 막연하게 그려 보았던 선망의 도시를 체험하고 한국에 돌아와 과거, 현재가 교차되는 기억을 헤집어놓은 연상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건축학도로서 언제가 꼭 가보리라 다짐했던 그 열망의 도시는 데칼코마니 방식의 내러티브로 재구성되었다. 정신분석학 기반의 '로르샤흐 테스트(Rorschach Test)'는 연상 작용으로 무의식을 찾아내기 위해 데칼코마니를 사용했다. 우연이든 필연이든지 간에 김지욱이 선택한 데칼코마니 기법 또한 그 자신의 무의식중에 잠재되어 있던 '기억'을 불러들이는데 유용했을 것이다. 시공간이 중첩된 불완전한 기억의 소환이 그렇듯, 분명 어딘가에 존재한 현실의 반영이나 그 실체는 쉽사리 확인되지 않는 것들이다. 그것들은 실존(實存)과 실재(實在)에 놓여 있으며 끝없는 미메시스의 산물로 결국, 허상(虛像)의 세계이다. 사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데칼코마니의 핵심은 바로 대칭이다. 수직 혹은 수평축을 기준으로 마주보는 원본과 그 복제를 이어붙임으로써 비현실감을 조작해낸 것이다. 건축 입면의 분해와 재조립된 조직적인 패턴의 규칙들은 스펙터클하게 대칭을 이루고 있다. 한편, 가상건축은 이질적인 병치와 연속성의 교란과 혼돈되는 공간을 동시에 체험하게 된다. 이처럼 데칼코마니적 효과를 통해 가상의 조건으로 이동을 꾀하며 개념적 차원을 구축하는 점이 흥미롭다. 유럽의 오래된 건축물들은 2차원의 평면 안에서 조직적이며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지욱 사진의 특이점은 가공된 사진이지만, 그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얼마나 절실하게 그곳이 각인되어 있었나를 짐작케 한다. 재조합된 사진이 현실감을 모두 잃게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원근법에서 비롯되지 않는 부분 때문에 연상적 사유로 기인된 설득력 있는 현실감을 가져온다. 영화 <inception>에서 '인셉션'의 의미는 다른 사람의 뇌에 '관념(conception)'을 침투시키는 행위'로 쓰였다. 다시 말해, 김지욱 작가의 <K_Inception>은 생리적 눈(망막)의 의미가 아닌 감각이나 인식의 시각에서 '다시 생각(re-considering)' 하는 것이며, “당신은 지금 무엇이 보이는가?”를 묻는다. 그렇다고 요구하는 답이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다. 가상건축의 확장과 응축에 의한 그의 사진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감정으로 재편집된 내면으로 향하는 '기억'의 가상세계이기 때문이다. 김지욱 건축가로 활동하면서 이탈리아 도시 건축의 입면을 사진에 활용한 작품을 필름카메라로 완성했다. 뉴질랜드 빅토리아 대학을 비롯해 서울대학교 건축학을 전공했다. 현재 경기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이며 소정당협동조합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윤은선
콜라주로 표현된 자각-'몽' 꿈속에서 봤던 대상이나 풍경은 순간순간 깨어 있는 의식에 말을 건다. 꿈속에서 마주한 너무나 슬픈, 너무나 두려운, 너무나 놀라운 강렬한 감정들과, 그 반대로 너무나 기쁜, 너무나 행복한, 너무나 즐거운 감정들 또한 파편적으로 떠오른다. 강렬한 꿈은 온전한 기억들로 재생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전 맥락을 논리적으로 엮어내기에는 역부족일 때가 많다. 그런데 윤은선이 말하려는 것은 단순히 꿈이 아닌, '자각몽<Lucid Dreaming>'에 관한 이야기이다. 자각몽(Lucid Dream)은 네덜란드의 정신과 의사인 프레데릭 반 에덴(Frederik van Eeden)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이것은 꿈이다'라고 꿈을 꾸고 있는 것을 자각하면서 꾸는 꿈을 말한다. 윤은선의 자각몽은 자각-'몽'으로 해석 가능하다. 자각된 어떤 '꿈'의 재배열과 재확인 행위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꿈이 아니라 여러 개의 '꿈속에 꿈'이 공존하며 중첩되거나 파편적으로 나열된다. 모든 꿈들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아니다. 그 때문에 윤은선의 사진은 조각난 파편들로 등장한다. 소스로 사용되는 1차적인 이미지는 일상에서 발견되는 나무와 식물, 사람과 건물들이다. 이들을 카메라 Leica X와 Vario 28-70mm로 앵글에 담았다. 각각 촬영된 표상들은 해체와 조합의 재구성 과정을 통해 자각몽의 세계로 들어와 배경과 분리되거나 보다 극적으로 부각되며 콜라주로 완성된다. 윤은선 작가는, '자각몽'을 직접 꾸미고 사진을 찍는다. 엄밀하게는 주지된 '자각-몽' 이미지를 촬영하고 이를 OHP필름으로 프린트한 다음 콜라주를 하고 다시 사진을 찍는 방식이다. 손이 많이 가는 콜라주 기법은 수작업 방식과 디지털 합성 방식을 도입했다. 한 장의 사진이 완성되기까지 4장에서 6장씩 각각 다른 이미지가 중첩된다. 색감과 형태, 농담 조절에 따라 가위로 오린 이미지들을 겹쳐 붙이거나 디지털 합성으로 완성했다. '꿈', 그 접점에 놓인 파편들로 엮어낸 자각몽의 이미지들은 몽환적인 컬러와 이질적으로 중첩된 화면을 통해 서둘러 '꿈'으로 접속하도록 이끈다. 비로소 자각에 의한 '몽(夢)'은 무너뜨려지거나 흐릿해지고 때론 강렬한 자각의 균열로 환영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리얼리티가 제거된 표상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거나 기이한 느낌을 자아내며 언캐니(uncanny)하다. 이는 단순히 유미주의적 쾌락을 제공하려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내밀한 투영에 의한 결과의 발현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재현의 역사를 살펴보면, 1980년대 이후 수많은 사진가들은 그들의 일상에 주목하거나 지극히 사적인 것을 독특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윤은선의 사진 역시 그러한 범주 내에서 작동되고 있다. 자신의 미학적인 층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상을 재현하지만 그 결과물을 통해 나누고자 하는 것은 현실을 초월한 '자각-몽'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의 표상이며, 또한 자각된 의식의 표상이라는 의미이다. 잠자는 동안 인식하는 심리적 현상의 연속성을 지닌 '자각몽', 그것은 일종의 깨달음의 현상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생리학자 스티븐 라버지(Stephen LaBerge)에 의하면 자각몽은 꿈을 꾸다가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경우(dream recall)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의식적으로 자각몽 상태로 돌입하는 경우(Wake-Initiated Lucid Dream)로 구분한다. 윤은선의 <Lucid Dreaming> 사진이 흥미로운 것은 '자각-몽'이 '무엇이다'라고 '자각'의 개념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자기만의 조형언어로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는 이들은 '꿈속에서 꿈'을 자각한 것인지, '현실을 꿈처럼' 자각한 것인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기억을 꿈'으로 자각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말하기 쉽지 않거나, 말로는 전할 수 없는 내면의 아픔을 묵도(默禱)하는 치유의 시간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며 허상일 뿐이다. 그러니 작가가 말하려는 것은 비단 꿈의 재현이 그 목적은 아니지 않을까? 또한 과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우리로 하여금 작가의 내밀한 '자각-몽'의 시각적 체험을 통해 또 다른 '자각-몽'의 나래를 꿈꾸게 한다. 윤은선 꿈의 이미지를 콜라주를 통해 사진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서울대 미술대학 공예과졸업, 2016년 '사진책출판' 기념전시(사진창고), 2016-17년 샤샤전(갤러리이앙), 2017년 포토서울단체전(나우갤러리), 2017년 제7회 라이카클럽 5인전(반도갤러리), 2018년 미술세계아카데미 그룹전(미술세계갤러리)에서 그룹전을 했으며 올해 개인전을 준비 중에 있다.
이현지
창, in-side-out의 접점 사진은 창의 안과 밖, 그 어느 즈음에 놓여 있다. 이현지의 작품, <INTER_subjective>사진은 자신의 일상적 경험에서 비롯된다. 현실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 어느 날, 카페의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본 순간 말할 수 없는 평온한 충족감이 밀려왔다. 그는 당시의 감흥을 ”창 안에 있는 내가 창 밖으로 떠나는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2015년 그렇게 시작된 촬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촬영 장소는 대개 일본과 국내에 있는 쉼의 공간, 그리고 카페다. 촬영은 주로 NIKON D810 카메라를 사용했다. 대부분 협소한 공간이어서 14-24mm, 24-70mm 광각 줌렌즈를 사용하였다. 실내 촬영인 까닭에 감도는 100-800까지 올려 촬영했다. 조화와 질서를 이루고 있는 실내 가구와 소품들, 그리고 다양한 조명등이 어우러져 있는 카페의 '안'과 '밖'의 절제된 화면 구성은 '이상적인 구조미'를 보인다. 사진에서 주된 모티프가 되는 '창'은 장소에 따라 그 형태적 구조는 다르지만 주로 사각이거나 원 형태를 띤다. 군더더기 없는 기학학적인 사각 형태의 창은 수평과 수직을 통해 엄격함과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반면, 원 형태의 창은 구심력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원(圓) 자체의 순환성과 안정성을 가미하고 있다. 사진에서 주요한 의미 생성의 요소 중 하나는 일반적으로 색채다. 그런데 이현지의 작품에서는 이렇다 할 요소가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감각기능이나 내적정서를 자극하지 않는 심심한 색, 무표정한 색에 가깝다. 다만, 창밖 풍경에서 '자연의 색-녹색'만이 감성적 측면을 자극할 뿐이다. 이는 자연과 하나 되는 정신세계의 관계적 성격을 내포하지만 일상적인 공간임을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거나 '안(내부)'에서 창의 '밖(외부)'을 '응시'하도록 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또 다른 요소는 '빛'이다. 닫힌 공간인 내부의 어두운 톤은 빛이 유입된 외부와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며 창밖으로 시선이 옮겨가도록 이끈다. 이는 카메라 옵스큐라와 같은 원근법적 시선의 구조를 보여주는 '창'이며 '빛'이다. 관객 스스로가 창 앞으로 걸어가면서 점차 밖을 보도록 시각경험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주어진 대상을 관습적으로만 인식하는 데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유동적인 만남을 중시하는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Ponty, 1908~1961)의 현상학 이론에 기반한다. 그런데 이러한 빛은 또 다른 함의를 담고 있다. 창 바깥 세계인 '빛'은 갈구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 그 자체로 충족되지 않는 욕망의 결핍이다. 라캉(Jacques Lacan, 1901~1981)의 '존재 결여'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통해 외부를 인식하고 이를 또 다시 내면세계로 이끄는 경험적 구조를 담고 있다. 이는 창의 '안'과 '밖'의 관계를 어떻게 인식했는가를 파악할 수 있는 원형이 된다. 따라서 '창'은 응시를 위한 시각적 표상의 원리로 작용하고 있음이 보다 분명해진다. 이와 같은 '안'과 '밖'의 접촉은 라캉의 '응시'와 같은 맥락이고, 이현지가 일깨우고자 하는 '창'은 작가 자신, 또는 우리 모두의 '내적 응시'를 위한 '창'인 셈이다. 따라서 ”사물은 그것을 보는 우리 자신을 볼 수 있게 한다.“는 메를로 퐁티의 말을 실감하게 한다. 하지만 창을 경계로 해서 안과 밖이 뚜렷하게 이분된다. 이는 '응시'를 위한 공간적 구축 방식이자 현실(안)과 이상(밖)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경계로서의 메타포인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현실과 이상, 또는 안(내부)과 밖(외부)을 동시에 경험하는 두 가지 차원의 혼재 상태를 보여주며, '나'의 지각으로 환원되는 창임을 주지시킨다. 지각된 외부는 자신의 내부의 투사로 가능해지는데 이는 결코 쉽지가 않다. 자신의 내부를 비우고 외부를 주체적으로 열었을 때 비로소 이러한 시선의 순환과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현지의 작품, <INTER_subjective>는 내부의 닫힌 공간의 주체인 '나'로 하여금 창 밖(이상)의 세계로 넘나들게 하며 자신이 경험한 나른한 창으로 우리를 불러들인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의 힘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현지 휴식이 있는 공간의 창을 통해 안과 밖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세계와 창밖의 세계를 탐구한다. 그룹전으로는 2016년 황홀경, 더 텍사스 프로젝트, 2015년 Art Wall Space,가나아트스페이스, 2015년 Yong Creative Korea, DDP을 가진 바 있다. 상명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학과 졸업, 상명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영상미디어학과 석사 수료
송태흥
'나-너'의 소소한 풍경(小小風景) 자연의 일상적인 풍경은 외계의 상을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이때, 단순히 풍경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통해 일종의 의인적인 어떤 풍모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풍경을 체험한다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종교 철학자이자 『나와 너』의 저자인 마르틴 부버(Martin Buber, 1878년~1965년)는 '나'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나-너'에 있어서의 '나'이거나, '나-그것'에 있어서의 '나'일 뿐이다. 따라서 사물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감각이야말로 '의인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일상의 자연 풍경은 '나'와 '너'의 관계를 규정함으로써 발생하게 되는 관계의 미학이다. 송태홍 작가는 오래전부터 자신이 경험한 풍경의 체험을 사진작업을 통해 구체화시켰다. 특히 적나라한 사실적 풍경이 아닌, 자신에게 다가와 시각적으로 관계 맺은 의인화된 추상적 풍경을 말이다. 송태홍의 <무제> 연작은 현장의 상황이나 촬영의 대상에 따라 라이카V-LUX20 카메라와 라이카 R7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완성했다. 가볍고 편리하기도 하지만 색상 재현력도 풍부해 라이카를 애용한다. 주로 실외 촬영이라 ISO는 50-100에 놓고 주로 패턴모드와 중앙측광모드로 촬영했다. 그가 사진을 처음 시작했던 1980년대에는 니콘 FM2를 활용해 완전 수동의 아날로그적 방식을 즐기기도 했다. <무제> 작업은 미국 서부의 콜로라도 해변과 그랜드캐니언, LA공항과 LA 메인 시가지 전경에서 포착한 풍경들이다. 사진 속 풍경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그랜드캐니언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천혜의 자연 풍경을 보며 '자연의 신비'와 그 웅장함에 놀라워 감동을 받는 보기 드문 곳이다. “미술에 대해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미술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타고난 창조 충동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로리 슈나이더 애덤스 <미술사방법론>의 저자 로리 슈나이더 애덤스(Laurie Schneider Adams)의 말처럼 송태홍 작가의 작업 역시 그 시작은 작가 특유의 타고난 시선의 '충동'에서 비롯된다. 어떤 대상의 '인격적 풍모'를 경험한 순간, 세부적인 계획 없이 직관적으로 마음 가는대로 셔터를 누른다. 작업 동기와 과정 자체가 모두 충동적인 오토마티즘(automatism)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렇게 촬영된 사진은 풍경의 1차원적인 의미 전달을 넘어 '나'와 '너'의 관계에서 도출된 '작가만의 고유한 풍경'으로 재탄생된다. 사진사를 살펴보면 풍경사진은 크게 세 단계로 변모해왔음을 알 수 있다. 사진 탄생 초기의 풍경사진은 주로 자연의 외형적 형태나 표정을 통해 정서적인 풍경사진을 재현하고자 했다. 풍경과 더불어 그 안에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담아내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점차 도시에 집중되는 인구분포도에 따라 도시의 일상을 담는 풍경사진으로 변모해왔다. 이처럼 근대까지만 해도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풍경사진의 소재로 대상화 했다. 반면, 현대에 이르러 풍경사진은 '풍경 자체'의 현실적 의미나 가치보다는 촬영 대상과 관계없이 사진가 내면의 심리적 요소를 반영할 수 있는 것이 보다 중요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송태홍의 <무제> 역시 작가의 심리적 요소가 반영된 심상적 풍경사진으로 내적 대화와 명상을 이끌어내는 직관적인 방법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는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닌, 가장 근원적인 자연의 풍경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고취시키려는 입장으로 자연을 바라보고 있다. 다시 말해 풍경을 대상으로 삼아 대서사적 거대 담론이 아닌, 자기 내면의 감정을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보는 풍경이 평범하지만 유의미한 이유는 그것이 자신의 내면을 통한 '보행명상' 풍경이기 때문일 것이다. 송태홍 작가는 지금까지 작업해온 다양한 풍경사진으로 제2회 개인전을 준비 중에 있다. 내년에는 더욱 발전된 그의 작업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송태홍 '사진은 일상생활의 하나다.'라는 생각으로 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닐 만큼 사진은 그의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제1회 사진개인전>, <4.19혁명 개관 기념 초대전>을 가진 바 있으며 2017년 3.1절 대한민국무궁화평화대상, 2014년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현재 동호갤러리 대표이자 환경조형연구소대표, 그리고 뉴-포토클럽회장을 맡고 있다.
하은숙
갱년기 여성의 은유적 표현-불면증 하은숙의 <불면증> 작업은, 불면증을 앓고 있는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한 물음, '나는 왜 그러한가?'라는 질문에서 비롯된다. 작가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셀프 포트레이트(Self-Portrait)방식을 취했다. 셀프 포트레이트는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직접 담아내는 촬영 방식을 말한다. 1839년, 사진이 발명된 초기에는 초상사진이 주를 이뤘다.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통해 부르주아 계급의 사회적, 정치적 반영인 부와 권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사진이 발명된 이듬해인 1840년, 이폴리트 바야르(Hippolyte Bayard)가 자신이 직접 물에 뛰어들어 익사한 사람처럼 연출한 사진을 선보인다. 당시에 종이 인화법을 개발했으나 다게르에 밀려'사진 발명가'로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자 그 억울함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제작했던 것이다. 이처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 자신이 사진 속 모델이 되어 연기를 하고 연출을 하는 포트레이트 표현방식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하은숙의 <불면증> 작품 역시 자아의 내적 경험을 시각화하기 위해 셀프 포트레이트 방식을 취했다. 이는 작가 자신의 '자아 탐색'에 가장 유용한 방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불면증> 사진은 니콘 D800과 소니SLT-A99V, 이 두 대의 카메라로 촬영하였다. 어둡고 좁은 실내 공간인 까닭에 조리개는 주로 F3.2로, 16-35mm의 광각렌즈만을 사용했다. 화각이 넓어 인물촬영에서 원근감이 잘 드러나는 효과 때문이다. 강한 콘트라스트 대비를 위해 셔터 스피드를 1/40초로 하고 노출을 +1.3 단계까지 올렸다. 사진은 모두 컬러로 촬영하고 이후 흑백으로 변환했다. 콘트라스트를 좀 더 강렬하게 부각시키기 위해 포토샵으로 미세하게 리터칭을 가미했다. 촬영 장소가 매우 어둡기 때문에 늘 고감도로 세팅하고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스폿 측광모드'로 명암의 강약 정도를 조절했다. 카메라를 삼각대에 올려놓은 상태에서 리모컨을 사용하거나 셀프타이머를 이용해서 촬영을 진행했다. <불면증> 작업은 2016년부터 시작했다. 하은숙은 갱년기를 병적으로 경험하진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작가는'불면증'을 주제로 갱년기 여성들의 불안한 심리는 물론 작가 개인의 정체성 문제를 탐구한다. 또한 보편적인 갱년기 여성의 삶을 반영하면서 이들의 존재감 상실 또한 은유적으로 재현한다. 사진에 등장하는 갱년기 여성은 불 꺼진 방에서 까만 속옷만 입은 채 TV을 보고 있는데, 그 뒷모습이 어딘지 쓸쓸하다. 또한 거실 소파에는 한 여성이 얼굴을 파묻은 채 엎드려 있고 벽면 위로 단란해 보이는 가족사진이 웬일인지 낯설게 다가온다. 욕조 안에 쭈그리고 앉아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여성 또한 몹시 침울하고 불편해 보인다.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은 모두 작가 자신으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자신의 상(像) 재현을 비교적 담담하게 연출하고 있다. 장소 또한 어떤 특별한 곳이 아니다. 욕조 안이나 집안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나, 침대 끝에 엎드려 있는 장면은 불면증이 일상적이며 매일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임을 짐작케 한다. 하은숙의 <불면증>을 보면 손이나 발, 신체 전체를 드러내고 있지만 얼굴은 식별 되지 않는다. 이는 작가 자신뿐 아니라 갱년기 여성들의 보편적인 모습을 반추하고자 함이다. 이는 하은숙 사진에서 가장 주지되는 점으로 셀프 포트레이트를 통해 자아실현을 하는 동시에 응시자 또한 유사 경험자임을 수긍하도록 이끈다. 관람자들이 불면증에 시달리는 여성을 보면서 그 인물로 변이되는 이중적 구조를 체험하게 만드는데, 이는 사진 속 대상이 특별한 여성이 아닌, 대동소이한 갱년기 여성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하은숙의 셀프 포트레이트는 사진의 리얼리티를 통한 작가 자신의 '자아상'이며 이는 곧 갱년기 여성 모두의 '자아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 하은숙 사진작업을 통해 작가 자신의 마음을 사진에 담고, 관계를 살펴보는 것을 추구한다. 대전 목원대 평생교육원에서 사진을 시작으로 대전 한밭대학교 평생교육원과 대전 빛그림 사진이야기, 사진산책 등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였으며 2013년에서 2017년까지 매년 <사진산책 회원전>을 대전시청에서 열었다. 현재 한국사진방송에서 활동 중이며 김가중의 '선의미학' 출판에 참여한 바 있다.
김한승
한동안 실내에서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 어느 날 흑백사진과 길거리 사진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면서 거리로 나가 좋아하는 인물 사진들을 찍었다. 하지만 다리만! 다양한 사람들의 다리를 찍으면서 그 순간 나를 스치는 사람과의 우연성과 인연을 생각해 본다. 다리에 포커스를 맞추기는 하지만 그것을 통해서 그 사람의 삶을 읽을 수 있다. <DARISS> 시리즈를 하면서 이전과 달라진 점은 뷰파인더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뷰파인더를 보는 순간 우리는 셔터를 누르기까지 그 짧은 시간동안 이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결국 그것은 만들어낸 사진일 뿐이다. 무엇이든 인위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런 점에서 뷰파인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진 결과물인 이 시리즈는 나의 사진 철학을 말해준다. 김한승 현재 미국에서 다양한 사진작업을 하고 있다. 가발을 쓴 여러 인종의 사람들을 포착하는 등 일상에서 새로운 소재를 찾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삶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한다.
김지희
그래도 아름다운, 아이러니한 눈물 김지희의 <아이러니한 눈물> 사진은 눈물을 머금고 바라본 한강의 밤풍경을 시각화한 것이다. 때론 고단한 삶에 지쳐 무작정 한강으로 달려가 실컷 울고 나면, 가슴 한 켠이 뻥 뚫린 듯 시원해질 때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한강 저 너머 나와는 무관하게 속절없이 아름다운 불빛들로 인해 복잡다단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김지희는 어느 날 울면서 바라본 한강의 불빛이 자신의 슬픈 감정과는 달리 너무나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었다고 한다. 이날 느꼈던 도무지 알 수 없는 아이러니한 감정 체험을 사진으로 표현한 작업이 <아이러니한 눈물>이다. 제임스 랑게(James-Lange)는 “행동은 정서에 선행하게 된다.”고 했다.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흘리는 자신의 모습을 지각해서 슬프다는 것이다. 김지희는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슬픔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역설과 감정 인지의 아이러니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한 눈물> 사진에서 대상은 흐리거나 모호하다. 이는 의도적으로 초점을 맞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다. 대상의 사실적인 묘사로부터 벗어난 이미지-이미지 자체가 흐려지거나 알아볼 수 없게 된 것-를 통해 그 의미에 보다 접근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흐리기(blurring) 기법은 사진사적으로 볼 때, 19세기의 피터 헨리 에머슨(P. H. Emerson)의 '초점 흐리기'같은 이론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된 표현기법 중 하나다. 김지희는 눈물을 머금은 상태에서 육안으로 바라보는 시각상(視覺像)을 얻기 위해 이와 같은 기법을 차용하였다. 또한 사실적인 이미지를 지움으로써 비가시적인 의미를 결부시키고자 한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런데 사진을 통해 주지시키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이다'라고 결코 드러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응시자에 따라 각기 다르게 감흥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눈물> 사진은 한국 최초의 필름카메라로 알려진 KOBICA(코비카,KOrea, BInocular, CAmera)로 촬영하였다. 이 카메라는 1960년대 말, 광학산업의 육성을 위해 설립된 대한광학이 1976년 처음 생산했다. 김지희의 코비카35 BC-1 카메라는 35mm(135)포맷으로 이중상 합치식 방식이어서 야경을 수동 초점으로 촬영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작업 초기에는 기껏해야 2~3장 정도만 제대로 된 상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렌즈가 f2.8/40mm 화각을 가지고 있어 한강을 넓게 묘사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셔터스피드는 최대1/500, 최저 1초까지 가능한 카메라다. 최대한 많은 빛을 수용하기 위해 조리개값을 F2.8로 최대 개방하고 셔터 스피드를 1/2초 혹은 1초까지 저속으로 촬영 했다. 주로 삼각대를 사용했지만 환경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어딘가에 올려놓은 상태에서 셔터를 누르기도 했고, 야간 촬영이라 감도는 주로 ISO 200을 사용했다. 필름은 색감이나 분위기가 미묘하게 차별화된 코닥, 후지, 아그파 3사의 컬러네거티브를 다양하게 사용했다. 노출 측정과 거리 조정이 모두 수동인 코비카로 처음 사진을 찍다 보니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그러나 노출 감각을 체계적으로 익히고 싶어 불편함을 감수했는데 덕분에 이제는 그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노출값으로 세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김지희는 <아이러니한 눈물> 사진에서 저 멀리 원경의 불빛들이 은은하고 고요하게 다가와 자신을 정화시키듯,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도 나름의 '정화'된 느낌으로 다가가 주기를 바란다. 사진은 대상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매우 적합한 매체다. 사물을 면밀하게 관찰하며 진행되는 촬영 과정 자체가 본질을 탐구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김지희의 <아이러니한 눈물> 작업은 심리학 이론에 기반한 대상의'본질 탐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나는 누구이며, 왜 태어났는가'에 대한 해답을 사진을 통해 찾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지희 '본질'에 대한 탐구를 사진예술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심리학은 현대 예술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여 심리학 이론에 기반한 사진작업을 한다. 한 장의 사진에는 촬영자의 심리나 찍히는 대상자의 심리, 그리고 사진을 보는 사람의 심리가 투영되는데 작가는 이런 점들을 주지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조화자
사임당의 오죽(烏竹)을 담다 조화자의 사진 <烏竹의 바람>에 등장하는 오죽은 강원도에서 잘 알려진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생가인 오죽헌의 까만 대나무이다. 집 뒤뜰에 까마귀처럼 검은 대나무가 많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 바로 오죽헌(烏竹軒)이다. 이곳에 가면 이사온이 현판에 새긴 시에 '오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吾廬雖小亦容身 내 집이 작다 하나 살 만은 하고 爲築維垣闢四隣 울타리 나지막해 사방이 훤해 遠近碧山千古畵 주변에 푸른 산은 천고의 그림 風霜烏竹一軒珍 온 시련 겪은 오죽 이 집의 보배 이 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이사온의 장인인 최응현의 아버지가 이 집을 지을 때 '오죽'을 심었고, 이곳의 '대나무'는 오죽헌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아주 오래되고 사연 깊은 '오죽'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 자생하는 오죽은 죽순이 자라는 첫해에는 푸른 녹색을 띠다가 2~3년이 지나면 검은 반점이 생기고 4~5년이 지나면 검게 된다. 그리고 생을 다할 무렵 흰색으로 변하면서 천천히 고사한다. 조화자가 오죽헌의 '오죽'을 작품에 담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오죽 특유의 성질이 인상적인 것도 있지만, 작품 제목 <烏竹의 바람>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 이곳의 안주인 사임당의 생가에 머문 오죽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의 대나무 서식지의 '오죽'이 아닌, 왜 하필 오죽헌의 대나무였을까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대목이다. 신사임당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듯 현모양처이자 뛰어난 여류 예술가였다. 여류사진가인 조화자는 자신의 삶과 사임당의 삶을 오죽을 통해 반추해보고자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烏竹의 바람>에 등장하는 '오죽'은 어딘지 모르게 지금까지 보아왔던 강인한 대나무의 사진들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2차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 원폭에도 유일하게 생존했던 대나무 본래의 강인한 생명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으면서도 여성 특유의 부드럽고 단아함이 가미된 사임당과 닮아 있다. 언뜻, 금방이라도 쉬이 부러질 듯 갸날프게 보이기도 하지만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사임당 이미지가 오죽 곳곳에 덧입혀 있다. 이것이 조화자의 사진, <烏竹의 바람>에서 주지되는 점이며 오죽의 의미를 가중시키는 부분이다. 조화자는 이러한 '오죽'의 정서를 담기 위해 정사각형 프레임을 선택했다. 여기에는 Nikon D 750 카메라와 70~300mm 망원렌즈가 사용되었다. 조리개는 4.5~5.6 정도, 감도는 100~400으로 올려 어두운 오죽 숲 안에서 아웃포커스의 부드러운 느낌을 최대한 살려 촬영했다. 특히 역사광으로 댓잎을 흔드는 서걱거리는 바람에 사임당 정서를 투영한 듯 잎과 줄기의 디테일이 빛 속에 스며들도록 하였다. 이른 새벽,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강릉 오죽헌을 오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신사임당이 자신의 꿈을 키우며 바라보았던 그 오죽을 자신이 지금 '바라본다'는 설렘으로 <烏竹의 바람>을 담아 오죽헌 내 '오죽'의 가치를 새삼 확인하게 해준다. 조화자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졸업했다. 지금까지 사진을 시작한 후 제5회 고양꽃사진공모전, 제12회 산림문화공모전, 제29회 기상청 기상사진공모전, 제17회 신한은행 환경 사진공모전 등 다수 공모전에서 입상했다. 전시회는 2013년 <또 다른 시선 7인전>(경인미술관), 2014년 <또 다른 시선 2014 6인전>(갤러리 인덱스), 2014년 제3회 서울사진축제 서울시립 경희궁미술관에 그룹전을 가졌으며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순옥
지극히 미니멀(minimal)한 무제의 추상 한결 같이 미니멀리즘을 표방하고 있는 임순옥 작가는 대상의 기하학적인 단순성과 비구상성을 통해 공간의 환원을 이룬다. 또한 환원된 기하학적 형태의 구상은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 채 작가가 투영하고자 하는 관념적 형태로서 교체되거나 추상성이 가능한 단위로 확장된다. 이는 작가 내면의 본질적 환원을 위한 방법이며, 그런 점에서 임순옥의 사진 <Untitled>는 우리를 이내 순수의 세계로 접어들게 한다. 대상의 재현화에 있어 구성요소가 제거된 선과 면, 삼각형 또는 사각형 등 기하학적 형태의 단순 반복과 순수한 시각 형상에 의한 조형 원리는 간결성을 거뜬히 포획한다. 이는 사진 속 실제적 공간과 그 내용을 파악하려는 것이 아닌, 응시자의 시각과 투명한 의식으로 대상의 본질적 특성을 바라보고자 한 것이다. 작가가 의도한 이러한 환원성은 결국, 기하학적이고 비정형적인 공간을 통해 심리적 변환을 도모한다. 임순옥은 다양한 카메라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볍고 휴대성이 좋은 라이카 V-LUX4 카메라로 <Untitled> 작업을 진행했다. 디지털이 지닌 편리한 메커니즘과 기동성 때문이었다. 또한 공간과 사물과의 거리감을 보다 효과적으로 좁힐 수 있는 25-600mm 렌즈가 장착되어 있어 광각영역과 망원 영역이 가능한 것도 V-LUX4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사진매체의 기술적인 면보다는 어떻게 하면 단순한 조형성을 통해 관념적인 사진을 표현할 수 있을지를 더 많이 고민했고,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였다. <Untitled>사진은 크게 두 가지 표현방식을 취한다. 하나는 촬영 당시 작가가 주목한 공간과의 접점에서 크롭된 원본 그대로의 표현방식을 띠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촬영을 마친 사진 이미지 한 장을 두 장으로 복사해 결합한 다음 새로운 한 장의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이다. 즉, 특정 개체 하나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여러 방향에서 선과 면이 충돌하는 속성을 통해 조응하는 공간을 새롭게 구획한 것이다. 즉자적인 것(보임)의 물리적 공간은 이렇듯 작가 자신의 대자적인 것(봄)에 의해 분리와 결합을 거쳐 여러 층위에서 변주된다. 한때, 임순옥 작가는 마크 로스코에 열광했다. 로스코는 '색면 추상'을 통해 극도로 절제된 이미지 속에서 인간의 근본적인 내적 감흥을 불러일으킨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이다. 임순옥이 추구하는 사진의 조형성도 이와 비슷하다. 공간 주위의 수많은 요소들을 배제하고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관념적인 형상을 조형물이나 예술적인 관점으로 나타내고자 했던 것이다. 구상을 배제시킨 극소화된 형태는 프레임 안에서 수평과 수직, 그리고 사선 구조의 규칙성을 통해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추구하거나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하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또한 시각적 차원의 색채는 명도, 채도에 의한 공간감이나 거리와 크기 같은 요소일 뿐 어떠한 의미를 내포하지 않은 채 색 자체의 순수성을 강조한다. 이처럼 임순옥 작가의 <Untitled>에서 선과 면은 조형적 요소 중 비중이 가장 큰 반면, 기계적이면서 생명이 없는 무기적(無機的)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때론 순수의 공간 안에서 유기적(有機的)인 모습으로 화면 구성을 채우거나 이와는 반대로 흰 여백으로 배치되기도 한다. 임순옥의 사진 <Untitled>시리즈의 시작은 '미니멀리즘'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가 자신이 간결한 형식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관념적 형상의 추상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설령 따로 있다 해도, 응시자의 시선에 의해 다양한 맥락에서 달리 해석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임순옥 사진의 묘미이기도 하다. 임순옥 한때 주로 풍경사진 작업을 하다가 이제는 주위의 사물을 통해 새로움을 발견하고 이를 조형적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학교 때 자동차 관련 잡지를 보면서 사진에 대한 열망을 키웠고, 뒤늦게 사진작업을 시작한 이후 '사진이란 정신적인 쉼표'라고 생각하며 촬영을 즐긴다. 2013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아카데미 3기 졸업 전시회를 가졌으며, 2015년 <그렇게 만나다> 갤러리나우에서 그룹전을 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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