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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스토리

대문 안 풍경 _ 배성호
대문 틈새로 보이는 환한 빛이 보는 이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배성호의 사진.

 

 

우리와 마주하고 있는 오래된 대문 밖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지고 있을까. 추수를 기다리고 있는 황금들판일까, 새참을 이고 가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이와는 정반대 느낌의 마천루가 우뚝 서 있을까. 대문 틈새로 보이는 환한 빛이 보는 이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배성호의 사진이다. 저 너머의 모습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안쪽에 자리 잡은 일상의 흔적들이 정겨운 분위기를 풍긴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대문 안 풍경>은 전통문화와 정서를 간직하며, 굴곡진 삶의 애환이 깊게 배인 가옥에 거주했던 사람들의 축적된 삶의 시간을 가옥의 내부 공간으로 표현한 작업이다.

 

 

 

촌락을 이루며 살아가는 경기도 북부 지역(강화군, 양주시, 연천군, 파주시, 포천시 등)에서 전후 재건된, 황토를 바른 천장과 널 판재로 만든 나무 대문의 오래된 서민 가옥과 근접한 내부 풍경을 대상으로 했다. 현재 경기도 북부 지역에는 주로 70대 이상의 어르신들만이 거주하고 있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문화의 급변, 도시화로 인해 사람들이 인식하는 공간의 거리는 좁혀졌으나, 도시와의 소득 격차, 교육과 문화시설의 낙후 등으로 많은 사람이 이곳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배성호는 활기찼던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분주했던 움직임도 자취를 감추고, 함께했던 희미한 잔상조차도 사라질 긴 세원의 흔적들을 기록하고, 가옥에 살았던 사람들의 켜켜이 쌓인 내면의 시간을 기억으로 소환하기 위해 <대문 안 풍경>을 진행했다고 한다.

 

배성호 주로 공간을 대상으로 작업한다. 작업은 긴 세월 한정된 공간의 도구와 사물들에서 실제적인 자취와 남겨진 흔적들을 기록하고,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인식하지 못했던 사람들 내면의 기억을 소환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 중이다.

박이현 기자  2020-12-24 태그 배성호, 대문안풍경, 도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