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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스토리

중국 탐구생활 _ 왕칭송
세계화와 도시화의 급물살을 탄 중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왕칭송

The Blood-stained Shirt, 180x300cm, 2018 ⓒ Wang Qingsong

 

사진을 통한 옴부즈맨

전통 다큐멘터리 사진에 머물러 있던 1990년대, 설치미술과 행위예술을 접목시킨 작업으로 중국 현대 사진예술에 반향을 일으켰다고 평가받는 왕칭송(Wang Qingsong). 사회 개방 이후 격변하는 중국의 모습을 독특한 시선으로 고발하고, 화려한 문화 속에 가려진 사회의 이면과 현실을 드러내는 데 집중해온 그의 다양한 작품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개인전 덕분이다. 1997년부터 2018년까지, 자신의 모습을 디지털로 합성한 초기 포토몽타주 작업과 수많은 모델을 섭외해 중국 사회를 비판·풍자한 2000년대 이후 작업이 총망라되어 있다. ‘생활 예찬’이라는 뜻을 가진 전시 제목 <The Glorious Life>는 ‘사회 전체가 급속한 성장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관찰할 수 있는 도시의 번창과 화려함, 그 이면에 감춰진 실상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하는 작가의 역설적 의도’를 내포한다.

 

“나는 스스로를 예술가보다는 지속적으로 사회 현장을 담는 기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라는 왕칭송의 말처럼, 그의 작업은 ‘기자 정신’에서 기인한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쉬쉬할 수밖에 없는 중국 사회의 모순과 실체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겠다는 ‘사명감’도 느껴진다. 그렇지만 그의 작업은 어떤 사안을 직선적으로 전달하는 저널리즘 시각과는 결을 달리한다. 대신 ‘다큐멘터리의 관습적 형식, 나아가 특정 주제를 풍자와 해학을 담은 코미디나 패러디처럼 표현’하는 ‘모큐멘터리’를 떠올리게 한다(비록 그는 자신의 작업을 ‘사회적 다큐멘터리’라고 명명하지만). 사회 현상을 주제로 하는 작업이지만 은유적이고 반어적이며, 무엇보다 초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큐멘터리가 지닌 형식적 속성에 대한 자기성찰적인 모큐멘터리의 특징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중국의 교육, 미디어, 사회시스템 등이 강요하는 사상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를 성찰하는 데 그 의의가 있는 듯하다. 마치 사진을 통한 ‘옴부즈맨 제도’를 보는 것 같다.

 

Follow You, 180x300cm, 2013 ⓒ Wang Qingsong

Dormitory, 2005 ⓒ Wang Qingsong

 

중국에 묻는다

초현실적인 구성이지만, 왕칭송의 작업은 오히려 현실적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은유적 기법을 통해 우회적으로 전달함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 모큐멘터리 방식의 작업에서 전제돼야 하는 건 ‘대상이 된 원작이나 특정 형식의 관습에 대한 선행 지식과 이해’다. 1970년대 말부터 덩샤오핑(鄧小平)이 주장한 경제정책 ‘흑묘백묘(黑猫白猫,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즉,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중국 인민을 잘 사게 하면 된다)’ 탓에 개발 우선주의 패러다임이 팽배한 현실을, 인재 선발에 목표를 둔 가오카오(高考, 중앙정부가 시행하는 대학 입시)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주입식 교육이 성행하는 중국의 현실을 알아야만 작업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작업에 배치해 놓은 요소 -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브랜드, 사회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는 문구, 수입 분유를 대변하는 서양 여성 등 - 들을 대입한다면 금상첨화다. 또한, 작가가 요상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한 채 직접 작업에 등장하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전시를 기획한 석재현에 의하면, “대도시, 경제 지상주의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자신의 모습이 나약한 지식인, 혹은 치료를 받는 환자의 모습으로 비치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세히 보면, 그가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관조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미약한 자신을 반면교사 삼아 사회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처럼 왕칭송의 작업은 시장경제화·세계화 속 중국의 실상을 보여주고, 비판하며, 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국민 대다수가 국가가 주입하는 단꿈에 빠져 있을 때 예술가의 의무를 실천하고자 한 셈이다. “사진가는 사회를 알기 위해 사진 너머의 것을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 이 사회에 대해 더 많이 아는 것만으로도 사진은 인류의 온기를 담을 수 있다.”라는 그의 말에서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연히 정부는 그의 작업을 싫어했을 터. 작업 현장에 경찰이 출동한 것은 예삿일이요, 촬영 필름을 빼앗긴 적도, 심지어 전시장에 걸린 작업을 알아서 철수시켜야 했던 적도 있다. 특히, 시진핑 정부 들어서 이전에 비해 검열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현재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The Glorious Life>에는 중국에서 보기 힘든 작업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전시장에 방문한다면, 무엇이 그토록 중국의 폐부를 찔렀는지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중 대형 작품 곳곳에 숨겨 놓은, 중국 사회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비꼬는 장면은, 겉으론 웃지만 속으로는 뼈를 때리는(정곡을 찌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왕칭송 작업의 변천사를 살펴보는 것도 또 다른 관람 포인트다. 스케일 측면(셀프 포트레이트에서 모델들이 등장하는 사진으로)에서는 미시적인 것에서 거시적이고 다각적인 담론으로의 전환을, 그리고 매체 측면(사진에서 설치·영상으로)에서는 한 장에 모든 것을 함축해야 하는 사진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Wang Qingsong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사회 개방 이후 격변하는 중국의 모습을 특유의 시선으로 고발하며, 화려한 문화 속에 가려진 사회의 이면, 현실에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작업을 한다. 쓰촨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www.wangqingsong.com

 

Can I Cooperate with You?, 2000 ⓒ Wang Qingsong

박이현 기자  2021-04-26 태그 왕칭송, 중국, 세계화, 도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