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alk 1 핀이 틀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다
사진가 카터와 그의 어시스턴트 밥은 겨울 풍경을 촬영하기 위해 산에 올랐다. 카터는 종종 멈춰 서 밥에게 삼각대를 건네받아 열심히 구도를 잡는다. 밥 역시 그럴 때마다 틈틈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1 시간 쯤 지났을 때.
카터 : 밥, 여기서 조금만 쉬었다 가자. 그런데 너는 굉장히 쌩쌩해 보이는구나.
밥 : 그럼 여기 앉아 쉬고 계세요. 저는 사진 좀 찍고 있을게요.
밥은 주변을 거닐며 셔터를 누른다. 줌렌즈의 초점거리 를 최대한 광각으로 설정해 드넓은 풍경을 담기도 하고, 망원으로 설정해 이름 모를 야생화를 찍기도 한다. 주변의 이러저런 풍경을 촬영한 후 밥은 카터 옆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밥 : (카메라를 카터에게 건네며) 아저씨, 쉬면서 제가 촬영한 사진 피드백 좀 부탁드려요. 계속 셔터를 누르고 있긴 한데 잘 찍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카메라를 건네받은 카터는 사진을 충분히 둘러본다. 그리고 곧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카터: 사진이 전체적으로 흐린데?
밥 : 그럴 리가요.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은 것도 아닌 걸요. 아직 초보이지만 그래도 초점 맞추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구요!
카터 : (야생화 사진을 확대하며) 봐봐. 여기 중앙에 초점 맞추려고 했던 거 아니야? 한참 뒤에 초점이 맞았는걸. 그러니까 흐리게 보이지.
밥 : 정말요? 그럴 리가 없는데 !
당황한 밥은 카메라를 받아들고 야생화를 다시 촬영해본다.
밥: 이상하네요. 분명 정중앙에 AF포인트를 놓고 촬영 했는데 왜 엉뚱한 데 초점이 맞을까요?
카터 : 아, 핀이 틀어졌나보구나. 업계 용어로는 자동초점의 정확도가 낮아졌다고 하지. 반 셔터를 눌러 초점을 맞췄을 때, AF 측거점이 위치한 부분에 정확하게 포커싱 이 이루어지지 않고 앞 혹은 뒤에 맞는 현상이다. 이건 장비 문제야. 네 실력을 탓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Talk 2 초점이 틀어지는 원인
밥 : 얼마 전 촬영 때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요.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카터 : 가장 흔한 원인은 외부 충격이란다. 대다수 사람들이 카메라를 전용 가방에 넣고 다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광학장비가 워낙 정밀하다 보니 완벽한 보호를 기대하기는 힘들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을 때마다 장비는 미세한 충격을 받기 마련이니까. 이 충격으로 인해 렌즈의 포커스 군 혹은 카메라의 광학계에 유격이 생겨 정확한 검출이 힘들어지면 종종 이런 현상이 생기곤 해. DSLR 카메라에서 주로 나타나는 문제점이지.
밥: DSLR이요? 미러리스 카메라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나요?
카터 : 대부분의 초점 오차는 이미지센서와 위상차 AF 검출 센서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생긴단다. DSLR은 구조적으로 AF모듈이 카메라의 미러박스 하단에 있어. 반면, 미러리스는 이미지센서 내에 AF센서가 박혀 있단다. 초점을 검출하는 위치와 사진이 찍히는 위치가 동일하니 초점 오차가 웬만하면 발생하지 않지. 게다가 최근 출시되는 미러리스들은 위상차 AF로 빠르게 검출한 다음, AF포인트 내 이미지의 콘트라스트 차이를 측정한 후 한 번 더 검증하는 절차를 걸치기 때문에 초점오차는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를 하이브리드 AF검출이라고 한단다.
밥 : 그렇군요. 이참에 미러리스 카메라로 옮겨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당장은 여건이 안 되니 서비스센터를 방문해봐야겠어요.
카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카터 : 이왕 가는 김에 해상력 점검도 꼭 함께 받아보렴.
밥 : 해상력이요? 어휴,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카터: 보통 AF 문제가 발생한 카메라는 해상력도 틀어질 확률이 높단다. 해상력은 결과물의 선명도인데, 정상적인 결과물이 100의 선명함을 표현한다면 틀어진 렌즈는 95 정도의 선명함을 표현한달까. 이 역시 충격에 의해 렌즈 배열이 틀어지기 때문에 발생하지. 초점이 센서에 정확하게 한 점으로 맺히지 못하니까 결과물이 흐려 보이는 거야. 이 외에도 광축은 맞지만 주변부의 밸런스가 틀어지는 경우도 있어. 이미지센서의 각도가 틀어지거나 플레인지 백에 오차가 생겨 특정 부분의 해상력이 떨어지는 경우지.
밥 : 그렇구나. 메모해둬야겠다. 알아야 할 지식들이 의외로 많네요.
Talk 3 초점 오차가 생긴 카메라, 급한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밥은 자신이 촬영한 사진들을 쭉 흩어본 후 한숨을 내뱉는다.
밥 : 카터 아저씨, 이 카메라로 오늘 촬영은 무리겠지요?
카터 : 그렇지는 않단다. 초점이 정확히 맞아야만 좋은 사진이라 할 수 있는 건 아니잖니. 너만의 생각을 사진 속에 담아보는 건 어떨까?
밥 : 그런 추상적인 거 말구요. 저는 지금 선명한 사진이 찍고 싶을 뿐이에요.
카터 : 그렇다면 조리개 값을 높게 세팅해 피사계심도를 깊게 만들어 찍는 건 어떠니? 초점이 맞는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오차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 그게 싫다면 AF 미세조정 기능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카메라 한번 줘 볼래?
카메라를 건네받은 카터는 메뉴 버튼을 누른다. 메뉴 구성을 살펴보더니 곧 AF 미세조정을 찾아낸다.
카터 : 이걸 보렴, 대부분의 DSLR은 AF 미세조정 기능을 갖고 있단다. 서비스센터에서도 해상력이 틀어지지 않았을 경우 분해 없이 소프트웨어로 AF 조정을 시행한단다. 그러니 이 기능도 잘만 사용한다면 아주 유용하지. 미세조정의 영점을 왼쪽으로 옮기면 초점이 점점 앞쪽으로 맞고, 오른쪽으로 옮기면 뒤쪽으로 맞아. 자, 직접조정해볼래?
밥은 촬영과 조정을 여러 번 반복한다.
밥 : 카터 아저씨, 저는 망했어요. 핀이 심하게 틀어졌나 봐요. 최대치로 조정해도 제가 원하는 만큼 틀어진 것이 보정이 안 돼요.
카터 : 그렇구나. 하긴 아까 결과물 봤을 때도 심상치 않아 보이긴 했지. 그렇다면 급한 대로 라이브뷰로 찍어보자. 단, 카메라의 기능 중에서 라이브뷰인 상황에서도 빠르게 초점 잡는 기능이 있다면 그것은 꺼야 한다.
밥: 라이브뷰를 쓰면 초점 오차가 발생하지 않나요?
카터 : DSLR의 라이브뷰를 사용할 때는 미러리스 카메라와 동일한 시스템이 되기 때문에 초점 오차가 없단다. AF센서가 이미지센서에 박혀 있는 카메라도 있고, 콘트라스트 차이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맞추는 기종도 있지. 후자의 경우 초점검출이 굉장히 느리지. 그래서 제조사들은 보통 미러박스 아래에 위치한 위상차 AF센서를 사용해 빠른 AF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함께 제공하는데, 이게 바로 빠른 초점 기능이란다. 이를 사용하면 초점 오차가 동일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끄라고 한 것이란다. 충분한 설명이 됐지? 자, 이제 슬슬 움직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