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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전시

사진을 뛰어넘은 사진 _ 정재규, 고명근
조형사진’의 세계를 구축해온 정재규와 ‘사진조각’을 개척한 고명근 전시가 각각 열리고 있다. 매체의 경계를 초월, 평면성을 뛰어넘어 새롭게 구현된 그들의 작품세계.

 

대구미술관 <빛의 숨쉬기> 전시 전경


‘평면성’은 사진의 특징일까 혹은 한계일까. 자신만의 방식으로 평면을 입체로 구현한 두 작가의 전시가 그 의문에 대한 답이 돼줄 것이다. 사진조각을 지속해온 고명근은 한미사진미술관 삼청별관 전시<Space of Contemplation 사유 공간>(~10.25)를 통해 일부 신작을 공개하고 있고, 재불작가 정재규는 30년 동안 실험적으로 창작한 사진 및 설치 작품 50여 점을 한데 모아 대구미술관에서 개인전<빛의 숨쉬기>(~10.18)을 통해 선보인다.

 

경주'94 무두석불, 2010 Photo, wood, relief, 75x130cm ⓒ 정재규

 

생뜨 빅뚜와르산 후경, 1989.07.22, 1990, Photo, board, cutting, 110x285cm ⓒ 정재규

 

정재규는 사진 이미지를 자르기, 붙이기 등의 기법을 통해, 스스로 명명한 조형사진(Plastic Photography)의 세계를 개척해왔다. 그의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공개되는 전시<빛의 숨쉬기>의 의미가 남다른 이유다. 크게 다섯 시리즈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작품은, 그가 2000년대 초반 프랑스에서 작업한 ‘아치 아틀리에(The Arches Ateliers)’다. 사진 이미지를 5~10㎜의 폭으로 가늘고 길게 절단해, 베틀을 짜듯 가로와 세로로 교차시켜 배열하는 일명 ‘올짜기’방식으로 작품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정재규가 불국사와 석굴암 등 경주에서 촬영한 사진을 자르고 기하학적 형태로 배치해서 완성한, 조형사진 특유의 리듬감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신작도 인상적이다.

 

 Building 56.1, Digital film 3D-collage, 2019 ⓒ 고명근

 

China town 1, Digital film 3D-collage, 2014 ⓒ 고명근


정재규가 사진 이미지를 해체하여 다시 조합한다면, 고명근은 투명한 조각에 OHP필름으로 프린트한 이미지를 접합한 ‘사진 조각(Photographic Sculpture)’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사진과 조각 매체를 결합한 독자적 장르로 현대사회의 단면을 조형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그의 개인전<Space of Contemplation 사유 공간>에서 주목할 부분은, 현대사회로 시선을 고정시킨 신작이다. 계단, 건물, 도심 등 현대적인 공간 속에서 개인들이 제각각 사유하거나 공간에 반응하는 모습을 탐구한 작업이다. 사진조각의 외형은 물론이고, 작품 이미지 속에 자리한 인물들을 보며 다양한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실험적인 작업을 오랜 기간 이어온 정재규와 고명근. 그들의 전시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작업 방식부터 디스플레이까지, 평면성을 뛰어넘은 작품들이 사진의 확장성과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는 듯하다.

 

김영주 기자  2020-12-29 태그 정재규, 고명근, 대구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