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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스토리

양정아의 글로벌 다이어리: 사진, 그 너머
막스 에스테반(Max de Esteban)

국제사진기획자/전시예술감독 양정아

 

새해 첫 달. 우리는 늘 이 시기가 되면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빠르게 지나가는 디지털 시대 속 새해의 시작은 단순히 달력을 넘기는 행위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며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새해를 다짐하는 지금, 속도보다는 느림과 기다림의 가치를 떠올리게 된다.

오래된 손편지, 아날로그 카메라로 찍은 사진한장, 그리고 레코드판의 잡음 섞인 음악은 느림과 기다림이라는 과거 속 삶의 순간을 담은 조각들이다.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살아왔는지 알려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느림과 기다림의 가치

새해를 맞이하며 느림과 기다림의 가치를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한 사진가가 있다. 바로 스페인 사진가 막스 에스테반(Max de Esteban)이다. 그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그리고 그를 직접 만났을 때의 기억은 강렬했다. 

그와의 첫 만남은 수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포토페스트 사진 비엔날레에서의 포트폴리오 리뷰에서였다. 기획자이자 리뷰어로서 작품을 피드백하고 조언하기 위해 사진가들을 만나는 자리였다. 막스는 포트폴리오를 들고 나를 찾아온 사진가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분명 눈에 띄었다. 단지 그의 작품이 독창적이어서만은 아니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눈빛이 빛났고, 목소리에는 확신과 열정이 가득했다. 그는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작업 방식, 사진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왜 사진을 찍는지 매우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그가 자신의 작품을 사람들에게 얼마나 알리고 싶은지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때의 만남 이 후에도 그는 꾸준히 연락을 이어왔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한 소식을 공유하며, 작품의 발전 과정을 계속 이야기했고, 이를 통해 얼마나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작업에 임하는지를 보여줬다. 

X-레이로 투과한 듯, 내부의 모든 메커니즘이 세밀하게 드러나 있는 사진 속 기계는 아날로그 라디오. 이 사진은 바로 막스 에스테반의 작품이다. 

투명하게 드러난 기계의 내부는 마치 인체의 해부도를 연상시킨다. 다이얼, 릴, 벨트, 나사 등이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 구조물들은 서로 맞물려 있으며, 치밀한 설계와 조립의 흔적을 보여준다. 흰색과 청색의 대비는 차가운 세련미를 더하고, 이 두 색상의 단순함은 복잡한 내부 구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면서도 무심코 지나쳤던 기계의 내밀한 속살이 노출되면서, 이 물건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하나의 존재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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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은 <사진전문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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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기자  2025-01-06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