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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스토리

이머징아티스트 집중조명, 신태호
열망과 갈망 사이

열망과 갈망 사이,
이머징아티스트 신태호

나는 무엇을 원하고, 이 욕망의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작가 신태호의 질문이다. 살다 보면 사람은 무언가를 갈망(craving)하게 된다. 갈망은 특정 목표를 향하도록 동기화된 상태를 표상하며, 심리학에서는 주로 다양한 중독 문제에서 사용되는 단어다. 열망(yearnings)과는 다르다. 보편적인 소망을 말하는 열망은 사랑, 수용, 소속감, 창조성, 연결 등 안정과 자유에 대한 욕구, 삶의 목적과 의미를 갖고 싶은 희망 등 긍정적인 인상을 띄는 반면, 갈망은 침투적이고 복잡하며 부정적인 감정의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다.
 

‘갈망’은 신태호 작가를 그 끝을 알 수 없는 여정으로 이끌었다. 작가는 인간의 성적 본능과 충동, 호기심에 주목하고, 그 욕망의 끝에 과연 무엇이 있는지 시적 상상력을 더한 이미지로 탐구했다. 지향이 있는 한, 인간은 방황한다고 괴테는 말했다. 사진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음의 심연, 그 끝에 가 닿으려는 분투를 시작한 신태호 작가. 그의 시각 언어, 그의 지향(志向)에 주목할 시간이다.
/ 인터뷰  강소라Sora Kang


신태호 작가님, 먼저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제주의 오름을 미니멀하게 담아내고, 가야 고분군과 겨울의 잡초, 꽃 등의 잔잔한 흔적을 렌즈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진을 통해 인간 내면의 본성과 감정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진실에 다가서려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여정의 일환으로, ‘욕망, 그 끝에 서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라는 주제로 김영섭사진화랑에서 개인전(2024.11.02-11.16)을 열었습니다.

총 18점의 연작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어떤 흐름의 작업인지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이번 전시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감정의 흐름을 탐구한 연작 18점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관람 순서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면, 어느새 욕망과 감정의 순환적인 이야기를 책장을 넘기듯 한 페이지씩 따라가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특유의 정서를 느끼고 볼 수 있습니다. 작품의 흐름은 욕망의 시작부터 변화, 공허(空虛), 허무(虛無), 그리고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착시’라는 열쇠를 통해 작가 자신의 성(性)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은유적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특히, 이번 연작은 여성의 모습에서 비롯된 성적인 감정에서 출발하여, 이것이 인간의 본능적 착각과 허무로 이어지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낮과 밤의 설정, 동일한 혹은 다른 이성에 대한 반복적인 탐닉은 관객으로 하여금 반복적인 삶의 리듬을 경험하게 합니다. 저는 작품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어떤 사랑이 진짜 사랑인가? 본능적으로 끌리는 사랑도 사랑일까? 욕망은 허구적이고 일시적인 감정일 뿐인가? 진정한 사랑의 끝은 무엇인가?” 


전시의 작품들은 소리를 처음 듣고 율동을 경험하고, 소리의 가락에 도취되어 춤을 추는 행위와 같은 지극히 ‘본능적인 몸짓’과 같은 것입니다. 그 몸짓은 성적인 감정이라는 인간의 본능과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의 근원적인 조건을 깨달았던 몸짓은 마침내 ‘햇빛 가리개’라는 사물을 통해 표출되고 있습니다. ‘햇빛 가리개’라는 소소한 사물에서 일견 거대한 성적 감정을 느낀 순간, 저는 욕망이 만들어낸 환상과 그 허상에 대해 이렇게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느끼고 본 것은 그저 욕망에서 비롯한 환상인 걸까? 그 환상은 욕구를 이루지 못한 불완전에서 오는 달콤한 몽정에 불과한 걸까? 아니면, 욕구가 완전히 해소된 욕망 없음, 즉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상태, 궁극적 무(無)의 상태, 허무(虛無)인가?’

작업을 보시는 분들이, 이 여정을 통해 욕망의 시작과 끝을 체험하고, 궁극적으로 욕망을 넘어선 ‘진정한 삶’의 본질(本質)과 근원(根源)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길 바랐습니다. 관람을 마친 후, 작품 자체의 실체적 이미지보다도 스스로가 마음속에서 품는 질문, 그 가슴 깊은 심연(深淵)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물음이 본 전시가 전하는 진정한 메시지이길 바랍니다.


상상력과 이미지, 이성과 육체의 관계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지 궁금합니다.
이미지와 상상력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물리적으로 이미지란 고정된 것이지만, 보는 사람의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재해석되곤 합니다. 이성과 육체 역시 그렇습니다. 늘 대립하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다시 말해,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재해석되고, 새로운 관계가 설정될 수 있습니다. 보통 육체는 본능적이고 감각적이라 여겨지지만, 그것만으로는 무엇인가가 빠져 있어요. 그 빈 공간을 바로 이성이 채워 줍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우리에게 이성이 없다면 욕망은 단순히 소모적인 것에 그치게 되고, 반대로 육체가 없다면 이성은 공허해 집니다. 저는 이 두 개의 요소가 결합과 보완의 과정을 통해 서로를 완성하는 서사(narrative, 敍事, 이야기)를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관리자 기자  2025-01-06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