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진정성과 연출
샘 테일러-우드(Sam Taylor-Wood)의 두 자화상 연작 <Bram Stoker‘s Chair.브램 스토커의 의자>와 <Self Portrait Suspended.정지된 자화상>은 연출 사진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녀가 공중에 떠 있거나 매달려 있는 듯한 상황, 의자의 불안정한 균형, 그림자의 유무, 그리고 그것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초현실적인 분위기 등, 하지만 전적으로 물리적 작용과 디지털 편집의 결과물이다. 그녀가 ‘절대적인 해방과 자유의 순간’으로 서술했던 상황은 실제로는 본디지(bondage) 전문가의 조력과 로프의 물리력, 시간을 요하는 디지털 편집술로 구성되어 있다.
<정지된 자화상> 연작은 2000년의 <Wired.유선> 연작으로 이어졌다. 촬영 장소는 아틀리에에서 남캘리포니아의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의 자연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촬영이 실외에서이루어지고 건설용 크레인이 등장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자신을 공중에 떠 있는 것으로 보이도록 하는 디지털적 조치에 더는 의존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전의 자화상 연작들에선 디지털 편집을 통해 제거되어야 했던 실체적 요인들, 물리적 장치와 로프가 복원되었다. 시각적 효과를 위해 연출 이력을 숨기고 실제처럼 보이도록 하는 이미지 위장술이 작가로서 정직하지 못한 태도라는 생각에서다. 지난 20년 동안 공중에 떠 있는 자화상을 촬영해 왔지만, 이전에는 없었던 생각이었다.
연출에서 실제로의 인식의 전환, 테일러-우드에게 그것은 실재와의 화해이자 ‘사진의 진정성을 회복하는’, 종교적인 비유를 들자면 회개(contrition)와 같은 것이다. “삭제, 복사, 붙여넣기, 포토샵 등 이미지 편집이 수월해진 세상”에서, 사진이 해야 하는 일은 첨단 편집기술로 연출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에 있지 않다는 자각, 마치 중력에서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더라도 궁극적으론 착시,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눈을 뜬 것이다. “나를 이 다른 세계에 매달리게 하는데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실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 나를 물리적으로 지탱하는 것들은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회화 예술이나 조각 예술에서와 같이, 사진예술에서도 매체와 효과를 넘어서는 더 중요한 사유의 지형이 있다. 매체, 방법, 효과 등의 문제와 씨름해야 하는 이유, 진선미의 더 높은 곳과 결부되고, 그에서 오는 힘으로 거짓과 맞서고, 진실과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 그것이다. 한가지, 더 높은 것과 결부되는 것에는 반드시 자신의 존재적 취약성과 마주하는 것이 포함된다. 즉 자신을 넘어서는 것, 거짓 자유에 집착하는 자아와의 싸움이 중요하게 전진 배치되어야 한다는 것. 자아의 확장이 아니라 비우기, 움켜쥐기가 아니라 내려놓기와 관련된 싸움이다. 시몬느 베유(Simone Weil)에 의하면 “인간의 성스러운 점은 이 자아를 넘어서서 비개인적인 진리와 선(善)과 정의에 다다를 수 있는 능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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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은 <월간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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