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의 한 갤러리에서 그녀의 작품을 처음 마주한 순간이 생생하다. 밀폐된 장소에서 기계장치가 돌아가고 전력이 발생하는 오디오 소리가 들려온다. 여성들은 자신들이 맡은 손가락 마사지를 수행한다. 구멍을 매개로 연결된다, 반복적으로. 노동의 현장이다. 그 사이로 조용히 떠올랐다. 매일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부품의 나사 조이는 일을 하는 공장 노동자인 찰리, 자본주의 사회에 메시지를 던진 영화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모던타임즈>
“나는 나이 들 때까지 「자본론」을 읽지 않았고, 항상 시적 텍스트로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예술가로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때로는 도덕성과 관련이 없거나 도덕성과 모순되기도 한다.”
현재 비디오 매체에서 그녀의 존재 가치는 곱씹어진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중인 아르헨티나 태생의 작가 미카 로텐버그(Mika Rottenverg). 초자본주의 세계에서 노동과 가치 생산의 아이디어를 탐구하기 위해 영화, 건축 설치, 조각을 결합한 작업을 선보인다.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만든 세트 영상을 사용하여 겉으로는 연관성이 없는 장소와 물건들을 연결하여 정교하고 전복적인 시각의 서사를 만들어 낸다. 사실과 허구를 함께 엮으면서 노골적으로 대담하게, 예측불허의 유머로 경계를 능숙하게 가로지르며 키네틱 아트로 관람객을 개입시킨다.
탐험 여정
미카 로텐버그는 지난 20년간 동시대의 자본주의 논리를 표면 위로 드러나는 것과 그 아래 숨어있는 생산과 노동의 영역에 주목한 작업을 이어왔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어릴 적 아버지가 영화 제작자로 일했던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 ‘키부츠’라는 이스라엘의 집단 농업 공동체에서 자랐다. 키부츠는 90여 년 전, 최초의 키부츠(히브리어로 ‘그룹’을 뜻하는 단어인 ‘쿠부츠’에서 유래)가 설립되었다. 평등과 공동체의 원칙으로 사회적, 경제적 틀에서 특정한 사회 계약에 따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자발적 사회라는 혁신적인 사상을 가진 공동체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노동과 생산 문제에 집중 관찰한다. 세상이 실제로 어떤지 반영하려는 탐험 시도는 긴 머리의 여성이 치즈(2008)에서 머리카락을 짜는 장면이나 남성이 코에서 살아있는 토끼를 뿜어내는 장면(2012)과 같은 작품 시나리오를 통해 세계화와 기술자본주의의 부조리한 메커니즘을 우화로 표현한다.
작품으로의 탐험의 여정은 그녀만의 방식으로 구성, 응축된 개념들, 감각적 화법의 화면으로 모든 감각을 열리게 한다. 대립적인 개념들을 병치시키고 일상적 요소들을 뒤집어 독특한 상상력을 더해 다소 기괴한 유머로 끊임없이 예술적 실천의 결과물을 만든다. 장소와 시간을 특정하기 어려운 공간, 논리적 인과관계를 벗어난 이동 경로와 시스템, 이유 모를 생산활동과 때론 가학적일 만큼 반복적인 여성들의 고된 육체노동 모습. 시각언어로 재현된 이 생산 시스템 현실의 이면을 노동, 신체, 여성을 중심으로 작가의 언어로 재구성하여 보여준다.
2000년대 초기부터 최근 작업까지 대표작 6점을 감상해보자.
분명히 존재하지만 애써 보지 않았던 사회 이면을 살펴볼 수 있다. 음악을 감상하는 것처럼 그저 작품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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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은 <월간사진> 2025년 1월호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