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권지혜 부사장이 만난 사람, 정명식
사진, ‘그’ 찬란한 유산- 국가유산을 기록하고 계승하다
전통을 존중하며 현대에 가져오는 정신. 권지혜 부사장의 비즈니스 철학은 한 단어로 요약하면 ≪논어≫의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공자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그의 아름다움과 스타일에 대한 철학은 고전으로부터 온다. 그녀가 만난 작가도 마찬가지다. 정명식은 전통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대목장의 기술을 계승해 4대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의 건축물 보수와 복원 작업을 20여 년간 수행해 온 대목수다. 사계절 궁을 수호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순간들을 매일 사진으로 기록한다.
그는 미래에 전통과 문화유산 보존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한옥 마이스터고등학교(Meister School)'를 설립해 후학을 양성할 것이라는 확고한 청사진이 있다. 그가 사명을 가지고 일하며, 사진으로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것은 결국 사람을 위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한옥의 다양한 기술 장인을 양성할 수 있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일찍부터 진로를 정하고 장인의 길을 걷기를 바란다.
작가가 ‘명경지수(明鏡止水)’라 이름 붙인 시리즈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그의 여정과 불교 수행자들의 의식행위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100일이 되는 날부터 어머니와 함께 절에 다녔던 기억이 자신 존재의 근본을 형성했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자주 병을 앓아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어머니와 함께 대흥사에서 지내며 절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위로받곤 했다. 수행자들의 예불과 공양, 참선 수행은 매일 반복되는 의식 속에서 고요함과 집중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이다. 그들의 손길과 마음속에 흐르는 신념은 어린 그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대목수로서 사찰의 문화재를 보수하는 일은 그래서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건축물의 틀과 수행자들의 수행이 상호작용하는 그 순간들은, 작가의 기억과 깊은 연결을 이루는 행위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가 혼으로 빚어낸 사진,
권지혜 부사장이 정명식 작가와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정명식<설궁 달빛>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40x40cm 창덕궁 2019
자연 풍경 사이로 웅장한 한옥을 바라 볼 때면 고려 시대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표현처럼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은 한국의 아름다움이 스며든 듯 한데….
한옥은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표현이 한옥의 본질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옥은 화려함을 지양하면서도 각 공간이 가진 기능과 자연과의 조화로 웅장함과 겸손함을 함께 담아냅니다. 저는 한옥을 짓는 과정에서 재료 하나하나와 대화하며, 겸손하지만 단단한 기운이 느껴지는 이 전통의 결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둡니다. 그 안에 스며든 한국적인 미(美)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정화하고 자연의 일부가 되게 하는 것이 한옥의 참된 아름다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통 한옥은 대목 주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나라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건축양식으로 목재 자체가 뿜어내는 힘이 강렬해 화려한 장식 없이도 그 자체로 압도적이고 기품이 넘칩니다.
전통 한옥을 이루는 목재는 살아있는 재료입니다. 한옥은 자연 속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목재가 지닌 온기와 기운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이를 통해 건물 자체가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대목의 기술로는 이러한 목재의 특성을 극대화하여 화려한 장식 없이도 품격과 기품을 표현하는데, 이는 오히려 소박함과 절제미에서 오는 강렬함입니다. 특히 한옥은 목재의 결을 그대로 살리고, 서로를 맞물리게 하여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한국 고유의 미학을 보여줍니다. 대목수로서 저는 목재의 자연스러운 힘을 최대한 살리고자 노력하며, 그것이야말로 한옥이 가진 독특하고 고유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옥의 첫 단추는 단연코 나무 아닌가? 수종을 선별하여 공수하고 원목 건조 작업에 걸쳐 목재가 탄생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과정 자체가 시간의 견고함이 느껴진다. 잘 만든 한옥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한옥의 첫걸음은 나무의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목재는 건물의 뼈대이자 숨결이기에 수종 선별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자라온 나무를 신중히 고르고, 그 원목을 공들여 건조하는 과정에서 나무가 가지는 고유의 힘과 특성이 살아납니다. 특히 건조 과정은 시간과의 싸움이자 기다림의 예술입니다. 제대로 건조된 목재는 한옥의 구조적 견고함을 더하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강인한 기운을 품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한옥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세월이 더할수록 매력이 깊어지는 예술품이자 우리의 전통을 담은 공간입니다. 그래서 잘 지어진 한옥은 그 자체로 시간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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