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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부사장의 Pick
필름사진 매력의 지극히 사적인 시간, 저력!

[Pick]

 

필름사진 매력의 

지극히 사적인 시간, 저력!

글·사진 Sora Kang

 

 

필자는 월간사진 입사 이래 2년 넘는 시간 동안 권지혜 부사장의 초상을 기록해 왔다. 군더더기 없고 담백한 퍼스널리티, 순간 압도될 정도로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일 스타일, 건강한 아름다움에 대한 올바른 추구, 로맨틱하고 위트 있는 비즈니스 철학, 소재와 디테일의 밸런스, 상황과 맥락에 맞는 품위 있는 애티튜드 등…. 처음엔 동경하는 워너비 스타의 의미로 기록을 시작했는데, 이제 그 행위에 내재한 근원적인 욕구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문화예술의 아이콘에게는 그들의 가려진 모습까지도 기록할 성실한 관찰자가 필요한 것이다. 세상에는 참 많은 예술가의 뮤즈가 있지만, 시대를 초월하는 비범인(非凡人)이 되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아이콘(Icon)이란, 어떠한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 우상으로 존경받는 사람을 말한다.

 

신묘하게도, 그들에겐 -마치 예견한 것처럼- 아주 오랜 시간 곁에서 그들을 기록해 온 친구가 있었다. 예를 들어 저명한 작가이자 사회비평가, 미술평론가인 존 버거(John Peter Berger)에게는 그를 곁에서 오십여 년 동안 담아온 평생 동지인 사진가 장 모르(Jean Mohr)가 있었다. 영원한 뮤즈, 제인 버킨(Jane Birkin) 옆에도 분신 같은 친구이자 사진작가인 가브리엘 크로포드(Gabrielle Crawford)가 함께했다. 초상 이미지야 차고 넘치는 유명인이지만, 과연 어느 누가 그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을 -카메라를 의식조차 하지 않는 것 같은 얼굴로- 담아낼 수 있을까?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혀를 내밀고 있는 아인슈타인, 어디서나 책을 읽는 마릴린 먼로, 화장기 없는 오드리 햅번의 편안한 얼굴이 보여주는 그것처럼…. 그들의 지극히 평범한 모습은 어쩐지 모르게 노스탤지어(nostalgia)를 자극하며 따듯한 기억을 회상케 한다. 근원적인 우정과 사랑의 차원에서 뭉클한 울림을 준다.

 

 

우리는 그들의 달의 뒷면과 같은 모습을 금란지교(金蘭之交, 금이나 난초와 같이 귀하고 향기로움을 풍기는 친구)였던 사진가의 눈으로 비로소 바라볼 수 있다. 사진가는 자신의 미적감각을 자극하고, 영감과 재능을 불어넣는 뮤즈(Muse)에게 본능적으로 이끌리기 마련이다. 서로의 필요와 욕구가 만나 공명(共鳴) 하며 쌓여가는 기록인 것이다. 사람마다 고유한 마음의 풍경을 해석하는 첫 번째 열쇠는 그의 초상(肖像)에 있다.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요 한 권의 책이라고 이야기한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 초상사진이란 누군가에게 물음표를 찍어놓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 얼굴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있는지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처럼, 얼굴은 그의 심상(心狀, 마음의 상태)을 직관적으로 알리기 마련이다. 특히 ‘눈’은 영성(靈性)을 투영하는 창이다. 최초의 예술 초상사진가 펠릭스 나다르(Felix Nadar)도 같은 생각이었다. 나다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초상 사진가로서뿐만 아니라 19세기 사진사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는 초상사진이 한 인물의 내면까지 보여줄 수 있는 예술매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진을 찍기 전 인물과 긴 시간 대화하고, 특히 눈을 중요시하여 시선의 처리와 조명에 고심했다. 그의 사진에서 얼굴은 저마다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며, 15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경이로울 정도로 지금 여기에 있는 듯하다. 한 인물의 위엄과 존재감이 굳건하게 담겨있다.

 

“사진 이론은 단 한 시간이면 배울 수 있고 기술은 단 하루면 익힐 수 있다. 그렇지만 가르쳐서 될 수 없는 것은 빛을 읽는 감각이다. 누구도 사진 찍히는 사람의 개성을 어떻게 포착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한 인간의 보다 내면적이고 심오한 차원에서 담은 사진을 제작하려면 즉시 그의 정신세계로 뛰어 들어가 그의 기질을 파악해야 한다.” - 펠릭스 나다르(Felix Nad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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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기자  2024-11-02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