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욱 박사의 테크 칼럼: 카메라의 시간 여행!
보다 빛에 예민하게 – 다게레오타입에서 코닥필름까지
글 / 사진 이용욱 (아마추어 사진작가)

니세포르 니엡스가 발명한 헬리오그래피로 인해 인류는 빛을 붙잡아서 기록하고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니엡스의 헬리오그래피는 매우 긴 노출시간이 필요하면서도 이미지가 선명하지 않아 실용적인 가치는 크지 않았다. 그래도 헬리오그래피를 통해 빛을 고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보다 빠르고 선명하게 빛을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모험에 뛰어들었다.
니세포르 니엡스 자신도 헬리오그래피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으나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니엡스는 루이 다게르(Louis Jacques Mandé Daguerre)라는 사람에 대해 듣게 된다. 루이 다게르는 파리에서 디오라마(Diorama) 극장을 운영하는 사업가였다. 디오라마는 작은 모형들을 이용해서 진행하는 그림자 연극인데 루이 다게르는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해서 특수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데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니엡스는 다게르가 가진 카메라 옵스큐라에 대한 전문성이 헬리오그래피를 개선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1827년에 니셉포르 니엡스는 영국에 살고 있는 그의 형 클로드 니엡스(Claude Niépce)를 만나러 가는 길에 파리에 들러서 다게르를 만나고, 1828년에 영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 번 더 만나서 그의 연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공감대를 이룬 두 사람은 1829년에 헬리오그래피를 개선하기 위한 사업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공동 연구에 들어간다.
1832년에 두 사람은 새로운 사진술인 ‘피조토타입(Physototype)’을 개발한다. 피조토타입은 비투멘 대신 라벤더 오일을 증류하고 남은 갈색 고체 물질을 이용한다. 이 갈색 고체 물질을 알코올로 녹여 금속판 위에 바르면 하얀 피막이 형성되는데, 이 피막은 비투멘과 유사하게 빛을 받으면 굳어지는 성질이 있다. 이 판을 카메라 옵스큐라에 넣고 7~8시간 동안 빛에 노출시킨 후에 등유 증기를 쐬어주면 빛에 노출된 부분은 하얗게 남아있고 노출되지 않은 부분은 투명하게 변한다. 투명하게 변한 부분은 아래에 있는 금속판의 색이 드러나 어두운색을 띠게 된다. 결과적으로 빛을 받은 부분은 밝고 받지 못한 부분은 어둡게 나타나는 양화(positive image)를 얻게 된다. 이 기법은 헬리오그래피보다 훨씬 선명하고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자연(physa)’과 ‘형상(type)’을 뜻하는 라틴어를 조합하여 피조토타입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7~8시간에 이르는 노출시간으로는 실용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림 1. “Table Servie”, 니엡스가 피조토타입으로 촬영한 사진. 1832년으로 추정>
피조토타입을 개발한 다음 해인 1833년에 니세포르 니엡스가 사망하고, 그의 아들 이시도르 니엡스(Isidore Niépce)가 파트너십을 승계한다. 하지만 이시도르는 그의 아버지에 비해 사진술 개발에 대한 열정도 재능도 부족하여 연구의 주도권은 다게르에게 넘어가게 된다. 다게르는 비투멘이나 라벤더 오일과 같은 수지를 이용하는 방법에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은염화합물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연구의 방향을 바꾼다. 1835년 무렵에 이미 다게르는 나중에 ‘다게레오타입(Daguerreotype)’이라고 불리게 되는 사진술의 기초를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파리에서 발간되는 예술 분야 잡지인 <Journal des Artist>의1835년 9월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사가 실린 바 있다.
“[Daguerre] a trouvé dit-on, le moyen de recueillir, sur une planche préparée par lui, l’image produite par la chambre noire, de manière qu’un portrait, un paysage, une vue quelconque, projetée sur ce plateau par la chambre noire ordinaire, y laisse une empreinte en clair et en ombre, et présente ainsi le plus parfait de tous les dessins... Une préparation mise par dessus cette image, la conserve pendant un temps indéfini... Les sciences physiques n’ont peut-être jamais présenté une merveille comparable à celle-ci.”
“다게르는 카메라 옵스큐라로 만들어진 이미지를 붙잡아 둘 수 있는 어떤 판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초상, 풍경, 또는 어떤 장면이라도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해 이 판 위에 투영되면 그 장면의 명암이 판 위에 기록되어 완벽한 그림이 만들어진다. … 이 판에 만들어진 그림은 영원히 보존된다. … 이것은 아마도 과학이 지금까지 만들어낸 경이 중에서 가장 놀라운 성과일 것이다.”
/
이용욱(카이스트 기계공학 박사,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기사 전문은
사진전문매거진 「월간사진」 9월호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