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ART

포토 스토리

귀보다 눈이 먼저 _ 이호수, 김문독, 뇌
음율에 감각적인 예술 세계를 입힌 사진가들의 시도를 보면 앨범의 멜로디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다.

지금까지 이런 비주얼은 없었다. 이것은 앨범 커버인가 사진작품인가. 최근의 앨범 커버 트렌드는 사진가와 음악 레이블이 크루를 이뤄 함께 활동하거나, 뮤지션들이 개인작업을 병행하는 상업사진가에게 작업을 맡기는 것이다. 김문독과 뇌, 이호수는 음악에 독특한 예술 세계를 입힌다. 이들의 사진을 보면 눈이 즐거워지는 것은 물론이요, 앨범의 멜로디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다. 비트를 찢듯 사진을 찍는 그들의 작품 세계를 만나보자.

 

이호수 - 멜로디의 색다른 얼굴

 

Punchnello [ordinary] 앨범커버 ⓒ 이호수



앨범 커버는 사람의 얼굴과 같다. 하나의 이미지가 앨범 속 내용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면서 그에 따른 궁금증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비주얼 디렉터 이호수는 사진과 그래픽디자인 등 다양한 시각적 요소를 사용해 앨범 속 음악을 감상하고 싶게 만든다. 그가 앨범의 커버 작업을 시작한 배경은 음악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 차에서 듣던 레니 크라비츠의 앨범이 그 계기였다. 이후 그는 뮤지션을 꿈꿨다. 자신의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 그러던 중 많은 뮤지션들이 앨범 속 음악에 비해 앨범 커버의 시각적 요소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나의 앨범 커버는 내가 만든다’는 생각으로 비주얼 작업에 뛰어들었다. 시각예술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유튜브 영상, 패션 브랜드의 룩북과 잡지 등 여러 이미지들을 가리지 않고 접했다.


그의 이런 노력으로 작업된 저스트뮤직의 <2> 커버작업은 아주 초창기 시절 진행됐다. 이 앨범 속 음악을 듣다 보면 잔잔하고 웅장한 멜로디의 음원과 커버 디자인이 서로 상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이 음악 속에서 서양 신화의 웅장함과 신비함을 느꼈고, 고대에 있을 법한 문서의 느낌이 나는 앨범 커버를 만들었다. 주목해 볼만한 그의 다른 작업인 펀치넬로의 EP앨범 역시 보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앨범 속 무형의 음원들을 하나의 사람이나 마네킹처럼 유형의 존재로 형상화하는 시도를 했다. 이처럼 음악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앨범 커버는 그에게 하나의 시각적 작품 활동이다. 간혹 모르는 아티스트지만 앨범 커버가 멋있어서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음악을 선과 색, 그리고 사진 등으로 시각화하여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호수는 그래픽디자인으로 시작해 현재는 사진과 영상 등 뮤지션들의 앨범을 위해 다양한 작업으로 그만의 입지와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C Jamm, Osshun Gum, Lil Money, Swings [Ⅱ] 앨범커버 ⓒ 이호수


 

Swings [Upgrade 0] 앨범커버 ⓒ 이호수


 


 


 

김문독 - 달빛에 음악을 담아

 

앨리스 비셔스(Alice Vicious) - Beautiful Creature ⓒ 김문독



과거 김문독은 낯가림과 자기혐오가 유달리 심했다. 그는 밉게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바꿔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종종 달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달을 향한 마음을 담아 활동명을 지었다. 달의 ‘문(Moon)’과 월월(月月)하고 우는 개의 ‘독(Dog)’, 여기에 자신의 성(Kim)을 붙여 김문독이 탄생했다. 영화나 소설을 보면 달은 평범한 사람을 늑대인간으로 변하게 하고, 현실에선 형태를 바꿔가며 파도를 일렁이게 한다. 이러한 ‘달’의 성격처럼 김문독의 사진도 변화무쌍하다. 익숙한 듯 새로운 그의 사진은 보는 재미가 있다. 파격적인 ‘청춘’ 사진에 그로테스크한 표현 기법, 콜라주 형식 등을 덧입힌 모양새다. 우연히 시작된 뮤지션 커버 사진도 이와 비슷하다. 만약, 무대의상을 입은 아이돌들이 얼짱 각도로 찍은 사진을 떠올린다면 큰 오산이다. 김문독의 작업은 틀에 박히지 않은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토토즐’에서나 볼 법한 복고풍의 굵직한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하거나, 얼굴 위에 다양한 오브제와 스티치를 올린 것이 그 예다. 그렇다고 커버 사진과 음악이 따로 노는 것은 아니다. 한 장의 커버 사진이 전체 앨범을 아우르는 느낌이다.


‘앨리스 비셔스’의 <Beautiful Creature>는 색감과 폰트로 레트로한 느낌을 주었고, ‘네이키드’의 <Open Your World>에서는 실을 통해 그들만의 세계와 함께 영감을 나누는 네트워크가 되고자 함을 표현했다. 또한, 음악과 다른 장르 예술이 만나 탄생한 공연 ‘새소년 프로독숀’의 포스터 사진은 참여 아티스트 사진을 해체해서 한 사람의 형태로 재조합했다. 덕분에 그가 촬영한 사진은 수많은 앨범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띈다. 그에게 앨범 커버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음악의 메시지와 정체성을 담아낸 하나의 작품이다. 김문독은 “렌즈를 통해 사람의 눈을 마주 보고, 사진 찍는 것이 여전히 신기하다.”라고 말한다. 분명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음악과 사진 모두 그에게 치유의 마법을 부린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그의 사진은 과연 어디까지 변주할 수 있을까. 이를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 싶다.

 

네이키드(NVKED) - Open Your World ⓒ 김문독


 

새소년 프로독숀(SESONEON PRODUCTION) ⓒ 김문독


 



 

뇌 (N'Ouir) - 90년대를 머금은 앨범 커버


 

제이비토 ⓒ N'Ouir


“앨범 커버로 쓰이는 사진은 뮤지션의 취향을 한껏 담은, 앨범 속 음악의 분위기를 머금은 예쁜 포장지다. 음악과 달리, 사진은 1초 만에 파악된다.” 많은 뮤지션들과 사진작업을 하는 포토그래퍼 뇌. 그에게 뮤지션과 음악, 그리고 사진은 사랑하는 가족 혹은 친구 같은 존재다. 자신의 이름 때문에 생긴 어릴 적 별명 ‘뇌’라는 독특한 이름처럼 그와 작업을 거친 뮤지션들의 사진 속 모습은 흔하거나 단순하게 느껴지지않는다. 카메라와 장비 등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포토그래퍼의 스타일 때문인지 사진에서는 90년대 느낌이 난다.


그는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소형 카메라들을 주로 작업에 이용해왔다. 오래된 사진처럼 보이는 이유 역시 이런 아날로그 필름카메라와 자신만의 스타일이 만나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사진은 배경보다는 오직 인물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뮤지션들의 캐릭터 그 자체에 집중하고자 노력한 결과다. 이런 의도를 반영하기 위해 촬영은 주로 야간에 진행한다. 어두운 배경 속에서 터진 플래시는 그의 의도처럼 인물만을 반짝이며 강조해준다. 사진 속 뮤지션들 역시 하나같이 자유분방하고 편안해 보인다. 무언가를 위해 연출된 사진이라기보다는 마치 자유롭게 놀면서 포즈를 취하던 추억 속 한 장면 같다. 그런 독특한 스타일 탓일까. 뇌는 지금까지 뮤지션 김아일의 <Boylife in 12>를 시작으로 긱스, 다이나믹 듀오, 리듬파워, 김사월 등 많은 뮤지션들과 작업했다. 그리고 현재는 뮤직비디오 등의 영상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리듬파워 ⓒ N'Ouir


 

다이나믹 듀오 ⓒ N'Ouir


 

김사월 ⓒ N'Ouir

김영주 기자  2021-08-19 태그 이호수, 김문독, 뇌, 음악, 앨범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