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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스토리

다큐멘터리 지금 여기
오늘날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기획자 및 사진가 4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언제부터인가 ‘다큐멘터리 사진의 위기’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해서, 또는 현실적인 문제때문에, 그리고 더 이상 새로운 소재가 없어서란다. 이런 논리에 따른다면, 다큐멘터리 사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맞다. 그런데 동시대 사진을 보면, 다큐멘터리 같은데 다큐멘터리 같지 않은 사진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다큐멘터리 형식의 재림을 보는 듯하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과연 무엇일까. 객관성을 담보로 한다는 과거의 신화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기획자 및 사진가 4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참여 | 석재현(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디렉터) 신웅재(사진가) 홍진훤(사진가, 기획자)
크리스토프 타너트(Christoph Tannert, Kunstlerhaus Bethanien 디렉터)

 

 

Boundary
결국 흔해빠진 이야기 : 다큐멘터리, 포토저널리즘 그리고 예술


개인적으로 선형적인 구분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늘날의 예술은 ‘무한한 가능성의 총체’다. 트렌드라는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것 옆에 모든 것이 있다. 앨런 세쿨라(Allan Sekula)의 작업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는 객관성과 주관성 사이를 오가는 작업을 한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결합하는 그의 작업은 새로운 다큐멘터리 형식을 보여준다. 또한, ‘다큐멘터리 사진’ 하면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사건을 이미지화 한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미지 제작을 정치화하지 않는가. - 크리스토프 타너트


사회적 가치를 담기 위해 다큐멘터리 사진을 한다. 예술이 추구하는 방향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교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인 현상을 담고 방향까지 제시하는 것이 다큐멘터리 사진이다.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담는지’라는 의도의 차이일 뿐, 근본적으로는 다큐멘터리 사진 역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 석재현


다큐멘터리와 포토저널리즘의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다. 전통적으로 다큐멘터리 사진은 예술, 그리고 저널은 언론이다. 그런데 그 차이가 유의미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포토저널리즘은 그냥 단순한 이미지로만 느껴진다. 이렇게 된 이유는 사진이 글의 구조를 단순히 따라가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의 목적은 주요 의제를 만들고 제시하는 것이다. 단순한 사실 보도가 아니어야 한다. 방향과 시선의 문제는 그 다음 논의할 사항이다. 예술이 취한 이미지 구조를 저널리즘이 가져야만 독자들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 홍진훤

 

 


Present
다큐멘터리 사진의 현재

 

저렴하지만 고성능을 자랑하는 디지털카메라의 보급과 사진을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미디어가 늘어남에 따라 현장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많다. 하지만 범위를 ‘전업’ 다큐멘터리 작가로 한정한다면, 그 수는 극히 적다. 작업을 발표할 수 있는 매체, 특히 신문과 잡지 같은 아날로그 매체 수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말한 현장 사진가들이 늘어나면서 무료 사진이 범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진작업에 대한 정당한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그래서 수입이 급감하고 있는 점을 ‘다큐멘터리 사진의 위기’를 말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신웅재

 

다큐멘터리의 고유한 가치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여기서 ‘누군가’란 사회적 약자일 수도 있고, 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많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이러한 ‘고유 가치’의 영향을 받아 작업을 시작한다. 사회적 대변자 역할을 꿈꾸면서 말이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은 처음 가졌던 마음가짐을 흔들리게 한다. 우리 사회와 교육 기관은 기준 대부분을 경제적인 것에 두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담는 순수한 시도에 용기를 주는 분위기가 아니다. 현실적인 제약이 많으니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는 것에 더더욱 큰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사진이라는 매체의 역할과 특징에 관한 교육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현상은 매체 환경을 열악하게 만든다. 이러한 악순환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가치를 담는 작가들의 수를 줄어들게 했다. - 석재현

 

다큐멘터리 사진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적으로 변화를 일으키거나 사회적 의미를 담는 작업일 필요는 없다. 반드시 그런 의무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요즘 시대에는 영상, 유튜브 같은 매체들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매체와 그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에, 반드시 다큐 작가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작업에만 몰두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바로 보고, 고민하는 것을 의지대로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홍진훤

 

 


Image
드라마틱한 구성, 화려한 색감이 필수일까?

 

글을 예로 들어보자. 시적 표현이 있는가 하면, 강하고 선동적인 표현, 미사여구가 필요할 때가 있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흑백을 보여줄지, 강렬한 슬라이드 톤으로 보여줄지, 앵글은 어떻게 잡을지 등 작가 의도와 주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빛이나 화면 구성 등은 시각적 서사를 풀어내기 위한 필수요소다. ‘시각 언어’인 사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사진이 아름답지 않다는 지적을 받을 때가 있다. 사회 현실이 어둡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대중과 사진을 보는 관람자의 입장이다. 작가는 이 단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넘어선다면, 더 많은 가치를 담은 작업을 할 수 있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 석재현

 

다큐멘터리 사진이라는 범주 내에서 포토저널리즘과 거리사진(스트리트 포토그래피)의 대립은 분명 존재한다. 포토저널리스트들은 현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전달해야 하므로 극적인 연출과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거리사진가들은 사진이 순간을 포착하는 예술이므로 최대한 구성, 색감, 구도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시각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는 예술 표현매체’라는 사진의 정의에 따라 내용과 표현 방식이 조화로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신웅재

 

사진에 있어서 시각적인 요소는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과 의미는 계속변화한다. 이는 사회적인 환경에 의해 바뀌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방향성으로 바뀌는지 그것이 중요하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잘 표현하기 위하여, 사진가의 주제와 의도에 따라 연출 및 과한 앵글이나 이미지 구성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있다. 이미지를 통해 임팩트를 주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강한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생산되어 이를 사람들이 계속해서 받아들일 지는 별개의 문제다. 자극적이고 강하며, 때로는 혐오스러운 이미지가 계속 전달된다면, 사람들은 그 이미지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결국 더는 어떤 느낌도 받지 않게될 것이다. - 홍진훤

 

 

 

Myth

다큐멘터리를 둘러싼 진실과 객관성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둘러싼 진실과 객관성에 대해 모든 것이 ‘Document(증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Document’는 ‘Ding an sich(칸트에 의하면 개인 관념에 영향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사물 자체)’다. 하지만 모든 사진은 촬영된 것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사진에 사진가의 태도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가공된 증거만 제공할 뿐이다. 다시 말해, ‘사회적 현실의 증거’를 그대로 담아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성’이라는 예술적 태도를 바탕으로, 사회적 현실에 관한 통찰력을 전달하는 것이다. 최근 대다수의 현대 사진가/예술가들이 다양한 기법과 개념, 스틸과 동영상, 서사와 비(非)서사, 평면과 공간 등을 혼용해 작업한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수많은 옵션 중 하나다. - 크리스토프 타너트

 

이미지 형식, 생각의 방향 등 다양해진 사회적 내용을 다루는 사진이 많아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그동안 다큐멘터리에는 특정 대상이 있었다. 그 대상은 항상 피해자였다. 그러다 보니, 사진가들은 이에 따른 도덕적 당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이미지가 너무 정형화되었고, 그로 인해 일부 사람들에게는 기존 다큐멘터리 사진들이 고리타분하다는 고정관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작업의 대상에 대해 조금 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선과 악을 비틀고 나누는 작업이 필요하다. 문학과 미술에서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만, 아직 사진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또한, 두 번째로는 아마추어 작가들을 마냥 무시하지 않고, 이들을 프로로 전향시킬 기회나 구조가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사진가들의 풀과 작업이 늘어날 것이다. -홍진훤

 

조작은 위대한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쌓아온 역사와 다큐멘터리 사진 자체의 도덕성, 다큐멘터리 사진가를 향한 신뢰에 흠을 낸다. 그러나 몇 가지 조작을 한다고 본질이 변하겠는가. 포토샵을 필두로 한 사진 보정 프로그램의 성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향상된 작금의 상황에 포스트 모더니스트들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온 사진의 객관성, 진실성의 근거는 무엇인가 등이 앞으로 더 나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브 맥커리 사진에 깊은 감명을 받았지만, 대부분이 연출되고 조작되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과 분노를 느꼈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스티브 맥커리를 중심으로 하는 카르텔이다. 출판사, 잡지, 에이전시 등은 여전히 그의 책을 출판하고, 그에게 일부 사진을 할당하며, 그의 사진을 파는 데 여념이 없다. 이는 스스로 다큐멘터리 사진, 포토저널리즘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 신웅재

 

김영주 기자  2021-08-19 태그 다큐멘터리, 석재현, 신웅재, 크리스토프 타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