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된 사진, 버리지 말고 복원하라 !
오랜 시간이 지나면 사진은 훼손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진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남는 것은 사진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흘러도 사진 속 순간만큼은 영원히 남아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인화물로 보관한 사진은 영원하지 못하다. 세월의 풍파를 견뎌내지 못한 사진이 새롭게 태어나기까지, 그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


세월의 풍파를 이기지 못하고 심하게 훼손된 사진 (사진제공 : 김충식)



필름으로 촬영하던 시절, 사람들은 복제가 불가능한 사진이 혹여 구겨지거나 상처가 나진 않을까 하는 걱정스런 마음을 안고 소중히 앨범 안에 보관했었다. 누구나 손쉽게 사진을 찍고 복제, 보정마저 간편해진 오늘날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과거 필름 사진의 경우 대부분 인화로 작업을 마무리했다. 필름을 보관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인화물을 앨범에 간직하고 보고 또 봤다. JPEG 파일로 마침표를 찍는 요즘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인화된 사진의 경우 아무리 소중하게 다뤄도 시간의 풍파를 막아내기는 힘든 법이다. 언젠가 누렇게 변색되고, 상이 퇴색되고, 디테일 역시 손상되며, 인화지 표면이 갈라지기도 한다. 종종 취급상의 부주의로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경우도 있다. 더 이상 옛 사진을 보며 추억에 젖는 일은 불가능한 걸까?

아이러니하게도 이에 대한 해답은 디지털 기술에서 발견할 수 있다. 과거에는 초상화 전문 화가에게 오래된 사진을 의뢰했다고 한다. 훼손된 사진 위에 최대한 유사하게 그림을 그리고, 이를 복사 촬영하는 방법으로 사진을 복원한 것이다. 굉장한 전문성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포토샵을 이용한 복원이 가능하다. 이런 방법은 국립중앙박물관, 독립기념관 등에서 행해지는 역사 연구에 활용되기도 한다. 특히 천안 독립기념관에는 사진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서는 우리 역사를 기록한 옛날 사진을 수집해서 연구를 위한 아카이브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 1900년대 한국을 기록한 사진부터 10~20년 전 국가 행사를 기록해놓은 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료를 수집한다. 오래된 사진의 특성상 이미 훼손된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는 스캔을 받고 포토샵을 이용해서 복원하는 과정을 거친다.




방법 1. 개인의 추억을 되살리다, 복원 서비스

그렇다면 개인의 역사를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자신 있다면 포토샵을 이용해서 직접 복원을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단순히 툴을 이용할 줄 안다고 누구나 도전해볼 만큼 쉬운 작업은 아니다. 손상된 부분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눈썰미와 이를 복원하기 위한 숙련된 노하우가 요구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설픈 결과물만 불러올 뿐이다.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복원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리터처를 찾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최근에는 손상된 사진을 복원해주는 사진관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개인 사진관부터 후지필름 프랜차이즈 사진관까지. 그들은 ‘찢어진 사진 복원’, ‘구겨진 사진 복원’, ‘색 바랜 사진 복원’, ‘흑백사진을 컬러사진으로 복원’ 같은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갈수록 옛날 사진이 귀해지는 탓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1950~60년대에 촬영된 사진이다. 디지털 작업으로 훼손을 복원하고, 얼굴과 의상은 채색을 가미하여 그 시절의 주택구조와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사진을 만들었다. (사진제공 : 사진병원 김충식 소장)



업체에서는 의뢰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인화물을 스캔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열처리를 통해 인화된 사진의 경우, 스캔을 받으면 사진 위로 엠보싱 무늬가 드러나게 된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포토샵 CS 이상의 버전과 연동되는 ‘FFT(Fast Fourier transform)’ 플러그인을 사용한다. 하지만 엠보싱 무늬를 완벽하게 지우기 위해 강도를 올리면 사진이 자칫 유화처럼 보일 수 있으므로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장 많은 의뢰가 들어오는 복원 사례는 역시나 잘못된 보관으로 인해 구겨지고 찢어진 사진이다. 사진의 훼손 정도와 부분에 따라 다르겠지만, 복구에 앞서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는 과정이 선행된다. 그런 다음 대부분 클론 스탬프 툴(Clone Stamp Tool)과 힐링 브러시 툴(Healing Brush Tool)을 이용해 손상된 자국을 지운다. 이후 작업은 언샤프 마스크(Unsharp Mask) 필터를 이용해 선명도를 증가시키는 작업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이처럼 보편적인 프로세스로 불가능한 작업도 있다. 포토헨지 스튜디오의 남승환 대표는 고객으로부터 50년 전 사진을 의뢰받은 적이 있다. 사진은 결혼식 장면이었는데, 인물의 뒤편에 병풍이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 변색된 것은 물론이고 가장 멀리 있던 병풍 속 그림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미대 강의를 맡기도 했던 그는 인터넷에서 여러 병풍을 참고해 직접 포토샵으로 그림을 그려 넣었다고 한다. 그만의 감각과 노력으로 완벽하게 복원이 가능했던 사례다. 

시간이 흘러 누렇게 변색된 흑백사진 역시 원래의 톤으로 복원할 수 있다. 보통 흑백으로 전환한 후 [Curves] 등을 활용해 톤을 재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은 흑백사진을 컬러로 복원하는 일이다. 이는 짧게는 5시간, 길게는 이틀 이상 걸린다. 사진 주인의 희미한 기억에 상상을 더해서 한 부분 한 부분 세심하게 붓과 페인트 툴을 이용하는, 그야말로 ‘색칠’을 더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1930~40년대 신문에 나온 독립운동가 사진이다. 흐릿한 윤곽을 연필 스케치로 아웃라인을 그리고, 피부질감을 살린 뒤, 채색을 가미하여 생동감 있는 사진을 만들었다. (사진제공 : 사진병원 김충식 소장)



손끝에서 나오는 가치

여전히 붓을 이용해 사진을 복원하는 업체도 있다. 광주에 위치한 ‘사진병원’이 그곳이다. 이곳의 김충식 소장은 화실을 운영하며 동시에 포토샵과 붓을 사용해 사진을 복원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그림을 그려서 사진을 복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포토샵 작업을 병행해서 보다 빨리 퀄리티 높은 복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차적으로 포토샵 작업을 거친 사진 중에서 수작업이 더 필요한 부분에만 그림을 더해 복원하는 것이다. 특정 부분의 윤곽이 많이 사라져 있다든지, 사진을 확대했을 때 선명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든지, 인물의 이목구비가 흐릿한 경우 등의 상황에 그렇게 작업한다. 이렇듯 포토샵 작업만으로 자연스러운 느낌을 내기 어려운 상황일 때 김충식 소장은 붓 칠을 통해서 보다 자연스러운 형태를 그려낸다. 원본 사진을 참고해 최대한 비슷한 색감을 조합한 다음 세심하게 선을 살려낸다. 손끝의 섬세함만으로 생동감 있는 복원이 가능하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그는 “가장 많이 들어오는 의뢰는 약혼이나 졸업식 사진처럼 의미 있는 기념사진의 복원이다. 대부분 오래된 흑백사진이며, 사진 속 인물에게 선물하려고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사실 포토샵 작업보다 손으로 직접 그리는 수작업이 훨씬 까다롭고 오래 걸린다. 결국 디지털의 혁신과 복원 기술의 발전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교한 작업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그 수단이 무엇이든 완벽한 복원 기술은 사람의 손끝에서 나오는 셈이다.



복원 업체 즐겨찾기
복원 작업에 대한 비용은 난이도에 따라 적게는 1만 원부터 많게는 10만 원대까지의 가격대로 형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업체는 이미지 확인 후 가격을 책정한다. 일일이 손 그림을 통해 복원할 경우 적게는 10만 원부터 많게는 30만 원대에 이른다.

사진병원  :  T. 062-511-9902 
포토헨지스튜
디오  :  T. 042-482-3693  /  photohenge.com 
후지필름몰  :  T. 02-3281-7700 / www.fujifilm.co.kr 
119 사진병원  :  T. 010-7942-4701 / blog.naver.com/119_photo 
리더스스튜디오  :  T. 02-474-7979  /  cafe.naver.com/cellophoto

 






법 2. 직접 느끼는 손맛, 포토샵

복원 전문 업체에 의뢰하면 퀄리티가 보장되고, 보다 편리하게 훼손된 사진을 복구할 수 있다. 하지만 금전적인 부담이 뒤따른다. 평소 포토샵에 자신있다면 직접 복원해볼 것을 권한다. 물론 긴 시간과 노동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손상이 심하면 심할수록 작업 난이도가 한도 끝도 없이 높아진다. 하지만 작업을 끝내고 나면 그 성취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 작업과정은 훨씬 까다롭지만, 여섯 단계로 구분해 간단하게나마 설명하고자 한다. 보다 자세한 과정이 궁금하다면 <월간사진>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http://www.monthlyphoto.com/art/tech/techView.do?artId=2001).


step 1. 사진 준비
복원할 사진이 필요하다. 손상이 심하면 심할수록 작업 난이도는 높아지며, 원본은 크고 화질이 우수할수록 작업하기가 수월하다. 준비된 사진은 악조건을 두루 갖춘 샘플이다. 하지만 소중한 사진이라면 시간과 노력을 들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step 1 / 사진준비



step 2 / 데이터 스캔
사진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한다. 우선 사진의 먼지를 최대한 털어낸다. 그런 다음 고해상도 스캐너를 이용해 16비트 TIFF 파일로 스캔 받는다.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사무용 스캐너도 괜찮다. 최대 해상도로 받으면 그럭저럭 사용할 만하다.

step 2 / 데이터 스캔



step 3 / 흑백 전환과 크롭
포토샵에서 스캔 받은 파일을 오픈한다. 불필요한 부분을 크롭 툴을 이용해 잘라내고 수평수직을 맞춘다. 누렇게 변색된 느낌을 보정하고 앞으로의 채색을 위해 흑백으로 전환한다. 인화물 자체가 모노톤이기 때문에 채도를 0으로 낮추기만 해도 된다.

step 3 / 흑백 전환과 크롭



step 4 / 흠집 제거와 톤 보정
지금부터 실력이 요구되는 과정이다. 클론 스탬프와 힐링 브러시 툴을 이용해 흠집을 제거한다. 배경이 되는 하늘은 화이트 톤의 디테일을 손실시키고 밝기를 낮추는 방법으로 작업하면 편리하다. 커브와 마스크를 이용해 톤과 디테일을 조절한다.

step 4 / 흠집 제거와 톤 보정



step 5 / 컬러 채색하기
적절한 색을 상상해 채색한다. 레이어를 만들고, 블렌딩 모드를 Soft Light로 세팅해서 브러시 툴로 원하는 색상을 칠하면 된다. 원하는 색상이 잘 입혀지지 않는다면, 블렌딩 모드를 바꿔보자. 섬세한 터치 테크닉을 발휘할수록 퀄리티는 높아진다.

step 5 / 컬러 채색하기



step 6 / 디테일 리터칭
이 과정은 일반 사진 보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톤을 재조정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컬러를 수정하는 등 보다 높은 퀄리티의 사진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한다. 마지막에는 언샤프 마스크 필터를 이용해 사진이 보다 선명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step 6 / 디테일 리터칭






방법 3. 인공지능과 사진 복원의 만남

인공지능 딥러닝을 활용한 기술은 우리 실생활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사진 복원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더해진 여러 가지 신기술은 사진 복원의 신세계를 펼쳐 보여줄 것이다. 물론, 이미 상용화된 기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1 / 화질저하 없이 해상도 향상
편집 과정에 원본 이미지보다 해상도를 높이지 않아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없는 데이터를 억지로 만들어봤자 용량만 커지고 화질은 나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Gigapixel’ 또는 ‘Waifu2x-caffe’를 이용하면 말이 달라진다. 이 두 프로그램의 딥러닝은 개발 과정에 막대한 양의 사진들을 분석했다. 확대할 때 비어 있는 데이터 사이사이를 유추할 수 있는 변수 데이터를 취득한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미지를 확대하면 원본에서 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 만들어낸다. 즉, 해상도를 높여도 화질 저하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해상도가 높으면 사진을 크게 프린트해도 고화질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훼손된 인화물의 크기가 작더라도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고화질로 확대하여 더 크게 출력할 수 있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이 아니면 포토샵 장인이 와도 불가능한 작업이다. 결과물의 품질은 Waifu2x-caffe 역시 나쁘지 않지만, A.I. Gigapixel이 더 우세하다. 하지만 무료인 Waifu2x-caffe와 다르게 A.I. Gigapixel은 토파즈 사의 유료 프로그램으로 여건에 따라 둘 중 하나를 사용하면 되겠다.

가로 500픽셀 이미지를 5000픽셀로 해상도를 확대한 결과



2 / 극심한 훼손도 완벽하게 복원
그래픽카드 제조사 엔비디아(NVIDIA)는 딥러닝 기술 연구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런 엔비디아가 지난 2018년 4월 공식 유튜브를 통해 인공지능 복원 기술 시연 동영상을 업데이트하고, 이와 관련된 논문 링크를 게재했다. 영상을 보면 원본 이미지를 마우스로 드래그하자 해당 부분이 자동으로 메워진다. 사실 포토샵에도 이와 유사한 기능인 ‘스팟 힐링 브러시 툴’이 있다. 하지만 포토샵의 경우 이미지 내에 존재하는 주변의 질감을 가지고 와서 합성하는 방식을 취한다. 반면, 엔비디아의 신기술은 수많은 이미지를 학습한 딥러닝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변수 데이터로 해당 부분을 메우는 방식이다. 그렇게 되면 같은 이미지 내에 복사할만한 적당한 질감이 없어 메우기 자동 작업이 불가능해 보이는 이미지도 얼마든지 복구할 수 있다. 가령 사람의 머리카락이나 사라진 눈동자 등도 깔끔하게 복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아직 상용화된 기술은 아니지만, 언젠가 리터칭에 큰 영향을 끼칠 기술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훼손된 부분을 마우스로 터치해 복구한 결과



3 / 흑백사진에 컬러 입히는 자동화 기술
사진 복원 중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로운 작업은 컬러링이다. 흑백 이미지에 존재하지 않는 색상을 감각에 의존해서 수작업으로 일일이 색을 칠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인공지능의 딥러닝 기술이라면 자동화가 가능하다. AI 머신러닝 플랫폼 사이트 알고르드미아(Algorithmia)의 ‘컬러라이즈 포토(Colorize Photos)’는 흑백사진을 자동으로 채색해주는 데모 서비스다(https://demos.algorithmia.com/colorize-photos). 이 사이트에 흑백 사진을 업로드하면 금세 생동감 넘치는 컬러가 삽입되어 나온다. 물론 데모인 만큼 해 상도가 긴 변 기준 800픽셀로 줄어서 출력용으로는 사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래의 기술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이는 현재 어도비 리서치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리차드 장(Richard Zhang)’이 박사과정 시절 만든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례다. 리차드 장은 이 기술을 위해 딥러닝에 100만 장 이상의 사진을 학습시켰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웹사이트에 흑백 이미지를 업로드 한 후 내려 받은 채색 결과물

김영주 기자  2021-03-23 태그 사진복원, 사진병원, 훼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