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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스토리

밤의 해변에서 혼자 _ 에드가 마틴스
평범해 보이는데 어딘가 낯선 해변 풍경. 에드가 마틴스는 한밤 중 해변에서 다소 비현실적인 풍경을 그려냈다.

The Accidental Theorist 2007, Untitled (10:25 pm, Oeiras, Portugal)

 

흔히들 바다 하면, 눈부신 태양과 사람들로 북적이는 활기찬 해변을 떠올린다. 하지만 에드가 마틴스(Edgar Martins)는 인적도, 빛도 없는 야심한 시간에 리스본의 해변을 찾아 셔터를 눌렀다. 왜 하필 밤이었을까. 이 작품의 시작은, 차를 몰고 어둠이 짙게 깔린 해안도로를 지나던 오래 전 어느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창 밖으로 어둠에 잠긴 해변이 보였다. 모래사장 위에 덩그러니 놓인 파라솔, 가판대, 심지어 홀로 바다를 찾은 사람까지, 수많은 인파가 사라진 해변의 생경함이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로부터 2년 동안 작가는 계절에 상관없이 해변의 밤을 촬영했다. “모든 존재에 내재된 에너지를 포착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텅 빈 해변에서 인간의 흔적들이 마치 외로운 생명체처럼 사진 속에서 특유의 분위기를 발산한다.

 

The Accidental Theorist 2007, Untitled (10:45 pm, Oeiras, Portugal)

 

The Accidental Theorist 2007, Untitled (11:15 pm, Oeiras, Portugal)

 


빛이 물러가고 어둠에 묻힌 해변에서 에드가 마틴스(Edgar Martins)가 의지한 건, 바로 백사장을 비추는 가로등이었다. 그의 작품 속 드넓은 해변이 배우를 기다리는 연극무대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바로 모래다. 모래는 장소, 계절, 시간에 따라 색감은 물론 입자의 거칠기가 다르다. 그는 작품 캡션에는 촬영한 시각(10:20pm, 1:15am)까지 친절하게 표시되어 있다. 피사체를 주목하게 만드는 이런 요소 덕분인지, 상당히 드라마틱한 장면처럼 표현되었다. 날마다 해변의 수평선을 바라보자니 마치 우주의 끝을 엿보는 느낌이 들었다는 에드가 마틴스. 밤 해변 풍경에 오만가지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The Accidental Theorist, 2007 © Untitled (1:15 am, Oeiras, Portugal)

 


Edgar Martins
영국에 기반을 둔 포르투갈 출신 사진가다. 인간의 개입으로 영향을 받은 공간, 사물 등에 초점을 맞춘 작업을 한다. 영국왕립예술대학에서 사진학 석사를 마쳤고, 그의 주요 작품들은 영국 V&A미술관, 국립미디어박물관, 미국 댈러스미술관 등의 기간에 소장되어 있다.

김영주 기자  2021-01-12 태그 에드가 마텐스, 밤, 풍경,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