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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갤러리
장르에 상관없이 전업, 겸업 사진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온라인 갤러리입니다. 특히 블로그나 홈페이지가 없는 작가, 자신의 작품을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길 원하는 작가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31-870-1081, hiso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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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연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하는 것 글 ㅣ 조아(JOA) 황보연의 사진 <BITE THE BULLET,2018>은 살아가면서 인정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에 관한 것이다. 작품 제목 'bite the bullet'이란 말은 오래전 마취제 없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군인을 수술할 때 입에 총알을 물게 했던 것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황보연은 사진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사진에 등장하는 오브제는 자기 자신을 표상할 수 있는 토템적인 도자기나 가족의 종교와 관련된 것, 그리고 일상적인 소품들이다. 큰 맥락에서 보면 각종 오브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권력, 종교, 죽음 등을 상징한다. 촬영 전 정물사진에 들어갈 오브제들을 먼저 선정한 후, 이것들을 아상블라주(assemblage,여러 물건의 조합) 형식으로 배치한다. 그런 다음 니콘 D850 카메라와 24-70mm 렌즈를 사용해 조리개 f/2.8로 설정해서 촬영했다. 개별 의미를 가진 서로 다른 이질적인 표상은 적절한 배치와 조합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드러냈고 조합된 하나의 이미지는 홍보연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대변해준다. 사진마다 등장하는 배경지의 색상은 오브제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직관적으로 어울리는 것을 선정했다. 사진은 감도를 최고치(ISO51200~)로 올린 뒤 지속광으로 촬영된 것이다. 고감도 촬영은 왜곡이나 노이즈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회피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를 역이용함으로써 오히려 특유의 색감과 노이즈를 드러냈다. 작품을 통해 직설적인 내용을 담고자 했고, 이러한 고감도 방식이 의도하지 않은 노이즈와 바람직한 왜곡을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노이즈의 정도는 언뜻 보면 눈에 띄지 않는 정도다. 그럼에도 고감도와 노이즈는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오브제의 메시지를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노이즈와 왜곡이 의도 하지 않는 불규칙에 대한 조화론적 의미에서 매우 긍정적인 요소가 되는 셈이다. 황보연은 “현대예술의 경우 관념적이다 보니 텍스트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것 같다. 작품이 스스로 관객과 대화를 유도할 수 있도록 유기체적인 예술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한다. <BITE THE BULLET>은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한 첫 작업이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실제 의도한 바는 페시미즘(pessimism, 염세주의 또는 비관주의)에 대한 성찰과 내면의 평정이다. '판단의 보류(Suspending of judgment)'라는 텍스트가 담긴 사진이 그 예다. 그리스 철학자 피론(Pyrrhon)이 제시했던 말인데, 황보연은 그 안에 '복잡한 가치판단을 보류하거나 정지하고 각자 내면의 평정에 도달하자'라는 의미를 담았다. 중요한 가치판단의 요소가 아닌 것들을 인정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진에 '판단의 보류'라는 텍스트를 결합했던 것이다. 사진이 1차적으로 표현하는데 가장 유용하지만 요즘 사물들을 직접 만들고 있다. 손으로 만드는 과정은 감각적 희열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앞으로는 보다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아상블라주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황보연은 보기 드문 감각적 사고의 소유자이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된다. 황보연 자신을 표현하고 싶을 때 가장 유용한 매체를 사진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일차적으로 활용한다. 현재,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 재학 중이며 5DOT展(18.05.14-17), 대구사진비엔날레 사진학과展(18.09.07-10.16), 예술사진프로젝트 오픈 스튜디오展(18.11.21-12.20) 그룹전에 참여했다.
라인석
사진, 접촉하여 접촉하다 글ㅣ 조아(JOA) 라인석의 <TOUCH>는 말 그대로 촉각적 접촉에 의해 탄생된 작업이다. 피사체에 부딪혀 되돌아온 '빛'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사진'이며, 부딪혔다는 것은 곧 접촉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롤랑 바르트가 말한 '노에메 (noeme- that has been)'이며, 사진이 다른 이미지들과 다른 것은 모든 세계와의 '접촉'에 있음 뜻한다. 다시 말해, 만져진 세계가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것이 곧 사진이다. 라인석은 이러한 이론에 오랫동안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사진은 '시각'매체이지만, 그에게 사진은 매우 '촉각'적인 매체였던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촉각을 수반하지 않은 경험은 불완전한 경험이다.”라는 발터 벤야민의 글을 통해 보다 확실해졌다. 이후 이러한 촉각적인 경험이야말로 사진이 갖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생각을 갖고 이것을 작업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론적으로는 복잡해 보이지만 작업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사진용지의 표면을 다양한 도구들로 긁는다. 이때 긁는 방향, 긁는 힘에 따라 접촉의 흔적이 표면에 나타난다. 그것을 프린트 용지로 사용한다. 프린트가 되면서 종이의 긁힌 홈에 잉크가 스며들고, 그것은 모니터에서 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생성된다. 작품 <롯데월드타워로부터>는 니콘 D800e 카메라로 촬영한 다음, 잉크젯 프린터로 프린트 했다. 프린트 이전에 행해진 사전 '접촉'을 통해 전혀 다른 이미지로 재가공되어 도출된다. 또 다른 작품 <From Lotte world tower snow> 작업은 또 다른 방식으로 완성되었다. 먼저, 롯데월드 타워 사진을 찍었다. 이후 이 사진 위로 눈이 내리는 풍경을 더하고 싶었다. 그래서 프린트를 끝낸 다음, 바닥에 소금을 뿌리고 출력된 프린트를 덮었다. 소금 때문에 프린트에 볼록한 부분이 만들어지면 그 부분을 긁어냈다. 하늘색의 푸른 잉크가 벗겨지고 하얀 종이가 눈처럼 나타나는데 이것이 최종 결과물이다. <씨앗으로부터> 작품은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프린트 종이와의 접촉이 잉크와의 접촉으로 이어졌다. 접촉 대상 및 범위의 확장을 가져온 셈이다. 먼저 하얀 종이 위에 수박씨를 뿌리고 촬영을 한 다음 잉크가 종이에 정착되지 않게 프린트를 했다. 그런 다음 마르지 않는 잉크를 문지르거나 붓질 하는 방식이다. <TOUCH>의 대다수 작품 제목은 '~ 부터'이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무엇으로부터' 나온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모나미 볼펜으로부터>, <파버카스텔로 부터> 등 구체적인 사물들의 이름을 달고 있다. 최종적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는 대상과 접촉하지 않았던 그림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고, 모니터에서 보여 지는 사진과도 전혀 다른 사진이다. 사진을 만지고 접촉함으로써 생성된 이미지들은 사진과 회화, 디지털과 아날로그에 걸쳐 있다. 작업 주제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을 취하거나 여러 형식이 하나의 작업에 적용된다. 이 시리즈는 '사진이란 무엇일까?'라는 탐구의 한 과정에서 시작되었기에 이미지메이킹 방식을 취하게 된 것이다. 라인석의 작업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창의적 정신이다. 일반적으로 시도하지 않는 방식이라서가 아니라 자기만의 고유한 방식을 찾아 끊임없이 시도하는 창의적인 실험정신 때문이다. 그는 아직 사진에 대한 질문이 많다. 도대체 사진이 뭐길래, 또는 이미지가 뭐길래에 대한 호기심들을 작업을 통해 충족하고 있다. 라인석 주변에서 쉽게 찍을 수 있는 일상적인 것들을 활용해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2009년 첫 번째 전시 <낯선 하루>(공간 루)를 시작으로 해서 2018년 <이미지의 귀환 third story IMAGE 2 IMAGE>(공간 더 인) 등 몇 차례 개인전을 가졌으며, 다수의 그룹전에도 참여했다.
김중백
빨간 동그라미 글 │조아(JOA) 최근 5년간 재건축, 재개발은 서울지역만도 수백 곳에 이른다. 도시 기능을 회복하거나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재개발이 이뤄진다. 그런데 문제는 저소득 계층은 재개발로 인해 그 지역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중백의 <Red Circles>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재개발이라는 도심 문화 현상을 통해 사회와 그 일원,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삶을 조명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재개발 지역 다큐멘터리 사진은 폐허가 된 낡은 집이나 이미 흔적 없이 사라진 건축물 잔해를 흑백사진으로 담아내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그곳에 살다가 떠난 이들이 버리고 간 사진앨범, 인형, 이불 등의 오브제들이 표현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그는 '무엇'을 담았는가? 재개발 지역에서 흔히 보게 되는 빨간 동그라미다. 심지어 제목마저 친절하게도 <Red Circles>이다. 재개발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빨간 동그라미의 '그 붉은 색'과 '원'의 형태에 집중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재개발과 재건축 붐을 타고 공사가 이뤄지면 누군가의 집 앞 대문이나 벽에는 이주가 완료되었다는 의미로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진다. 왜 하필 동그라미인가. '원'은 'Yes'의 개념을 동반하는 뉘앙스로 말미암아 미묘하게 '동의함'으로 조장된다. 거기다 수많은 색 중 '빨간색'으로 커다랗게 그려진 동그라미는 불안을 수반한다. 사실, 형편이 어려워 아직 퇴거하지 못한 주거인들에게는 목을 조여 오는 협박 표식 “당장 집을 비우시오!”나 다름없다. 그들은 재개발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들의 집 앞에 마치 주홍글씨처럼 빨간 동그라미가 새겨진다. 빨간 스프레이로 거칠게 그려진 이 동그라미는 섬뜩해서 아직 떠나지 못한 이들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한다. <Red Circles>은 인천시 송림동 재개발지역에서 촬영되었다. 이곳은 옛날부터 유명한 달동네였다. 좁은 골목인 까닭에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 OMD E-M10II와 LEICA DG SUMMILUX 15mm (35mm 환산화각 30mm) 렌즈를 사용했고, 조리개 우선으로 F11, 노출을 한 단계 어둡게 해서 가능한 콘트라스트를 강조해 찍었다. 이 작업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을 도입했다. 먼저, 동그라미를 중심으로 장소성이 드러나도록 가능한 멀리, 반대쪽 벽에 최대한 붙어서 삼각대를 설치 후 셔터를 눌렀다. 가능한 동그라미를 중심으로 배경을 담아 현재 상황이나 장소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취했다. 그 장소에 있었던, 진행되고 있는 사건을 사실적이면서도 설명적인 현실(reality) 공간으로 보여준다. 또 다른 사진은 벽이나 대문에 새겨진 동그라미를 프레임 가득 클로즈업 했다. 자신이 하려는 말을 매우 압축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답답하고 암울한 집 주인의 심경을 내포하거나 사회적 모순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접근 방식이다. 이처럼 하나 이상(상징/함축/은유)의 표현 방식과, 하나 이상(나/타자)의 감정 제시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reality)에 대해 '이래도 되는지'를 심층적으로 생각해보고자 함이다. 빨간 동그라미를 새김당한 이들은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며 살지만, 정작 그 표식을 새긴 이들은 '어서 떠나기'만을 재촉할 뿐 그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기치 아래 '선 대책 후 철거'라는 개발방식이 아닌 밀어붙이기식 강제 철거과정에서 물리적, 심리적, 정신적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자신의 집 앞에 동그라미 표식을 새긴 이 '불손한 행위'에 저항할 수 없었던 철거민들은 결국 길거리로 내몰려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도 했다. 김중백은 나의 이야기가 아닌, 특별한 누군가의 사건처럼 보이는 일련의 일들은 지금도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우리들의 '관심 밖' 인식에서 비롯되었음을 주지시키려 애쓴다. 사실 이곳은 부모 형제와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 곧 혹한의 겨울이고 더 이상 버틸 시간이 없다. 재개발 지역 주위로 입출입을 막는 펜스가 높게 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동그라미 표식은 흉기처럼 심장을 찌르고, 핏빛 서린 한의 자국처럼 다가온다. 재개발지역의 철거민들에게 세상이 가한 폭력성을 상기시키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이들의 비극적 서사의 물음은 결국 우리를 향해 있다. 꼭 이렇게 해야만 했는가. 또 다른 방법은 정녕 없는가를 묻고 있다. 김중백 2001년 고려대학교 자연자원대학을 졸업하고 2007년 일본 교토대학 생명과학연구과를 졸업했다. 그는 논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사진을 처음 시작했지만 사진은 이제, 세상을 보는 도구가 되었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많은 이들과 이제 막 소통을 시작하고 있다.
최수정
고전프린트의 고전적 멋 최수정은 다양한 고전 프린트 방식을 접목해 '꽃'이 있는 정물사진을 완성한다. 그녀는 왜 하필 고전프린트 방식을 고집하는 것일까. 이유는, 회화처럼 오리지널 개념이 적용되며 보존성 또한 크고, 무엇보다도 작가의 감성과 시각을 담을 수 있는 고유한 표현방식이기 때문이다. 최수정은 1890년~1910년대 당시 픽토리얼리스트들(Pictorialist)이 주로 사용했던 중크롬산 검 프린트(Gum Bichromate Process), 카제인 프린트(Casein Process), 솔트 프린트(Salted Paper Process), 반다익 브라운(Vandyke Brown Process), 시아노 타입(Cyanotype Process), 칼리 타입(Kallitype Process) 등 다양한 방식의 고전프로세스를 작업에 도입한다. 작품 <Flower Portraits #11, #25>은 반다익 브라운(Vandyke Brown Process) 방식에 의해 완성된 것으로 결과물은 깊은 갈색을 띠며 빈티지한 멋을 풍긴다. 질산은이 함유되어 수세 후 정착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시아노타입처럼 비교적 쉬우면서도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수세가 불충분할 경우 쉽게 변색된다. 수세에 각별히 신경을 쓰거나 무광 왁스나 바니시를 약하게 코팅할 필요도 있다. 이 기법은 대학 1학년 때 교수님 작업을 도우면서 처음 알게 된 방식이다. 이것이 오늘날 최수정이 고전 프린트를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또 다른 작품 <Flower Portraits #21>은 카제인 프린트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중크롬산염과 카제인(우유 추출물)을 이용한 프로세스다. 검 프린트 같이 회화, 판화, 사진의 속성을 고루 갖고 있어 많은 이들이 즐겨 이용하는 방식 중 하나다. 노광시간이 짧고, 중크롬산염의 농도도 검프린트보다 약하게 조제한다. 수용성인 수채물감의 색과 지지체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색조와 질감을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작업 과정은 검프린트와 유사하지만, 카제인을 녹이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려 감광 조제에 어려움이 있다. 뿐만 아니라 노출이 매우 짧아야 해서 최적의 시간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검프린트 현상(상온)보다 고온 현상(수세)에서의 결과물이 좋아 온도 유지가 관건이다. 작품 <Flower Portraits#10>은 최수정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검 프린트(Gum Bichromate Print)방식으로 제작한 것이다. 19세기 후반 회화주의 사진의 주된 기법으로 사용됐으며, 아라비아고무와 감광유제인 중크롬산염, 그리고 수채화 물감을 혼합해서 종이에 바른 후 빛에 감광시켜 경화도에 따라 이미지를 만드는 비은염 컬러사진 프로세스를 거친다. 이 고전 프린트 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회화나 판화, 그리고 사진적 속성을 고루 적용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도 수채물감의 색과 지지체(종이, 나무 등)에 따라 다양한 색조와 질감 묘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쉽기에 이 프로세스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가난한 사진가의 백금”이라 불리는 솔트프린트 방식으로 제작한 작품이 <The Blossom #08,#09>이다. 소금과 질산은을 이용한 기법으로 고가의 백금 인화 대신 적은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다. 노광의 정도, 지지체의 종류에 따라 색이 달라지지만, 건조 후 백금과 같이 갈색부터 어두운 색 계조까지 만들 수 있다. 빈티지한 이미지를 얻고자 할 경우 반다익 브라운 대신 솔트 프린트를 한 후 골드 토닝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사실, 국내에서 솔트프린트 작업은 보기 어렵다. 최수정은 몇 년 전, 비은염 프린트의 대가인 미국 몬태나 주립대 교수인 크리스티나 앤더슨(Christina Z. Anderson)이 국내에서 전시할 때 솔트 프린트를 처음 봤다. 그때 관심을 갖게 되면서 '꽃' 작업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최수정은 여러 인화방식을 '꽃' 정물사진을 통해 실험 중에 있다. 그런데 왜 하필 꽃일까? 어려서부터 꽃을 좋아했고, 그간 다양한 오브제를 시도했지만 '꽃'처럼 즐겁지 못했다고 한다. 자기 내면의 감성과 조형성을 '나름의 꽃'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고전프린트 작업은 사진을 단지 촬영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최종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이 매우 복잡다단하다. 하지만 작가의 개입 덕분에 수작업의 흔적이나 시간의 흔적 등 유일무이한 가치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최수정이 이러한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이러한 작업 행위 속에서 경험하는 것을 중요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인 듯하다. 물론 작업 초기 실패를 거듭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기만의 고유한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예외란 없다. 적성에 맞고, 원하는 이미지를 얻기 위한 고된 과정을 귀한 경험으로 여길 줄 안다면 한번 쯤 도전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최수정 검프린트, 솔트 프린트 등 다양한 고전프린트를 실험하고 있다. 신구대학교 사진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디자인공예학과 사진학 (M.F.A) 석사 졸업 이후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다. 개인전은 <Flower Portraits>(2016, 루시다 갤러리), < The Blossom-Alternative Photography>(2017, 갤러리 인덱스), <천 년의 꽃-MILLENNIUM FLOWER>(2017, 나우 갤러리)에서 가진 바 있다.
임예숙
죽음을 기억하라 글 | 조아(JOA) 임예숙의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제목을 갖고 있다. 살다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죽음의 문턱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겐 평생 잊지 못할 트라우마로 남겨지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값진 경험으로 갱생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임예숙은 운전 중에 차가 언덕 아래로 떨어져 폐차시켜야 했던 고통의 기억이 있다. 당시 사고 광경을 본 사람들에 의하면, 살아 있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사고였다고 한다. 임예숙은 사고 이후 단 하루도 맘 편히 잘 수 없을 정도로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피폐해졌고, 결국 '죽음'에 대한 경험을 사진작업으로 끌어왔다. 국내는 물론 해외를 다니며 <메멘토 모리>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담아 왔다. 사진을 보면 대부분 해외에서 촬영한 것들인데, 오래전 1차 죽음을 경험했던 곳이 바로 해외였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하르렘(Haarlem)의 풍차 박물관(De adriaan)에 갔을 때, 자살을 연상시키는 밧줄과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생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을 상징하는 이미지라는 생각에 사진을 찍었다. 평소 즐겨 사용하는 라이카 M9 카메라를 사용했고, ISO160에 셔터 1/125, 조리개 F4로 설정했다. 십자가 형태의 창살이 보이는 창문에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은 구원의 이미지와 오버랩 되었다. 한가로운 오후, 실내 테이블 위의 찻잔과 눈앞의 밧줄은 너무나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또 다른 사진은 어느 갤러리에서 촬영한 것이다. 당시 거울이 자신에게 “너는 서 있는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거울 속 보여지는 곳에 존재한다.”고 속삭이는 듯해서 셔터를 눌렀다고 했다. ISO160에 셔터 1/200과 조리개 F2로 촬영했다. 자신이 처한 현실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의 문(밝은 문)으로 뛰쳐나가라는 메시지를 준 사진이라고 한다. 임예숙은 프레임 안에서 직관적인 찰나의 느낌을 선호한다. 벨기에 브뤼헤 (Brugges)에 위치한 보트 호텔(Boat Hotel)에서 촬영한 사진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살짝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올 때, 침대에 누워 있던 작가는 자신의 무릎을 프레임 안으로 밀어 넣어 촬영했다. 좌우가 약간 뒤틀린 창문과 초점이 흐릿해 모호한 피사체(무릎)로 인해 불안감은 증폭되고, 살짝 열린 창문은 '죽음'을 치유해주는 또 다른 세상으로의 통로처럼 표현되었다. 또 다른 사진은 서울 성수동에서 촬영했다. 어느 건물 계단에 다다랐을 때 실내가 몹시 어두웠다. 표준렌즈를 사용해 감도를 1000까지 올린 뒤 셔터 1/60과 조리개 F2로 촬영했다. 반영을 통한 액자 속 침대, 반쯤 잘려 나간 남자 그리고 계단의 분절은 임예숙 자신에게는 롤랑바르트(Roland Barthes)가 말한 '찌름(Punctum, 푼크툼)' 그 자체였다고 한다. 롤랑 바르트는 사진 안에서 푼크툼은 '나를 찌를 뿐 아니라 나에게 상처를 주는 그 우연이다'고 했다.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비평가로 알려진 롤랑바르트(Roland Barthes, 1915~1980)는 '사진의 본질'을 이해시키기 위해 푼크툼?(punctum)과 스튜디움(studium)의 개념을 사용했다.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응시자가 느끼는 '감정'과 반응에 관한 것을 이 둘로 구분해 설명한 것이다. '스투디움'은 사진을 보는 순간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정서로 사회 문화적, 관습적 코드로 이해되는 것들이다. 반면 푼크툼적인 사진은 뭔가 자신의 가슴을 찌르는 듯한 것이다. 라틴어로 점(點)을 뜻하는 '푼크툼'은 화살처럼 찌르는 어떤 강렬함을 뜻한다. 문화적인 코드와 관계없이 주관적 시각에 의해 감지되는 경험이다. 사진을 보다가 무의식, 또는 무의지적으로 오는 감정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임예숙은 카메라 렌즈로 대상을 바라보다가 뭔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때, 바로 그 순간을 잘라내어 프레임 안에 정착시켰다. 그녀는 이를 자신만의 '푼크툼적 경험'이라고 말한다. <메멘토 모리> 사진에서 빛은 삶을, 어둠은 죽음을 상징한다. 그녀가 주지하는 죽음은 삶이 끝나는 지점이 아니라, 오히려 삶에 대한 애착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작가가 택한 '경험적 죽음'에 저항하는 방식이다. '망각'이 아닌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허망한 시간들로 덧씌워지지 않도록 상기시키는 '죽음'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려움의 대상이다. <메멘토 모리>의 작업을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감을 덜 수 있다면, 나아가 주어진 시간에 새삼 감사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값진 경험이 되지 않을까. 임예숙 작가에게 사진이란 자가 치유의 도구이다. 중앙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했으며, 2016년 1월의 쿠바(반도 갤러리), 2017년 포토서울 단체전(나우 갤러리), 2018년 미술세계아카데미 단체전(미술세계 갤러리).등 다수 그룹전을 가진 바 있다.
김영수
모나드 이미지의 환영술사 글 | 조아(JOA) 김영수의 작품 '모나드(Monad, 單子)'는 '만물의 근원'에 대한 것으로 주역의 64괘를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이번 작품 <MONAD-Double Slit> 역시 연작의 한 부분으로 64개의 괘를 각각 6개의 효(爻)로 세분화하여 총 384개(64x6)로 구축한 이미지이다. '모나드'라는 용어는 독일 철학자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가 명명한 것으로 세계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의 실체(unit)를 의미한다. 라이프니츠의 2진법 '0'과 '1'은 동양사상인 주역(周易)'의 음(-)과 양(+)에서 발견된 것으로 모나드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는 김영수가 가장 주지한 점이다. MONAD Double-Slit(이중슬릿)은 양자역학의 대표적인 실험 중 하나로 도무지 알 수 없는 코드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다 보니 이미지 자체도 어렵지만, 이미지에 담고 있는 작가의 개념적 접근 또한 난해한 측면도 없진 않다. 그러나 그것 자체가 '모나드' 작업의 핵심이자 묘미다. <MONAD-Double Slit>은 일반적인 작업 방식과 달리 사진을 직접 찍지 않는다. 대신 포털 사이트 검색 창에 주제에 따른 핵심어들을 넣어 관련 이미지들을 채집한 다음 시각화 한다. 현대인들은 인터넷상의 '검색창'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획득하거나 배설한다. 전 세계 불특정 다수에 의해 생성되는 인터넷상의 이미지야말로 현대사회를 가장 잘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가상의 세계는 원본(실재)과 복제(가상)의 구분이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가상(복제)의 현실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거나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그렇기 때문에 채집된 이미지의 외부(가짜) 표상을 통해 보이지 않는 내부(진짜), 즉 세상의 본질과 같은 근원적인 것을 알아보려는 것이다. 이처럼 가상성의 극대화로 채집된 디지털 이미지들은 작가가 고안한 'ORE방식'에 의해 재가공 된다. 'ORE'는 광석을 뜻하는 것으로, 이미지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형체는 사라지고 '색'만 남겨질 때 그 형상이 광석과 비슷해 작가가 명명한 것이다. ORE기법(ORE Method)은 포토샵에서 나름대로 표준화시킨 디지털 이미징 프로세스다. LN(Lining), SP(Spring), IP(Institution Point), PX(Pixel), MT(Multiple Layer), CF(Color Filter), SW (Sewing)의 7가지 방식으로 이미지를 추출한다. 이는 전통적 사진(still image)문법에서 벗어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실험적 행보로 빌렘 플루서가 말한 ??자유는 장치에 대항할 때 유희한다.??를 실감하게 한다. 완성된 작품은 평균 2~3가지 이상의 ORE 기법들이 사용되는데 핵심 키워드로 채집된 수 천, 수 만 컷의 군집된 이미지들은 비틀거나 응축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미지에서 이미지를 거듭 제거하면 본래의 형체(외부)는 사라지고 그 흔적(내부)은 색(픽셀) 점으로 형태적 추상성을 갖게 된다. 중첩과 충돌에 의한 이시동도(異時同圖)의 작은 점은 선과 면으로 확장되는가 하면, 기하학적인 생성과 변주로 끝없이 반복된다. 이는 지시적 상징보다 우연적 반복에 의해 파생된 것들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하나의 픽셀(pixel)은 개별적이면서 동시에 전체를 이루며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는 우주 만물의 현상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즉, 하나가 전체이며, 전체는 하나임을 주지시키려는 것이다. 결국, ORE Method에 의해 정제되어 남겨진 '색'은 물질적인 요소가 제거된 '모나드'의 상징으로 '근원의 본질'을 향한 작가의 의지적 표상이다. 눈으로는 확인 불가능하고 말로도 설명 불가하지만 분명 존재 가능하다고 믿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작가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김영수는, 미시세계(양자의 세계)의 비밀을 파헤칠수록 더욱 알 수 없는 세계를 직면하게 된다고 말한다. 존재의 근원은 애초에 지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즉 상상만이 가능한 세계가 아니겠는가.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존재의 근원'에 대한 궁금증을 어떻게 한 장의 이미지로 쉽사리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김영수의 <MONAD-Double Slit> 사진 이미지를 읽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까닭이 여기에서 기인되는 것이다. 김영수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한경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MONAD>, <MONAD double slit> 작품으로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風景之上,중국>, <한국 Contemporay 작가전,뉴욕>, <대리국제사진제,중국>, <이수이국제사진제,중국>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그리고 <Gallery NOW Advanced Exhibition Award, 2017 >, <Dong-gang Growing-UP IV Artist,2016>, <IPA(int' photography awards) Honorable Mention (USA),2015>에서 수상했다.
조영철
소확행(小確幸)을 담다 조영철 글 | 조아(JOA) 하얗고 조그마한 꽃들이 올망졸망 피어 있다. 분명 냉이 꽃이다. 가느다란 녹색 줄기에 닥지닥지 매달려 있는 것들은 씨앗이다. 둥근 모양, 세모 모양, 길쭉한 모양 등 각양각색이다. 순간, 냉이가 “이토록 예뻤나?” 새삼스럽다. 조영철의 작품 <냉이(Naeng-i)>는 산책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식물'을 소재로 생명의 경이로움을 담아낸 것이다. 주변에서 쉽게 지나치게 되는 낯익은 것들, 별거 아닌 '작은 자연'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니콘 D750카메라와 Micro-Nikkor 105mm 망원렌즈를 사용해 이들의 모습을 클로즈-업 했다. 대부분 조리개를 개방해서 배경을 아웃 포커스하고, 특정 부분만 선명하게 담았다. 촬영 방식만 놓고 보면 평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aeng-i> 사진이 뭔가 달라 보이는 이유는, 그만의 '감성 언어'로 포착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실(reality)에 대한 '직관적 감성'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 감성은 화려하거나 거창한, 탐욕에 의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작고 '작아서' 곁을 내어주는 소소한 한국적 미감이 완성한 아름다움에 가깝다. 알량한 탐미주의적 관심사가 아닌, 오감으로 읽는 '작은 자연'의 심상인 것이다. 특별할 게 없는 '보잘 것 없음'에 담겨있는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조영철 사진의 힘이다. 돌이켜보면 정말 소중한 것은 그다지 거창한 것들이 아니었다. 이는 모리스 마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 의 '파랑새' 이야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 행복을 가져다줄 파랑새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났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돌아왔는데, 정작 자기 집 새장에 있었다는 내용 말이다. 일상 속 행복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메시지다. 조영철의 <Naeng-i> 사진 역시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작은 꽃이며 씨앗들이다. 산책길을 느리게 걸으면서 천천히 생각할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작은 발견인 셈이다. 이 작업에서 가장 주지되는 지점은 무엇일까. '보잘 것 없음'에 대한 선입견을 지우고, '소소한 행복'의 가치를 찾는 것이다. '소확행(小確幸)'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말한다. 최근 이 표현이 핫하게 사용된다는 것은 그만큼 '소소한 행복'에 대한 목마름의 반증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조영철이 '냉이' 사진을 이토록 소박하고 담백하게 구사하는 데는 소확행에 대한 개인적 바람이 담겨 있어서다. 로버트 아담스(Robert Adams)는 흑백 인화의 '존 시스템'을 개발한 안셀 아담스(Ansel Adams)의 풍경사진에 감동을 받아 마흔 넘은 나이에 사진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모든 사진술은 삶의 가치를 찾으려는 시도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조영철 역시 뒤늦게 사진을 시작해 소소한 삶의 가치를 찾고 있다. '냉이'라는 작은 식물에서 느껴지는 원초적 생명력은 소소한 행복을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조영철 작가는 이런 자연 관조적 태도로 철학적 사색을 즐기고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시인 김춘수의 시처럼, 지천에 널린 돌멩이 하나도 눈길을 줄 때, 비로소 나와 함께 한다. '소확행'은 느림의 미학과 맞닿아 있다. 잠시 느리게 길을 걸으며 당신도 소소한 쉼을 가져보면 어떨까. “느리게 걷다 보면, 땅 바닥이나 작은 벽 틈에서도 어떻게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꽃들을 발견하게 된다. 사진을 통해 식물마다 가지고 있는 그 나름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것이 기쁘고, 나 역시 소소한 자연을 통해 많은 에너지를 받는다.” - 조영철 조영철 한때 연극배우와 영화감독을 꿈꾸었으나 수학과 물리의 매력에 빠져 그 분야에서 전문가로 살아 왔다.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Boston Univ.EE 에서 객원연구원을 지냈으며, 뒤늦게 젊은 시절의 꿈을 쫒아 사진에 매진하고 있다.
윤한종
뭐가 보이는가 윤한종 글 | 조아(JOA) “이게 뭐예요?” 윤한종의 사진을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첫 질문이다. 촬영 소재와 표현 방법의 특이성 때문이다. 윤한종의 <Invisible Beings: 보이지 않는 존재>는 TV나 휴대폰,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각종 마이크로 전자부품(칩)을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촬영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고해상도의 산업용 광학기계(카메라, 렌즈, 조명)를 사용한 까닭이다. 너무 작아서 육안으로 보기 힘든 부품의 형태, 색, 표면의 결함 등을 체크해서 양품과 불량품을 선별해내는 기계 장치다. 윤한종은 20년 넘게 이 외관검사 장치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분야에 종사해왔다. 그랬기에 이런 작업이 탄생할 수 있었다. 쌀 한 톨보다 작은 1~4mm 크기의 전자 부품들은 산업용 광학기계로 촬영된 후 약 400배 크기로 확대 출력된다. 고배율로 찍힌 사진은 대상이 갖는 그 자체의 질감을 즉물적으로 드러낸다. 사람들이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보게 될 때 섬뜩해 하거나 경이로워 하는 감흥이 이 작품에서도 느껴진다. 그것은 낯익은 동시에 '낯선 모습'이다. 이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의 이퀴벨런트(equivalent)에서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으로 이어졌던 즉물적 표현 방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처음으로 사진의 기계적 특성을 바탕으로 순수사진을 예술로 승화시킨 스티글리츠로부터 폴 스트랜드(Pual Strand)의 즉물적 표현으로 이어졌고, 1900년대 초, 웨스턴의 즉물적 시각에 의해서 조형성 강한 추상 형태의 사진에 다다른다. 특히 에드워드 웨스턴은 피망, 조개껍질 같은 평범한 오브제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즉물주의적 사진을 선보임으로써 사진미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윤한종의 시각도 그와 닮아 있다. 윤한종은 처음부터 기계적 특성에 주목한 작업을 해왔다. 평소 사용하는 장비의 기계적 정밀성을 바탕으로 한 극명하면서도 단순한 조형성으로 사물의 본질에 다가간 것이다. 리얼리즘에 입각한 상징성이 윤한종 사진의 핵심이다. 그런데 왜 하필 전자부품(칩)을 소재로 선택했을까? 그는 전자부품들이 양품과 불량품으로 선별되는 것을 보면서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Invisible Beings> 작업은 '개인(Individual)'과 '사회(Society)' 시리즈로 나뉜다. '개인' 시리즈는 부품 하나하나를 고배율로 촬영한 반면, '사회' 시리즈는 1만 개의 부품이 자동으로 촬영되어 저장되는 방식을 취했다. 상처받은 사회를 재현하기 위해 화학약품을 첨가해 의도적으로 부식이나 흠집을 내기도 했다. 물론 불량품도 사용했다. 1만 개의 부품은 개인들이 부대끼며 사는 사회를 의미하며, 이는 무결점만을 권장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고 있다. 사실 그는, 완벽해 보이는 전자부품이지만 정밀하게 들여다보면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성공한 사람도 수많은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면서 그 위치에 오른 것임을 주지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간다. 인생을 살면서 실수와 실패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이 사진 안에 담고 싶었다.”- 윤한종 윤한종 홍익대학교 디자인콘텐츠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 <보이지 않는 존재>로 인사아트센터와 나우갤러리에서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을 가졌다. 2018년 《보이지 않는 존재-윤한종 사진집》을 출간했다.
황필주
통찰(通察)의 포트레이트 황필주 글 | 조아(JOA) 얼마 전 갤러리 '서이'에서 황필주의 개인전 <달콤한 유혹>이 있었다. 17세기 바니스타(Vanista) 회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미각을 자극하는 화려한 사탕 작업을 통해 달콤함 뒤에 오는 허무를 담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런데 황필주는 이러한 작업 외에도 오랫동안 인물사진을 해왔다. 그리고 작가 자신 역시, 포트레이트가 전문이라고 말한다. 사진의 다양한 장르 중에서 '인물사진'은 비록 사진시장의 중심에 있지 않지만, 시대 반영이나 자기만의 해석을 통해 그 패러다임을 쌓아가려는 사진가들 덕분에 어렵게나마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단지 보이는 그대로의 인물이 아닌, 각각의 사람마다 지닌 내면 등을 새롭게 제시하고자 하는데 그런 사진가들 중 한 명이 바로 황필주이다. 하지만 인물사진 속 대상이 지닌 본래 모습이나 새로운 내면 등을 찾아내고 표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황필주는 촬영을 하면서 모델이 되는 대상과 많은 대화를 시도한다. 왜냐하면 그 사람에 대해 알면 알수록 고유 모습이나 특징을 잘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 정동환과 이성경, 그리고 래퍼 치타의 포트레이트 역시 그러한 교감의 결과로 탄생된 사진들이다. 그동안 다양한 인물사진을 촬영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을 꼽으라면, 일본 밴드 쿠루리(くるりQuruli)의 사진이다. 한마디로 위트와 키치적 풍경이 감각적으로 재현된 인물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쿠루리 밴드가 국내에 잘 알려지게 된 계기는,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덕분이다. 그 영화의 주제곡인 'highway'를 쿠루리 밴드가 작업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지만, 종종 국내 팬들을 위해 홍대 인디 씬에 자주 와서 공연을 한다. 그들이 내한했을 때 인터뷰가 가능한 카페를 빌려 촬영을 진행했다. 평소 그들 밴드에 넘치는 위트와 즐거운 에너지를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모델 도상우 밴드 화보는 누가 봐도 비틀즈의 유명한 앨범 재킷을 모티브로 재해석한 작업임을 알 수 있다. '해밀턴 호텔'이라는 밴드 명으로 활동 했을 당시 촬영한 사진인데, 이 역시 쿠루리 밴드 사진처럼 황필주만의 위트가 돋보인다. 패션디자이너 홍승완의 포트레이트는 서울패션위크 때 니콘 D3 카메라와 24-70mm 렌즈, 그리고 프로포토(profoto) 조명을 사용해 촬영한 것이다. 사실 모델과 디자이너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무대 뒤편 백스테이지에서 인물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런데도 그가 '인물사진'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그 사람만의 특별한 모습을 찾아내서 그것을 사진 한 컷으로 완성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크기 때문이다. 어느 한 인물의 고유한 면을 찾아 사진에 담고자 하는 황필주의 사진은 인물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짧은 시간동안 그 사람만의 개성을 사진에 담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그럼에도 '인물사진'이 좋은 이유는 그 사람만의 특별한 모습을 찾아내서 그것을 사진 한 컷으로 완성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크기 때문이다” - 황필주 황필주 포트레이트를 중심으로 한 상업사진과 함께 개인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글로벌음악예술 플랫폼 유니크튠즈의 공동 창립자이자 아트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홍익대학교 디자인콘텐츠대학원 사진디자인 전공 석사 학위를 받고, 2018 <달콤한 유혹>(갤러리 서이)전을 포함해 다수의 그룹전을 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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