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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전시

컬러의 맛
초현실적인 구성과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는 마일스 알드리지의 전시가 러시아에서 열리고 있다.

Miles Aldridge The Pure Wonder #1 2005 © Miles Aldridge  Courtesy of Christophe Guye Galerie

 

강렬하고 압도적이다. 화려하고 매혹적인 색채를 품은 사진들이 추위를 잊게 해준다. 컬러는 물론이고, 프레임 속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장면 구성 또한 관람객들을 멈칫하게 만든다. 영국의 패션 사진가 마일스 알드리지(Miles Aldridge)가 바로 전시의 주인공이다. 현재 모스크바에 위치한 루미에르 사진미술관에서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로 구성된 전시 <The Taste of Color>가 열리고 있다.

 

미국 패션지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온 마일스 알드리지에게는 ‘컬러의 제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그는 특유의 심미안과 감각으로 현란한 색채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그 이유는 자극적이고 화려한 색채로 가득한 사진을 통해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진 속에는 화려한 비주얼 외에도 사회에 대한 그의 ‘철학’과 ‘비판’이 녹아들어 있다. 원색적인 컬러에 가려져, 그가 본질적으로 말하려는 바를 단번에 파악하기 힘들 뿐이다.

 

Miles Aldridge I Only Want You To Love Me #1 2011©Miles Aldridge Courtesy of Christophe Guye Galerie

 

마일스 알드리지의 생각은 작품 속에서 담대하고 도발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여성들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아름답거나 그저 차분한, 다소 수동적일 것만 같은 여성의 포즈가 아니라, 칼을 들고 있거나 소리를 지르고, 순식간에 무언가를 부술 것처럼 강인한 포즈가 인상적이다. 그는 작품 속에 강한 분위기를 내뿜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그 의도는 무엇일까. 아내, 엄마, 애인, 가정주부 등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암묵적인 틀과 연약하고 수동적일 것이라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함이다. ‘팜므파탈’의 장면 구성을 통해 보란 듯 사회가 정한 틀을 허무는 방식이다.

 

모델들이 취하는 자세와 장면 구성은 20세기 중반 영화 작품들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라 볼 수 있다. 연약하고 가녀린 모습으로 등장하는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을 정반대의 모습으로 연출시켜 사진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외아들을 잃은 홀어머니의 아픔을 그린 스페인 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 난폭한 남자와 연애를 하는 여성의 스토리를 담은 이탈리아 영화 <길> 등이 그 예다.

 

Miles Aldridge The Rooms #2 2011 © Miles Aldridge Courtesy of Christophe Guye Galerie

 

평론가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은 “마일스 알드리지의 사진들은 그가 생각하는 주제에 대한 ‘묘사’에 불과하다. 그의 사진은 혼란, 분노, 열망, 긴장의 감정을 연기하는 여배우들이 등장하는 하나의 미장센이라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의 압도적인 사진 한 장에 작가의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과 서사가 스며들어 있음을 알게 해주는 말이다. 전시장에서는 그의 확고한 스타일이 묻어있는 사진 40점이 설치되어 있다. 붉은 톤과 자극적인 장면구성이 가득한 사진들이 겨울의 건조함을 잊게 해준다. 러시아에서는 최초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2월 23일까지 계속된다.

 

 

김영주 기자  2019-12-30 태그 마일스 알드리지, 러시아,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