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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스토리

얼굴 없는 초상 _ 디에고 바르동
위트 있고 장난기 넘치는 사진은 아이러니하게도 거리 사진가들이 직면한 초상권 문제를 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얼굴이 사라진 디에고 바르동의 사진이다. 위트 있고 장난기 넘치는 그의 사진은 아이러니하게도 거리 사진가들이 직면한 초상권 문제를 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디에고 바르동(Diego Bardone)의 흑백사진 사랑은 유별나다. “흑백사진 앞에 서 있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도망칠 수 없고, 눈을 감아도 스크린 속 이미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검은색과 흰색, 그리고 끝없는 회색 톤의 연속. 이는 우리네 인생이요, 우리가 기억을 간직하는 방법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흑백의 대비는 단순하면서 강렬해서 한 번 보면 이미지의 잔상이 오래 남는다. 어떤 장면을 ‘기억’하게 하는 데 제격이다. 디에고 바르동 작업의 본질은 자신이 촬영한 여러 장의 흑백 파편을 이용해 지나간 시간의 조각을 이어붙이는 것이다.


디에고 바르동은 평소 로베르 드와노(Robert Doisneau), 에두아르 부바(Édouard Boubat), 엘리엇 어윗(Elliot Erwitt), 이지스(Israëlis Bidermanas) 같은 사진가가 촬영한 휴머니즘 넘치는 거리사진에서 큰 영감을 얻는다. 그래서일까. 그의 거리사진에서도 따스함이 느껴진다. 디에고는 카메라를 들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세상이 불행으로 가득 차 있기에 불행과는 거리가 먼 모습만을 카메라에 기록하고 싶단다. 그의 흑백사진이 낭만과 위트로 충만한 이유다. 
 

 

 

<Faceless: An Ode To Privacy Laws>는 ‘거리사진’에 관한 작업이다. 언뜻 보면 유머러스하고 온기 가득해 보이지만, 여느 작업과 달리 주제가 다소 무겁다. 그는 ‘초상권 문제’에 주목, 사생활 보호법(Privacy Laws)으로 촬영이 어려워진 거리 사진가의 현실에 관해 이야기한다. 분명 심각하다면 심각할 수 있는 사안인데, 이토록 장난기 넘치는 사진으로 표현하다니. 정말 뼛속까지 ‘행복한 사진가’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군지 알 수 없도록 프레임에서 얼굴을 삭제하거나 절묘하게 가렸다. 대신 광고와 신문, 책 표지에 그려진 모델의 얼굴을 그들의 몸과 나란히 배치했다. 이질적인 장면들이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어울리는 것이 신기하다. <Faceless>는 한 장의 사진이 의미가 있으려면, 얼굴이 있어야 함을 역설적으로 말하는 듯하다. 거리 사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잉크 없는 만년필(A fountain pen without ink)’에 불과할 것이다. 초상권 강화 덕분에 우리는 익명의 카메라로부터 자유로워졌는데, 되레 사진가는 자유로운 창작을 할 수 없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더욱이 이를 무겁지 않은 톤으로 재치 있게 표현까지 하니 원칙과 배려 사이에서 꽤 오랜 시간을 고민하게 만든다. 
 

Diego Bardone 20대 중반 이탈리아 신문사에서 사진의 열정을 키우다가, 한동안 사진을 쉬었다. 하지만 흑백사진을 향한 열망이 그를 다시 거리 위로 이끌었다. 평범한 우리네 일상을 잔잔한 미소를 띨 수 있도록 그만의 감각으로 세련되게 포착하는 것이 특징이다. www.diegobardonephotographer.com

박이현 기자  2019-07-22 태그 초상권, 얼굴, 흑백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