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ART

화제의 전시

산업화의 초상 _ 에드워드 버틴스키
거대한 땅에 새겨진 인간의 물리적인 힘에 주목한 에드워드 버틴스키는 신비롭지만 처연한 장관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다.

현대 문명과 자연은 과연 공존할 수 있을까. 세계 곳곳 거대한 땅에 새겨진 인간의 물리적인 힘에 주목한 에드워드 버틴스키는 신비롭지만 처연한 장관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다. 그의 전시가 캐나다의 두 갤러리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광산에서 나온 폐기물이 쌓인 미국 플로리다 지역 연못의 풍경. Phosphor Tailings Pond #4, Near Lakeland, Florida, USA 2012. photo ⓒ Ed Burtynsky, courtesy Metivier Gallery, Toronto

 

나이지리아의 항만 도시인 라고스 지역에 있는 산림 벌채 공장들. Saw Mills #1, Lagos, Nigeria 2016. photo ⓒ Edward Burtynsky, courtesy Metivier Gallery, Toronto

 

나이지리아 니제르 델타 지역의 석유 분쟁이 발발했던 오일 벙커링 현장. Oil Bunkering #4, Niger Delta, Nigeria, 2016. photo ⓒ Edward Burtynsky, courtesy Metivier Gallery, Toronto

 

압도적인 스케일의 자연과 도시 경관을 아름답게, 그러나 의미심장하게 기록하는 캐나다 사진가 에드워드 버틴스키(Edward Burtynsky). 그의 대규모 전시가 모국인 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다. 캐나다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Canada)과 온타리오 아트갤러리(Art Gallery of Ontario)에서 동시에 선보이는 <Anthropocene> 프로젝트는 버틴스키가 지속적으로 주목해온 인간이 개입한 지구의 지질학적 형상과 그 변화를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완성한 결과물이다. 대표적인 사진작품 31점을 비롯해 영상 12점, 그리고 특별히 증강현실 앱을 이용하여 구현된 설치작업도 만날 수 있다. 타이틀 ‘Anthropocene(인류세)’는 지구 환경과 생태계가 인간에 의해 변화하면서 새롭게 대두된 지질시대를 말한다. 지구온난화, 동물 멸종 같은 지구의 변화는 우리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 중이다. 매년 갱신되는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세계 곳곳의 이상 기후들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 현상을 바라보는 에드워드 버틴스키의 시선은 날카롭고도 시(詩)적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풍경사진을 찍어온 그는 지구 지질에 새겨진 인간의 흔적을 추적한다. 미국의 치노(Chino) 광산, 나이지리아 산림벌채 현장, 인도의 염전 등 각국의 산업 현장이나, 혹은 산업 폐기물, 오염된 바다와 같이 산업화로 인해 발생하는 풍경을 특유의 관찰자적인 시선과 앵글로 포착했다.
몽환적인 색감의 추상회화 같은 에드워드 버틴스키의 사진은 알고 보면 지극히 현실적인 풍경을 대상으로 한다. 단지 땅을 조망하는 절대자의 시선을 빌려온 듯 높은 시점에서 오는 낯섦과 생경함이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낼 뿐이다.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거대한 광산의 층층은 오랜 시간 축적된 단층의 일면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느 행성의 한 곳을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하다. 또 대규모 염전의 풍경은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풍경이지만 그의 사진은 절로 빠져들 정도로 매력적인 광경을 선사한다.
실제로 사진 속 풍경은 현대 도시의 이면에 존재하는 곳들이다. 도시가 조성되기 전 땅은 황무지였고, 광산과 채석장은 고층빌딩의 석재와 골재를 조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제 작업은 일종의 탄식입니다.”라는 그의 말에서 작업을 지속해온 이유를 가늠해볼 수 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작가는 수만 년 동안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야생을 경험하고, 반대로 인류가 자연경관에 끼친 막대한 변화를 인식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진에 담은 내용과 무관하게, 렌즈가 대상을 포착했던 순간은 감정이 배제된 중립적인 상태로 보인다. 그저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로서 시각화되어 제시될 뿐이다.
이번 전시에는 에드워드 버틴스키가 최근 아프리카에서 진행한 신작이 포함된다.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현재 지구상에 단 세 마리 남아 있는 북부 흰코뿔소를 기록한 프로젝트다. 특별히 전시공간에서는 지난 3월 죽은 케냐의 마지막 수컷 북부흰코뿔소를 섬세한 3D 이미지로 만나볼 수 있다. 다운받은 앱을 통해서 증강현실로 구현된 이 작업은 관객과 인터랙티브하게 교감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다양한 뉴 미디어를 활용하여 더욱 입체적으로 전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인상적이다. 또한 사진에세이 형식의 영상들, 버틴스키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제니퍼 베이치월(Jennifer Baichwal), 그리고 촬영감독인 니콜라스 드 팡시에(Nicholas de Pencier)가 함께 제작한 87분짜리 다큐멘터리 영상 <Anthropocene>(2018)도 함께 공개된다. 이 전시는 2019년 2월 24일까지 계속되며, 2019년 봄에는 순회전 형식으로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박윤채 기자  2018-11-07 태그 에드워드, 버틴스키, 산업화, 풍경,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