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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사진, 사진 같은 영화
영화와 사진 두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한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과 알렉스 프레이저의 전시.

영화와 사진 두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한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과 알렉스 프레이저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각자 결은 다르지만, 이들의 작업을 보면 사진과 영화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Life and Love on the New York City Subway, 1947

The Debutante Who Went to Work, 1950

 

스탠리 큐브릭의 선천적 재능
Through a Different Lens

 

<공포와 욕망>(1953)을 통해 본격적으로 영화감독의 길을 걸은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롤리타>(1962)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샤이닝>(1980)  등을 연출한 그는 철학적인 주제를 혁신적이고 완벽한 영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감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큐브릭이 영화만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에게는 독특한 이력이 하나 더 있다. 바로 17세 나이에 사진잡지 <Look>의 사진기자로 활동했던 것. 비록 어린 나이에 촬영했지만, 그의 사진에는 인간을 향한 관심이 담겨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역설적이게도 큐브릭의 영화는 성악설을 인간의 본성으로 본다). 현재 뉴욕시 미술관(Museum of the City of New York)에서 진행 중인 <Through a Different Lens>는 스탠리 큐브릭이 <Look>에서 일했던 1945년부터 1950년까지의 사진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구두닦이 소년, 나이트클럽의 열기, 서커스 현장, 쇼핑하는 여성 같은 일상의 풍경을 정교하게 포착한 120여 점의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분명 우리에게 익숙한 평범한 삶의 파편인데, 그의 사진은 세트 위에 연출된 영화의 장면들과 매우 흡사하다. 스크린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과 렌즈 사이의 거리, 시퀀스(Sequence)를 이용한 서사 방식 등이 그의 사진에서 읽히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정교함과 섬세한 미각으로 가득 찬 그의 영상은 아무래도 이 사진들로부터 시작된 듯하다. 그러다 보니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천재의 선천적 재능이 부러우면서도 얄밉게 느껴진다. 스탠리 큐브릭이 사진기자에서 영화의 전설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는 10월 28일까지 계속된다. www.mcny.org 

 

The Big Valley: Eve, 2008 ⓒ Alex Prager Studio and Lehmann Maupin, New York and Hong Kong.

Courtesy Alex Prager Studio, Lehmann Maupin, New York and Hong Kong.

Crowd #3 (Pelican Beach), 2013 ⓒ Alex Prager Studio and Lehmann Maupin, New York and Hong Kong.

Courtesy Alex Prager Studio, Lehmann Maupin, New York and Hong Kong.

 

알렉스 프레이저의 인간 군상
Silver Lake Drive

 

사진가이자 영화감독인 알렉스 프레이저(Alex Prager)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전시다. 40여 점의 사진과 영화작업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사실 그녀는 우리에게 사진가로 더 친숙하다. 게리 올드만(Gary Oldman), 라이언 고슬링(Ryan Gosling), 미아 와시코브스카(Mia Wasikowska), 브래드 피트(Brad Pitt),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 제시카 차스테인(Jessica Chastain)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영화를 촬영했지만, 결과물은 상업영화가 아닌 실험적인 단편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Despair>(2010), <Touch of Evil>(2011), <Face in the Crowd>(2013) 등의 영화와 사진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인간의 고독과 불안감이다. 형식만 조금 다를 뿐이다. 사진 한 컷이 다채로운 인간 군상을 호기심 유발하는 특정 구도로 담아낸 것이라면, 영화는 이러한 군상을 다양한 앵글과 촬영 기술로 묘사한다. 그래서인지 사진작업 메이킹 필름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있다. 사람들에 둘러싸인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 그녀의 대표적인 작업 스타일이다. 특히, 파놉티콘(Panopticon)이 떠오르는 앵글은 군중 속에서 느끼는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미장센(mise-en-scéne)을 과하게 사용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로 인해 작업은 멜로드라마(여주인공 관점으로 서술되는 통속적인 흥미와 선정성 있는 대중극)적 성격이 강조되는데,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건에 감정을 이입하도록 만든다. 영화감독의 눈에 비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런던 포토그래퍼스 갤러리(The Photographers’ Gallery)에서 10월 14일까지 열린다. thephotographersgallery.org.uk 

박이현 기자  2018-10-10 태그 스탠리 큐브릭, 알렉스 프레이저, 영화감독,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