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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스토리

에드워드 호퍼를 위하여 _ 리차드 투쉬맨
미국 사진가 리차드 투쉬맨(Richard Tuschman)은 화가 에드워드 호퍼에 대한 애정을 <Hopper Meditations> 시리즈로 표현했다. ‘에드워드 호퍼가 사진가였다면 바로 이런 작업이 탄생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게 하는 작업이다.

Hopper Meditations ⓒ Richard Tuschman

Hopper Meditations ⓒ Richard Tuschman

Hopper Meditations ⓒ Richard Tuschman

Hopper Meditations ⓒ Richard Tuschman

얼마 전 에드워드 호퍼의 작업을 절묘하게 패러디한 광고가 화제가 됐었다. 그의 작품을 대변하는 강렬한 빛과 그림자, 감성적 색감을 실사로 재현해 큰 인기를 끌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고독과 상실감을 화폭에 담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이 시공을 초월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리차드 투쉬맨(Richard Tuschman)은 에드워드 호퍼의 작업을 오마주해 명성을 얻은 사진가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작품은 보는 즉시 에드워드 호퍼를 연상시킬 만큼 직접적이고 강렬한 게 특징이다. 구글에서 에드워드 호퍼를 검색하면 리차드 투쉬맨의 작품 이미지가 원작과 뒤섞여 나올만큼 세상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된 작업이다.   

# 낡은 앨범 속 세상  
많은 예술가들이 그렇듯,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길 좋아했다. 할아버지의 오래된 사진 앨범을 감상하는 시간도 무척 소중했다. 빛 바랜 사진 속에는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끝도 없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보물창고나 다름없었다. 특히 남북전쟁 당시 촬영된 할아버지의 사진은 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박물관 속에서나 봤음직한 의상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선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사진이란 매체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된 계기다.
# 회화에서 사진으로
대학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했다. 정식으로 사진을 공부한 적은 없다. 다만 포토 콜라주와 다양한 사진 인화 기법을 활용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다. 대학 졸업 후에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그 과정에서 포토샵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사진가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도 디지털 사진의 매력에 일찌감치 눈 뜬 덕분이다. 현재는 대부분의 시간을 사진작업에 투자하고 있다.  
# 빛의 마술사, 에드워드 호퍼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다. 그는 빛의 마술사다. 특히 창문을 통해 번지는 빛을 절묘하게 표현한 작품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을 작품 속에 수수께끼처럼 녹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공간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상상하게 된다. 깊은 몽상에 빠진 인물이 품은 열망 혹은 상실감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듯 하다.
# 미국적인 풍경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작업 대부분이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은 내 삶의 터전이자 특별히 애정하는 도시다. 미국적인 풍경을 감성적으로 담은 그의 작품을 보면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 정밀한 세트 제작
작업을 위해 소형 입체 모형을 제작했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공간과 유사한 형태로 제작된 틀 안에 인형의 집에 사용되는 미니어처 가구를 배치시킨다. 원하는 스타일의 소품을 구하지 못할 경우에는 직접 제작해서 사용했다. 공간적 배경이 될 기본 틀이 완성되면 소품을 모두 직접 페인팅해서 원하는 색과 분위기를 입힌다. 이렇게 완성된 디오라마(입체모형)를 촬영하는 것으로 일차 작업을 마무리한다. 
# 고전미 품은 모델 선정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인은 엄격한 기준에 의해 선택한다. 어디서 본듯한 전형적인 느낌의 미인은 원하지 않는다.  실제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 모델은 대부분 호퍼의 부인이었다고 한다. 호퍼 부인과 유사한 고전미를 간직한 모델을 찾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편이다. 모델은 미리 촬영한 디오라마 이미지와 합성하게 될 것을 계산한 다음 빈 공간에서 촬영한다.   
# 실제와 가상의 결합
모형으로 제작된 세트와 모델을 촬영한 이미지는 포토샵을 통해 하나로 만들어진다. 1990년대부터 디지털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경력을 쌓아 왔기에 포토샵에는 자신이 있다. 서로 다른 크기의 대상이 한 화면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빛과 그림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세계에 대한 해석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 친숙한 실내 공간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는 다양한 공간이 담겨 있다. 하지만 내 작업의 대상은 실내로 한정지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실내 공간이 지금껏 내가 생활해 온 실제 공간과 무척이나 닮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위대한 예술가가 표현하고자 한 인간의 내면이 닫힌 공간 속에서 더 깊고 멀리 울려퍼짐을 느낀다. 
# 작품을 통해 건네는 위로 
에드워드 호퍼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고독과 상실감을 감상적으로 표현했다. 그의 작품을 재해석한 내 작품 역시 삶에 지친 이들에게 소소한 위로를 건넬 수 있으면 좋겠다.
# 영감을 주는 사진가들
인간의 내면을 시퀀스 사진을 통해 표현한 듀안 마이클(Duane Michals), 자연광을 사용해 아름다운 색감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이는 헬렌 반 미네(Hellen van Meene), 시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작품을 발표해 온 파올로 벤추라(Paolo Ventura)의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영감을 받는다.
# 사진의 매력
사진은 흘러가는 시간을 포착해 영원히 간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보는 즉시 즉각적인 감정을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도 매력적이다.

김민정 기자  2017-03-10 태그 에드워드 호퍼, 오마주, 리차드 튀쉬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