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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스토리

‘후레쉬’가 빛나던 밤에
은밀한 장소에 모인 소수, 베갯머리 송사...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우리의 근현대사는 어땠을까.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중요한 의사 결정은 늦은 시간 은밀한 장소에 모인 소수에 의해 이뤄졌고, ‘베갯머리 송사’라는 말처럼 천하를 호령하는 권력 역시 밤에 발생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근현대사는 어땠을까. 

 

 

자유 찾은 안도의 미소
1967년 3월 22일 오후 7시 19분, 서울 용산 미 헬리포트에 전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 이수근이 도착했다. 당시 긴장과 흥분에 창백한 낯빛이었던 그는 2년 뒤, 위장 귀순한 간첩 혐의를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러나 2007년 ‘대한민국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당시 중앙정보부가 이수근 사건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에 법원은 2018년 10월 재심에서 이수근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신조 생포
1968년 1월 21일, 야음을 타고 서울에 침입한 북한 무장공비 31명과 총격전이 일어났다. 그 결과 김신조가 생포됐다. 이는 대한민국 청와대를 기습해 박정희 대통령을 제거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었다. 당시 124부대 31명 중 29명이 사살됐고, 1명은 도주하여 북으로 다시 돌아갔다.

 

 

클리프 리처드 내한공연

1969년 10월 16일부터 3일 동안,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팝스타 클리프 리처드의 공연이 열렸다. 이와 관련된 해프닝 중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건 바로 어느 여성 팬의 ‘속옷 투척’이다. 당시 흥분한 여성 팬들이 자신들의 속옷을 벗어 무대 위로 던졌다고 전해지는데, 항간에는 손수건을 던진 게 와전된 것이라는 설도 있다.

 

 

김대중 피랍
7대 대통령 선거(1971) 때 신민당 후보이자 전 국회의원이었던 김대중(전 대통령)이 일본에서 피랍된 지 5일 만인 1973년 8월 13일 밤 10시 20분께 서울 동교동 자택으로 돌아와 그간의 경위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당시 신문에는 ‘김대중 씨 사건의 파문은 계속 충격의 후유증을 낳은 파노라마의 연속’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여배우와의 심야 데이트
그때나 지금에나 연예인들의 염문설은 연예면의 단골 뉴스다. 1975년 8월 8일, “윤정희와는 결혼 약속이 없다.”라고 기자회견에서 부인했던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발언 10시간 만에 윤정희와 승용차로 드라이브를 하면서 심야의 밀회를 즐겼다고 밝혔다.

 

 

끌려 나오는 야당 총재
YH무역 여종업원들이 농성을 벌이던 신민당사. 1979년 8월 11일 새벽 2시, 이들을 강제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이 출동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1명이 추락사했는데, 당시 경찰은 이를 투신자살로 발표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조사 결과 이는 경찰의 강제 진압 과정에서 일어난 추락사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박정희정권 몰락의 도화선이 됐다. 사진 속 주인공은 당사에 난입한 사복경찰관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오는 김영삼 신민당 총재.

 

 

현장검증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은 저녁 7시 40분경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 연회에 참석했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김
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돌연 오른쪽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김계원에게 “형님, 각하를 똑바로 모십시오.”
라고 말하고는 곧이어 박 대통령을 향해 “각하, 버러지 같은 놈을 데리고 정치를 하니 정치가 똑바로 되겠습니까. 이 죽일 놈!”이
라고 외치며 차지철과 박 대통령을 연달아 쏘았다. 사진은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 현장검증에서 김재규가 박 대통령을 권총으로
쏘는 장면을 재연하는 모습이다.

 

 

박종철 군 추모 미사 후 신부, 수녀, 신자 등이 무언의 시위를 벌이다
1987년 1월 26일.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경찰 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군을 추모하는 미사가 열렸다. 6월 항쟁의 기폭제이자 아이콘이 된, 시위 중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이한열 열사 사진을 촬영한 정태원이 찍은 사진이다.

 

참고 | 눈빛 출판사 _ 전민조, <사진이 다 말해 주었다>, 정태원, <서울발 사진 종합>,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의 보도사진>

박이현 기자  2020-06-10 태그 후레쉬, 역사, 눈빛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