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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전시

바다에 서면 _ 이현권
사진가이자 정신과의사인 이현권은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 셔터를 누른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모호해질 때쯤. 이현권의 셔터는 움직인다. 사진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그는, 이 순간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글 | 박현희(편집장)

 

 

“ 이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정신분석을 받기 시작한 이후다. 카우치에 누워 나를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낯선 경험은 나를 향한 본격적인 관심의 시작이었다. 정신과 의사로서 타인의 마음을 수술하듯 헤집었던 내가 이제 나 자신을 수술대에 올려 나의 손으로 메스를 대고 있다. (중략) 반복했다. 분석의 과정은 그러했다. 이러한 중에 떠오른 영상이 <이분의 일>이었다. ”

- 작가 노트 중에서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있다. 어디가 물인지 어디가 하늘인지 구분이 안 된다. 경계가 흐릿하다. 언뜻 회화처럼도 보인다. ‘바다가 이런 색깔이었나’ 의아할 만큼 묘한 빛깔을 띠고있다. 광활한 바다, 아니 그 너머의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는 이현권의 사진은 그래서 모호하다.

 

정신과 의사이자 사진가로서 다양한 작업을 진행해온 이현권이 3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3월 18일부터 24일까지 갤러리 인사아트에서 열리는 <이분의 일> 전시가 그것이다. 전작에서 한강, 풀숲을 향해 있던 그의 시선은 이제 바다를 향한다. 그런데, 단순한 풍경사진이 아니다. 추상적인 분위기, 작가의 내면을 시각화한 것이다. 그는 정신과 의사이다. 늘‘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살았고, 그러던 중 시작한 작업이 <이분의 일>이다. 정신분석가가 되기 위해 그는 5년간 정신분석을 받았다. 그러는 동안 자신에게 감춰져 있는내면과 상처, 그리고 무의식을 볼 수 있었다. 진짜라고 믿었던 것이 흔들리고, 명료했던 것이 모호해지는 경험. 광활한 바다를 마주했을 때에도 그런 경험을 했다. 그는 바다 앞에 카메라를 세운다. 빛이 물러가고 광활한 공간을 어둠이 채우기 시작할 무렵, 바다와 하늘의 경계도 희미해진다. 사진이 표현할 수 없는 완전한 어둠이 되어도 바다와 하늘의 옅은 경계선은 어렴풋하게나마 감지된다. 드디어 하늘과 바다가 한 몸이 되었다고 느낄 때 이현권은 셔터를 누른다. 오랜 시간 그가 쌓아왔던 감정의 덩어리가 분출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언뜻 평화롭고 고요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무언가 소용돌이치는 힘이 느껴지는 이유다. 정신과 의사로서 품고 있던 인간의 정신과 무의식에 대한생각, 그것을 이미지로 표현한다는 것. 관람객들은 그의 사진 앞에서 어떤 종류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될까.

 

 

 

이현권은 특별히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에 관한 정신분석을 통해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며, 그 중 일부를 사진언어를 통해 표현한다. <1/2 (이분의 일)> 시리즈는 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다. 작가는 가시적인 세계의 비현실성을 '이분의 일' 경계에 배치하고 의식과 무의식의 공간을 층위를 나누어,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기이한 풍경을 담았다. 섬세한 감각으로 묘사된 신비로운 풍경은 내면의 공허한 틈새를 파고든다. 그의 작품을 더 가까이, 오래도록 바라보게 하는 이유이다. ”

- 최유진 디렉터

 

 

 

 

Info
이현권 개인전 <1/2 이분의 일>
기간 : 2020.03.18(수) ~ 24(화)
장소 : 갤러리 인사아트

 

월간사진 기자  2020-03-11 태그 이현권, 사진가, 바다, 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