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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전시

몸, 압도적 신세계
로버트 메이플소프, 헬무트 뉴튼, 비비안 사센 등 몸을 향한 사진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

 

 

야수주의 화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는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고 무아지경으로 춤추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 ‘춤’을 탄생시켰다. 몸을 노골적으로 그린 그 작품은 당대 화가들로부터 외설적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미술사에서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사람의 몸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고, 외설과 예술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소재로 사랑 받았다. 회화뿐 아니라 사진가들 역시도 ‘몸’을 피사체로 활용했다. 그렇다면 헬무트 뉴튼, 로버트 메이플소프, 비비안 사센 등 거장의 반열에 오른 사진가들은 몸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또 표현했을까. 독일에 위치한 헬무트 뉴튼 재단에서 그 해답을 알 수 있는 전시 <Body Performance>가 열린다. 몸의 미학을 다양한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의 얼굴과도 같은 작품은 헬무트 뉴튼(Helmut Newton)의 ‘Ballet de Monte Carlo’이다. 이 작업은 모나코 왕립발레단의 댄서들을 모델로 해서 촬영한 시리즈다. 거리, 계단, 극장 비상구 등 공공 장소에서 나체의 모델들이 과감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헬무트 뉴튼은 이 작업을 진행하면서 마치 연극 감독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공공장소를 무대처럼 활용했고, 아름다운 몸의 곡선을 가진 발레 무용수들을 배우처럼 모델로 세웠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피사체와 사진가의 대담한 시도가 관능적인 사진작품을 탄생시킨 셈이다.

 

 

전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사진은 이탈리아 출신 공연예술가 바네사 비크로프트(Vanessa Beecroft)의 작품이다. 그녀는 수십 명의 인물을 특정 공간에 배치시켜 행위 예술을 보여주거나 그 장면을 촬영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것 역시 텅 빈 베를린 미술관에 속옷만 입은 여성들이 등장한 2005년 공연 'VB55'를 촬영한 사진이다. 수십 명의 여성들이 정면의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이 작품은 고급 포르노라는 비판과 함께 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기했다는 찬사 등 극명하게 대립되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사실 작가는 여성의 신체를 남성의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서가 아닌, ‘사람의 몸’ 그 자체로 보여주고자 했다. 그녀가 여성이 아닌 남성들을 등장시켰어도 동일한 비판을 받았을지 의문이 든다.

 

 

그 외에도 중국의 영화감독 양푸동(Yang Fu Dong)이 1960년대 프랑스 영화의 미장센에 영감을 받아 촬영한 사진은 화려한 공간 속에서 더욱 외로워 보이는 여성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발표 당시 중국 사회에 대한 도발로 간주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1970년대 미국 서부영화 속 대결 장면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로버트 롱고(Robert Longo), 자연과 하나가 된 누드를 예술적인 시선으로 포착한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의 사진도 주목할 만하다.

 

사진은 정지된 장면이지만 보는 사람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반면, 끊임없이 움직이는 몸은 보는 사람의 시선과 마음을 멈추게 만든다. 이는 <Body Performance>전시에 소개된 굵직한 작가들의 명작들이 증명해준다. 전시를 기획한 헬무트 뉴튼 재단의 큐레이터 마티아스 하더(Matthias Harder)는 “몸에 대한 사진가들의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했다. 선정적이고 노골적인 작품부터 은유적으로 몸을 표현한 사진까지 동일한 소재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본 것이 흥미롭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5월 10일 까지 계속된다.

 

Helmut Newton Foundation

20세기를 대표하는 패션사진가 헬무트 뉴튼이 자신의 사진작품을 보존하고 대중들에게 공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3년 설립했다. 바로크풍의 건축양식을 자랑하는 베를린미술관 내부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과 관련된 주제를 바탕으로 기획전이 열린다.

 

월간사진 기자  2020-01-28 태그 전시, 몸, 독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