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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예술의 은은한 향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따끈한 최신 아트 플랫폼을 소개한다. 사진온실, 온수공간 그리고 페이지메일.

시각예술의 은은한 향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따끈한 최신 아트 플랫폼을 소개한다.  ‘사진온실’에서는 셀프 사진을 통해 나를 만날 수 있고, ‘온수공간’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할 수 있으며, ‘페이지메일’에서는 아트포스터를 구매함으로써 시각예술의 문턱이 낮아지는 기적을 맛볼 수 있다.  

 

거울 속의 나에게 사진온실

 

“사진가는 자신의 경험과 관념에 따라 처음 만난 ‘당신’을 이상적인 이미지로 옮기려 애를 쓴다. 또한, 어떤 표정을 요구하거나 자세를 고쳐주기도 한다. 셀프 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겠지만, ‘촬영 순간’ 자신의 모습은 보지 못한다. 이런 모순을 해결한다면, 당신이 가진 가능성과 고유한 분위기를 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 이상재

 

‘사진온실’은 사진가 이상재가 연남동에 문을 연 ‘오롯이 나와 대면할 수 있는’ 사진관이다. 사진가와 사진기를 보지 않는 대신, 거울 속 마주한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통해 개인의 본질을 발견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내가 셔터를 누르는 까닭에 누군가가 나를 촬영할 때 느끼는 긴장감과 어색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다. 먼 옛날 자화상을 그리기 위해 화가들이 거울을 이용했던 것처럼, ‘사진온실’ 역시 거울을 사용한다. ‘하프 미러 셀프사진 촬영 시스템’이라 불리는 이 거울은 이상재가 직접 고안한 것이다.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으며, 현재 특허 출원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10년, 20년 오랜 시간 나와 대면할 수 있도록 프린트에 사용하는 인화지와 매트, 테이프 등을 중성으로 한 것도 인상적이다. 이와 함께 사진 두 장(앞모습, 뒷모습 같은)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양면 액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사진온실’은 인물 내면을 표현하는 이상재의 개인작업 연장선에서, 카메라와 거울 위치가 달라 자신의 표정과 행동에 집중하지 못하는 여느 셀프사진관의 단점을 보완하는 데서 시작했다. 거울 앞에 앉아 나를 충분히 살펴본 다음, 릴리즈 버튼을 누르면 거울 뒤에 숨어 있는 사진기가 나를 촬영하는 방식이다. 처음 몇 분은 굉장히 부끄럽지만, 이내 자연스러운 표정과 행동을 담아낼 수 있다. 이후 완성된 사진을 바탕으로 짧은 글을 적으면, 웹사이트 내 ‘온실 아카이브’에 저장된다. 이 중 많은 공감을 얻은 사진은 ‘월간 온실러’로 선정되며, 이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이야기가 묻어난 작품으로 치환돼 공간 내 갤러리에 전시된다. 이외에도 ‘사진온실’은 셀프사진을 바탕으로 사진 심리 전문가와 교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가격 및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고).


롤랑 바르트는 “사진은 인간 마음의 자국이고, 삶의 거울이며, 적막한 순간 우리 손 안에 쥘 수 있는 응고된 기억”이라고 말한다. 이는 사진이 삶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는 뜻 아닐까. 나와 마주한 시간이 녹아든 사진에 눈길을 주고,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나에 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주소 마포구 성미산로29안길 18, 2층 / 홈페이지 인스타그램(@sazinonsil), www.sazinonsil.com

 

수상한 예술의 향기 온수공간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느낌으로 가득했던 ‘온수공간’의 첫인상이다. 무채색의 정갈한 건물이 업무 밀집 지역과 유흥가, 그리고 주거지를 잇는 도로 중간에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평일 저녁에 한정해 진행됐던 전시 <무상한 무휴일@파커스 피스>(6.10~6.21)를 보기 위해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에 방문한 탓도 있지만,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뒤덮인 주변을 돌아보니 과연 이곳에서 온전히 작품에 몰입할 수 있을지 의심부터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 품었던 의심은 가슴 높이의 흰색 대문을 열자마자 싹 사라졌다. 눈앞으로 소담스러운 자갈길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 위를 사뿐히 지르밟고 나서야 도심 속 조용한 낙원 ‘온수공간’을 만날 수 있다. 작은 문을 열어 보았다. 에디터를 맞이했던 건 고즈넉한 마당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실내 공간이다. 독특하다 못해 특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어질 당시의 구조를 보존한 덕분이다. ‘온수공간’ 디렉터 차보미와 박동훈의 말마따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조화와 통합의 가치’를 담뿍 머금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옛 정취가 남아 있는 공간에 파격적인 현대미술 작품까지 자리 잡고 있어, 이내 시간을 넘나드는 경험을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고요하고 오묘한 분위기에서 예술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온수공간’은 서교동 주택 택지 개발이 한창이던 1969년 지어진 오래된 주택을 증축, 리모델링해지난 6월 개관했다. 이곳은 1년 동안 열리는 팝업 디저트 카페 ‘Idle Floor’와 장르 간의 경계 없는 실험을 할 수 있는 전시 공간(1~3층)으로 이뤄진다. 앞으로 시각예술, 교육 및 강연, 지역사회와 연계한 기획 프로그램, 외부 기획자 및 예술가와의 협업도 선보일 예정이다. 개성 넘치는 ‘온수공간’에서 작가들이 어떻게 작업을 선보일지 - 장소 특정적인 작품 제작, 새로운 설치 방식 고안 같은 - , 공간에 주눅 들지 않는 어떤 작업이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주소 마포구 월드컵북로1길 74 / 홈페이지 facebook.com/onsugonggan

 

 

포스터의 재발견 페이지메일

 

‘페이지메일’은 해외 미술관과 갤러리, 허가된 재단을 통한 오리지널 데이터로 만들어진 예술 포스터를 수입·판매하는 ‘포스터 편집숍’이다. 2017년 온라인 플랫폼으로 먼저 시작했고, 올해 초 을지로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포스터를 수집하던 차지형 대표가 더 많은 사람과 포스터의 가치를 공유하고 싶어 시험 삼아 운영하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온라인 플랫폼만 운영할 때는 대중성 확보를 위해 앙리 마티스 같은 친숙한 작가들의 빈티지 포스터를 주로 선보였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의 문을 연 뒤에는 수요에 상관없이 보여주고 싶은 포스터 라인업을 추가로 구축했다. 초창기보다 포스터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본 것이 아닌 개성 넘치는 포스터를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곳 작품들의 특징은 대체로 그래픽적인 요소와 현대미술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터는 어떤 개념이나 전시 기획 의도에 맞게 다시 디자인된 매체다. 일차적 저작물과 이차적 저작물의 중간 성격이 짙다. 그러나 늘 전문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대량으로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가 디자인 하기도 하고, 작가 사인을 넣어 한정판으로 제작되기도 한다. 포스터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에디션 같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생산되면, 작품 가치는 자연스레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포스터가 예술의 한 장르로 분류되는 건 현대미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향 중 하나다. ‘페이지메일’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 포스터도 이러한 것들이다.


외국인 친구가 있는 사람이라면, 시각예술 작품을 집 벽면에 무심한 듯 시크하게 붙여놓고, 아트상품을 자유롭게 구매하는 것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차지형 대표 역시 비록 고가가 아닐지라도 그림 구매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을 직접 눈으로 목격했기에 그들 문화가 늘 부러웠다고 한다. 이러한 삶에 가까워지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포스터였다. 간혹, 국내에서 포스터를 어려운 미술작품처럼 보여주는 전시가 열리곤 하는데, 이러한 형식을 탈피할 경우 사람들이 포스터를 넘어 시각예술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포스터를 자유분방하게 배치해놓은 을지로 매장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만약, 여전히 도록과 프린트 같은 시각예술품 구매가 꺼려진다면, ‘페이지메일’ 방문을 추천한다.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포스터를 감상하고 구매하는 체험이 시각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기적을 선사할 것이다.

 

주소 중구 을지로 108, 202호 / 홈페이지 인스타그램(@page.mail), pagemail.kr

박이현 기자  2019-09-02 태그 사진온실, 온수공간, 페이지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