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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스토리

그 시절의 색감
공개된 적 없던 게리 위노그랜드의 컬러 사진들

 

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미국의 대표적 사진가 게리 위노그랜드. 절묘한 장면을 포착한 1960년대의 흑백사진은 너무나 유명하다. 기존에 잘 공개되지 않았던 그의 컬러 사진들만을 모은 전시가 미국의 브루클린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Garry Winogrand (American, 1928-1984). Untitled (Houston, Texas), 1964. 35mm color slide. Collection of the Center for Creative Photography, The University of Arizona. ©The Estate of Garry Winogrand, courtesy Fraenkel Gallery, San Francisco

 

만개한 꽃은 주목받지만 이제 막 올라온 싹은 관심받지 못하는 법. 사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게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1967년 뉴욕 현대미술관의 기획으로 다이안 아버스, 리 프리들랜더와 <뉴 다큐멘트 New Documents>전시를 하기 전까지도 그는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 전시를 기점으로 게리 위노그랜드는 이전에 없었던 방식의 사진을 촬영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사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가 되었다. 모더니즘 등 과거 예술에 주로 초점을 맞추는 브루클린 미술관이 52년 전에 열린 당시의 전시와 게리 위노그랜드에게 헌정한다는 의미에서 지금까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그의 컬러 사진들을 12월 8일까지 전시한다.

 

Garry Winogrand (American, 1928-1984). Untitled (New York), 1960. 35mm color slide. Collection of the Center for Creative Photography, The University of Arizona. ©The Estate of Garry ðinogrand, courtesy Fraenkel Gallery, San Francisco

 

1950년대, 60년대의 모습들을 떠올리면 그 당시가 마치 흑백의 세상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당시 모습을 담은 장면들이 하나같이 흑백의 사진들이기 때문이다. 발명 이후에 사진은 회화의 현실을 복제하는 기능을 대체했다. 그러나 컬러까지는 완벽히 구현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그런 의미에서 1960년대 미국을 컬러로 담은 게리 위노그랜드의 사진전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4 - Garry Winogrand (American, 1928-1984). Untitled (New York), 1965. 35mm color slide. Collection of the Center for Creative Photography, The University of Arizona. ©The Estate of Garry Winogrand, courtesy Fraenkel Gallery, San Francisco

 

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를 위해 뉴욕 MoMA는 물론 여러 미술관과 다양한 루트를 통해 그의 컬러 사진을 수집했다. 이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의 유머러스함이 느껴지는 특유의 기존 스타일에 덧칠해진 ‘컬러’라는 요소다. 게리 위노그랜드는 35mm 카메라로 1960년대 후반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컬러 필름으로 사진을 촬영했다고 한다. 미술관 측의 조사에 따르면 그 양이 무려 4만 5천여 장이라고 한다. 1950년대 초반에 사진기자로 경력을 시작한 가방 속에는 컬러촬영을 위한 카메라가 따로 들어있었다. 흑백사진의 주류적 흐름 속에서 그는 남몰래 자신만의 스타일을 투영한 또 다른 무기를 숨기고 있던 셈이다.

 

무비판적이고 다소 방관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사회와 현대인들의 풍경을 담은 그의 경향은 컬러 사진을 통해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보는 이에게 다소 웃음을 유발하고, 대상과 사회를 비꼬는 느낌이다. 그리고 절묘한 시점에 누른 셔터는 그의 태도를 뒤받쳐 준다. 결국 길거리 사진에서 스냅샷의 미학이 무엇인지 증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컬러사진들을 하나씩 자세히 보면 촬영에 있어 색을 바라보고 선택하는 과정에도 그 성향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가령, 데칼코마니처럼 좌우 대칭으로 구성된 인물들과 그들이 입고 있는 옷, 장신구의 색은 작가의 감각과 노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한편, 당시에도 컬러사진이 지극히 일반적이었다면 게리 위노그랜드가 동일하게 엄청난 명성을 얻었을까 반문하게 된다. 흑백사진을 통해 본 그의 사진에 대한 기억 때문일까. 혹은 요즘 만연한 길거리 사진들에 길들여진 탓일까. 그런 점에서 그의 컬러사진들은 큰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친다.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이번에 공개 된 컬러사진들은 우습지만 기묘한 불안감을 주던 작가의 기존 스타일과는 다소 차이가 느껴진다. 웃기고 비꼬느 듯한 인상은 비슷하지만 그 수위가 다소 낮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편안함이 느껴진다.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바닷가의 평범한 모습과 그가 일상적으로 마주쳤을 거리의 사람들이 지닌 표정과 행동들 때문이다. 어쩌면 컬러필름이 들어있던 35mm 카메라는 흑백사진으로 말할 수 없던 게리 위노그랜드의 세상에 대한 시각을 다른 결로 전달한 또 다른 창구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Garry Winogrand (American, 1928-1984). Untitled (New York), 1965. 35mm color slide. Collection of the Center for Creative Photography, The University of Arizona. ©The Estate of Garry ðinogrand, courtesy Fraenkel Gallery, San Francisco

 

“이번 전시는 영향력 있는 그의 작품을 다시 떠올리고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리고 1970년대 미국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컬러로 확인할 수 있다.” 큐레이터 드류 소이어(Drew Sawyer)의 말은 전시의 기획 의도를 잘 설명해준다. 미국의 강렬한 태양 아래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과 한 치 앞을 모르고 바삐 움직이는 그 시절 뉴욕 풍경의 생생함이 말해주고 있다. 흑백이라는 무채색 때문에 교과서의 자료처럼 느껴졌던 모습들이 아니라 과거의 실제 미국 풍경을 이제야 비로소 마주한 느낌이다.

 

 

Brooklyn Museum

미국 뉴욕에서 도서 소장의 목적으로 1823년 개관했다. 19세기 후반부터 기관의 목적을 수정하여 본격적인 미술품 수집을 시작하였고, 1991년 증축 및 재개관을 통해 미국을 대표하는 미술관 중 하나가 되었다. 원시미술,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 미술품을 주로 소장하고 있으며, 현대미술보다는 19, 20세기의 미술 및 사진 작품들을 주로 전시한다.

 

김영주 기자  2019-07-23 태그 게리 위노그랜드, 컬러사진, 뉴다큐멘터리,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