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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스토리

그래 우리는 속물 _ Sasha Gusov
보자마자 피식 웃게 되는 사샤 구소프의 사진이다.

보자마자 피식 웃게 되는 사샤 구소프의 사진이다. 그는 자신이 궁금해 했던 ‘고상하고 아름다운 것만이 예술의 목표가 될 수 있을까?’,
‘사람의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슬픈 사회 현상의 경계는 과연 무엇일까?’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Florence, Italy 2007

 

옆 사람의 스마트폰을 흘끔거리는 듯한 광고 속 모델의 표정, 벤치에 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과 개의 묘한 대비 등 사샤 구소프(Sasha Gusov)의 사진을 보면 어떻게 저런 장면만 골라서 찍었는지 경이롭기만 하다. 오늘은 기필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순간을 포착하겠노라 다짐하고 나섰지만, 찍은 거라곤 ‘베이비 필터’를 이용한 셀카뿐인 누군가는 허탈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기실 그의 이름을 알린 건 ‘볼쇼이 발레단(Bolshoi Ballet)’을 촬영한 작업이다. 1993년 <BJP>에 소개된 이후 그는 독특한 시각을 가진 사진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도통 의미를 알 수 없는 무용수의 추상적인 몸짓도, 막이 오르기 직전 무대를 감싸고 있는 적막한 공기의 흐름도 그의 카메라만 통과하면 한 장의 매력적인 사진으로 재탄생했다. 심지어 무대 뒤에서 담배를 피우는 무용수의 모습은 한 편의 광고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사샤 구소프는 자신의 작업에 관해 “사진은 다큐멘터리다. 단지 특정 순간에 일어나는 일을 박제하는 것뿐이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영화감독이자 그의 절친인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Andrey Konchalovsky)는 “사샤의 사진은 평범한 일상을 반영한 것이 아닌, 예술가의 시선으로 선택하고 포착한 것으로 시간과 공간이 우연히 일치하는 순간이다. 마치 다른 사람을 이용해 표현한 자화상 같은 그의 사진은 관능적이고 매력적이다.”라고 말한다. 둘의 얘기를 모아 “사샤 구소프의 사진은 현실적이면서 매혹적이고 미학적이다.”라고 각색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Venice 1999

Roma, Italy 2005

 

사샤 구소프의 유머러스한 사진 뒤에는 날카로운 사진가의 눈빛이 숨어 있다. 그는 사회 현상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추(醜)에서 미(美)를 찾을 수 있을까’, ‘고상하고 아름다운 것만이 예술의 목표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미학’을 내세워 인간의 속물근성을 들여다보고자 한 것이다. 더불어 시의성 있는 질문도 던진다. 예를 들어, ‘사람의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슬픈 사회 현상의 경계는 과연 무엇일까’ 같은. 그러나 어둡고 냉소적인 견해를 심각하고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사진을 비틀어 보는 이로 하여금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하게끔 만든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비록 웃긴 사진이지만 사람의 표정과 행동을 과하게 묘사하지 않는다는 것. 의도적으로 희화화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이는 수잔 손탁이 했던, “사진은 피사체가 된 사람을 상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사물로 만들어 버린다. 카메라가 총의 승화이듯, 누군가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살인의 승화다.”라는 말과 다른 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관해 사샤 구소프는 “나는 아무도 갖고 싶지 않다. 누구도 총으로 쏘고 싶지 않다. 단지 사람들이 혼자 웃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설명한다. 굉장히 단순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신이 가진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저 현실을 기록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해석은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가 그랬듯 우리에게 달려 있다.

 

Sasha Gusov 러시아 출신. 1989년부터러시아 출신. 1989년부터 영국 런던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1993년 <BJP>에 ‘볼쇼이 발레단’ 사진이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거리 위에서 마주한 풍경을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http://www.gusov.com/

 

Tel Aviv, Israel 2011

박이현 기자  2019-07-03 태그 Sasha Gusov, 다큐멘터리, 스마트폰, 속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