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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봄
메말랐던 사진시장에도 봄이 오는 걸까. 세 개의 새로운 사진 플랫폼이 속속 생겨난다.

메말랐던 사진시장에도 봄이 오는 걸까. 세 개의 새로운 사진 플랫폼이 속속 생겨난다. 해외에서는 ‘artseen’ 같은 플랫폼이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 전시와 아카이브, 판매 등을 집약한, 그동안 보지 못했던 형식의 온·오프라인 채널들이다. ‘사진의 대중화’, ‘사진 신의 활성화’, ‘사진시장 구축’ 등을 기대해볼 만하다 .

 

사진의 모든 곳
291 Photographs′

 

롯데월드타워에 자리하다

4월 11일, 롯데백화점 잠실 에비뉴엘 5층(올림픽로 300)에 사진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플랫폼 ‘이구일 포토그랩스’가 문을 연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가 만든, 세계 최초로 사진을 유통한 뉴욕 화랑 ‘291’을 오마주하는 동시에, ‘공간 291’과의 협력관계를 담아 붙인 이름이다. 흥미로운 점은 사진예술과 관련 서적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송파구, 그것도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에 입점한다는 것. ‘이구일 포토그랩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클래식 음악(롯데콘서트홀)과 뮤지컬(샤롯데씨어터), 현대미술(롯데뮤지엄) 등이 모여 있는 잠실이 문화·예술의 메카로 급부상하는 건 시간문제인 듯하다.

 

‘이구일 포토그랩스’에는 ‘사진의 모든 것’이 있다. 한 마디로 ‘사진 곳간’이다. 사진작품과 사진 출판물, 사진 장비 모두 이곳에 모인다. 사진가가 제작한 굿즈도 관람객을 맞이한다. 사진작품과 사진 출판물은 ‘공간 291’이, 카메라와 필터 같은 사진 장비는 또 다른 협력업체인 ‘반도카메라’가 선보인다. 독립서점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독립서점은 롯데백화점과 직접 계약을 맺고, 팝업 형식으로 참여한다. 각 서점만의 멋들어진 ‘북 큐레이션’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촬영 콘텐츠로 구성된 스튜디오 프로그램, 사진아카데미, 북 토크 등이 준비되어 있다.

 

단연 눈길을 끄는 건 ‘사진 판매’다. ‘더 스크랩’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에디션 상관없는)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500명의 작가로 구성된 풀(Pool)이 첫 스타트를 끊는다. 당연히 작가 풀에 제한된 인원은 없다. 매번 똑같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콘셉트에 따라 사진을 구성할 예정이다. 다만, 풀은 늘어나더라도 플랫폼 참여는 500명으로 한정된다. 500명의 사진만이 진열될 수 있도록 플랫폼 환경을 조성한 까닭이다. 가격은 프린트 사이즈 별로 상이하다. A4 사이즈는 패키지로 3~5만 원대(낱장 구매 불가)에, A2 사이즈는 5~10만 원대(액자 유무에 따라 변동 가능)에 형성된다. 수익은 500명의 작가가 균등하게 나눠 갖는다.

 

상생의 미학

‘이구일 포토그랩스’는 ‘롯데백화점’과 ‘공간 291’의 니즈가 서로 맞아떨어진 결과다. 롯데백화점은 신선한 콘텐츠로 고객들과의 공감대를 넓히고자 했고, ‘공간 291’은 사진 대중화에 기여하고자 했다. 둘의 접점이 바로 ‘사진의 모든 곳’이다. 공간 291은 백화점 손님을 잠재적인 사진 애호가로,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방문을 꺼리는 사진 애호가를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이구일 포토그랩스’의 기획 의도는 ‘사진의 대중화’와 ‘사진 신(Scene)의 활성화’다. 이를 실현하는 데 적격인 인물이 ‘공간 291’ 임수식 대표다. 원로 작가와 젊은 작가, 아마추어와 프로를 잇는 매개체 역할에 걸맞은 사진가이자 교육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갤러리를 부암동에서 서촌으로 옮긴 것도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사진예술의 대중화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대중은 유명 작가의 이름도 모른다. 대중화를 하려면, 대중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백화점 김혜림 과장은 “작가가 살아야 사진 문화가 산다. 명함과 쇼핑백 등의 디자인을 작가에게 맡기는 것도, 작가들이 만든 굿즈를 판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작업을 지탱할 힘을 주고 싶다. 백화점은 공간만 제공한다. 설계 및 인테리어 비용도 우리가 부담한다. 운영은 공간291과 독립서점 등이 직접 한다.”라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서 "반응이 좋으면, 대구나 부산에 1~2개 정도 추가 오픈할 수도 있다. 주요 거점에 ‘이구일 포토그랩스’가 있다면, 주변 상권과 지역 사진 신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의 대중화’, ‘사진 신의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는 건 사람들이 사진을 구매하지 않기 때문 아닐까. 이는 대중이 사진과 친숙하지 않은 데서 기인하는 것일 테다. ‘이구일 포토그랩스’에선 직접 사진을 보고 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처음 사진을 접하는 사람도 이내 흥미를 느끼고 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의 물꼬를 틔워줄 ‘이구일 포토그랩스’의 정식 오픈은 4월 11일이다. 인스타그램(@291photographs_official).

 

아카이브와 매거진의 만남
PHOTOSPACE22

 

사진예술에 관한 콘텐츠

현재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혹은 활발히 활동 중인 사진가들을 모아놓았다. 사진가 이름을 클릭하면 지금까지의 작업을 시리즈별로 구분해 개별 포트폴리오 형식으로 감상할 수 있고, CV와 작업노트 심지어 기존 인터뷰도 볼 수 있다. 홈페이지와 SNS까지 링크되어 있다. 그야말로 대규모 ‘작가 아카이브’다. 그 어려운 일을 ‘포토스페이스22(CEO 윤승준)’가 해냈다. 4월 17일 가오픈을 앞두고 100여 명의 사진가를 선별했다. 기준은 최근 전시 이력과 앞으로의 확장 가능성이라고 한다. 작가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도 한몫 했지만, 무분별한 정보 제공보다는 한 명의 작가를 세세히 보여주는데 중점을 뒀다. 업데이트가 안 돼 점차 사람들이 찾지 않는 기존 사이트들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작가 개개인에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부여했다. 본인 소식을 직접 업로드 할 수 있어 늘 최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운영진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방침이지만, 작가가 원한다면 대신 데이터를 업로드 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중의 관심을 끄는 콘텐츠도 준비했다. 바로 웹진이다. 천수림 편집장과 두 명의 에디터가 함께 제작한다. 사진예술에 관해 흥미를 돋울 수 있는 내용을 준비 중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재빠르게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요, 월간지 지면에서 소개하기 어려운 작가들의 협업 프로젝트, 사진 이론가의 장기 연재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콘텐츠도 기획 중이다. 사진에 음악, 미술, 영화 등을 결합하는 실험적인 시도를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양질의 콘텐츠가 쌓인다면, 스페이스22 전시장을 활용하는 전시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큐레이팅(Curating)과 에디토리얼(Editorial)의 결합’이다.

 

스페이스22 정신을 이어

이 플랫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Submission’ 메뉴다. 일종의 ‘온라인 포트폴리오 리뷰’다. 포트폴리오가 선택되면 국내외 사진작가, 전시기획자, 미술관계자 등에게 리뷰 받을 기회로 이어지며, 웹페이지에도 등재된다. 또한, 우수 포트폴리오 선정 시(상·하반기 각 1점)에는, 4월 17일 개관하는 ‘스페이스22 익선’에서의 전시 기회가 주어진다. 포토마와 차별점이 있다면, 웹페이지에 게재된 리뷰어 중 한 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참가자가 직접 ‘희망 리뷰어’를 적어 낸다는 것. 리스트를 제출하면, ‘포토스페이스22’에서 최대한 연결해준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은 무료로 진행된다.

 

온라인으로 사진을 거래할 수 있는 ‘Store’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내 사진시장을 위해 준비했다. 작가가 직접 가격을 결정해 작품을 내놓는 것이 특징이다. 민감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사진 컬렉터 층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해야 할 일이다. 오리지널 에디션 프린트를 대상으로 하며, 작품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작품 판매가 완료되면, 일종의 에이전트인 ‘포토스페이스22’에게 9.9%의 수수료가 돌아간다. 작가의 신작 또는 처음 유통되는 작품을 거래하는 1차 시장 개념이다. 이와 함께 누군가 소유하고 있던 작품을 다시 거래하는 2차 시장도 있다. 좀 더 예민할 수 있는 지점이다. 가격이 공개되면, 그 가격대에서 작품 가격이 형성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 거래로 이어질지 아직은 미지수다. 시범적 성격이 짙다고 해도 무방하다.

 

특이점이라면 광고 같은 수익구조 없이 운영된다는 것. ‘스페이스22’의 방향성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어렵기만 한 사진예술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조력자로 나서겠다는 말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걱정되는 마음이 든다. 사람들의 관심이 없다면, 이러한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꾸준한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시기다. 4월 17일 가오픈. photospace22.com

 

국내 최초 사진예술 포털사이트
FOTOMA

 

네이버와 구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것들을 모았다!

사진가 하춘근이 2년여 동안 발품 팔아가며 얻은 정보를 집대성한 결정체가 우리 곁을 찾아온다. ‘네이버와 구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사진예술 정보’를 총망라한 포토마(FOTOMA)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 사진예술계의 정보 공유 부재로 인해 전시 기회가 소수에게 집중되는 ‘빈익빈 부익부’ 상황을 개선하고, 협소한 사진예술 시장을 키워 사진가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일조한다는 마음으로 기획한 것이다. 이곳에 가면 국내 사진가, 국내외 갤러리, 국내외 사진축제, 사진 관련 교육기관, 사진 전시, 카메라 등 ‘사진’이란 테마 안에 포함되는 다양한 정보들을 한눈에 찾아볼 수 있다. 마우스 클릭 한두 번이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홈페이지 링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포토마는 ‘사진가가 대중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포털사이트다. 하춘근은 국내 사진시장의 가능성을 엿보기 위해 노력했다. 사진시장 관련 대학원 논문 준비와 브랜딩·마케팅 대행사를 운영했던 경험도 도움이 됐다. 작가들이 전시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전시장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이를 위해 작품 외에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봤다. 그렇게 내린 결론인즉슨, ‘국내 사진시장이 안 되는 건 작가들 책임이 크다’였다. 혹자는 “사람들이 작품을 안 사준다. 우리나라 문화 수준은 아직 멀었다.”고 말했지만(물론 이런 요인도 무시하진 못하지만), 하춘근은 작가들이 준비가 안 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는 것에만 몰두하지, 정작 대중과 소통하는 창구를 고민하는 작가는 찾기 어려웠다. 사진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어려우니 대중들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문화가 사진 시장을 만드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소통의 기본이 무엇일지 고민해보았다. 정답은 ‘콘텐츠’였다.

 

사진가의 팬서비스

전업사진가, 아마추어사진가, 사진애호가, 사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모두 사진예술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포토마를 구성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국내 사진가들의 인명록이다. 사진가를 검색할 수 있고, 클릭 한 번으로 그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갈 수 있다. 그 아래에는 사진 전시정보가 게재되어 있다. 국내 전시 소식을 빠르게 전달하는 ‘사진바다’ 블로그를 연동시켰다. 이외에도 국내외 사진 교육기관, 사진축제, 사진 관련 단행본 및 정기간행물, 사진계 뉴스 등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이를 위해 하춘근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사진가, 갤러리, 출판사 담당자를 직접 찾아가 포토마의 취지와 기대효과에 관해 설명했다.

 

포토마의 핵심은 ‘사진가의 팬서비스’다. 스포츠만 보더라도 적극적이고 친절한 팬서비스는 스타의 인기로 직결된다. 다만, 사진 전시는 스포츠처럼 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다가가는 팬서비스를 위해 사진가가 직접 콘텐츠를 올릴 수 있도록 했다. 회원가입을 하면 ‘마이페이지’가 생성되는데, 이곳에 사진집을 올리면 전체 게시판에서 이를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킬링 콘텐츠는 ‘One-Point Review’다. 자신의 작업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평소 만나고 싶었던 사진가를 선택해 리뷰 받는 프로그램이다. 자신의 작품에 관해서 작가와 대화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하춘근은 포토마를 광고와 사진집 판매, 포트폴리오 리뷰 등을 통해 얻게 되는 수익으로 꾸려나갈 계획이다. 사람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대목이다. 하춘근은 포토마를 준비하며 아쉬웠던 부분이 ‘작가들의 자료 부재’라고 한다. 잘 정리된 포트폴리오와 CV를 준비한 작가가 몇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인명록을 보며 작가들이 자극을 받았으면 한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사진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뜻 아닐까. 그래야만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3월 25일 오픈. fotoma.co.kr

박이현 기자  2019-04-09 태그 이구일포토그랩스, 포토스페이스22, 포토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