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ART

북&컬처

그들이 바다를 건넌 까닭은? _ 김승구, 천경우, 박찬호
세 명의 작가가 전하는, 고난기에 가까운 경험담 그리고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해외 전시 팁을 만나보자.

내 작업이 세계 곳곳을 누비는 일,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것이다. 해외 기획자들과 관람객으로부터 작업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면, 작업이 진일보하는 것을 넘어 작가로서의 성취감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김승구, 박찬호, 천경우는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후배들의 봄날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이다. 그들은 왜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발걸음을 옮긴 것일까. 세 명의 작가가 전하는, 고난기에 가까운 경험담 그리고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해외 전시 팁을 만나보자. 더 넓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우직함의 힘! _ 김승구

 

‘해외기관 초청·협력 전시 지원’ 공모에 선정됐다.
시카고 <Filter Photo Festival> 팀이 운영하는 비영리 공간 ‘Filter Space’ 공모에 선정돼 1,200만 원의 지원을 받게 됐다. 9월 14일까지 <Better Days> 시리즈가 이곳에서 전시된다. ‘해외기관 초청·협력 전시 지원’은 국내 작가의 해외 미술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시행하는 사업이다. 국내 작가의 전시를 개최하는 해외 미술기관이 직접 신청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와의 관계, 전시를 개최하는 이유, 공간의 특징, 판매 인프라를 어떻게 갖추고 있는지 등을 영문으로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 선정되면,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한국 작가의 항공료와 숙박비, 작품 운송비 등을 지원한다. 2019년 사업에는 81개 단체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그중 10개 팀이 최종 선정됐다.

 

올해 유독 참여하는 해외 전시가 아주 많다. 다양한 매체에도 작업이 등장하고 있다. 2018년 <휴스턴 포토페스트>가 기점이 된 듯하다.
‘포트폴리오 리뷰’에 적극적으로 임한 결과가 가시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리뷰어들과 메일을 주고받았다. 그러던 와중 <Don’t Take Pictures>라는 웹진에서 작업을 소개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온라인 플랫폼에 작업이 소개되니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가 늘어나더라. 흥미롭게도 그때부터 다른 웹진과 잡지사에서 연락이 왔다. <Ain’t-Bad>, <It’s nice that> 등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고, 자신들이 진행하는 Submission에 제출하라는 제안도 받았다. 이후 사진 공모 사이트인 픽터(Picter)를 통해서 다수의 해외 공모에 지원했다.

 

Jimei x Arles Photo Festival

 

왜 휴스턴이었나? 리뷰가 큰 도움이 됐나?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리뷰어가 많은니까. 홈페이지에 있는 리뷰어 정보를 바탕으로 리뷰어를 선택할 수 있다. 세 개의 세션이 있는데, 각각 나흘 동안 진행된다. 나흘 리뷰하고, 하루 쉬는 방식이다. 개인이 신청할 수 있는 세션은 최대 두 개다. 하루에 다섯 명씩, 리뷰어 한 명마다 20분씩 미팅했다. 40번 정도 리뷰를 받은 것 같다.
내 작업의 특징은 기록성과 현장성을 바탕으로, 일상의 풍경을 대형카메라로 한 컷씩 촬영하는 것이다. 국내 공모전에서 성과가 없었을 땐 다소 실망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라는 의문이 들어 리뷰에 참여하게 됐다.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처음엔 그들이 평소 접하지 못하는 낯선 풍경이라 내 작업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의 공감 포인트는 달랐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의 풍경을 치밀하면서 동시에 재치 있게 구성한 것, 한국의 사회적·정서적 모순이 한 컷에서 읽히는 것, 특히 오랜 시간 꾸준히 작업한 것에 관심을 보였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다양한 사진 장르를 다루는 공간이 많아서 내 작업을 수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큐멘터리를 다루는 공간은 정제된 기록성을, 순수미술 공간은 이미지 자체를 좋아했다. 게다가 ‘빅토리아알버트뮤지엄’ 큐레이터 캐서린 트로이아노(Catherine Troiano)가 작업을 좋게 평가해줘 ‘Discoveries of the Meeting Place’에도 선정됐다. 여기서 큰 힘을 얻었다. 

 

인상적인 점이 있었다면?
교과서에서 보던 유명 작가들이 리뷰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좋은 평가, 나쁜 평가를 떠나 자신의 작업을 알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중·장년층의 일본 아마추어 사진가도 있었고, 세련된 포트폴리오 상자를 직접 제작해서 갖고온 사람도 있었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의 소극적인 태도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리뷰어들이 작업을 진지하게 봐주는 것도 좋았다. 가감 없이 조언을 해주지만, 태도와 뉘앙스에서 현실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어떤 리뷰어는 아이패드에 전시장을 그려서 설치에 대한 조언도 해줬다. 한 번은 리뷰어 매칭이 안 된 사람을 길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리뷰를 부탁했는데, 다음날 점심시간에 만나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다음날 그곳에 가니 정말 나와 있더라. 사전에 예약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성의껏 봐주는 모습에 감동했다.

 

해외 공모전에 관심이 있다면, ‘picter.com’을 즐겨찾기에 추가하자

 

해외 포트폴리오 리뷰, 공모전을 위한 팁
정답은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하나의 시리즈가 15~20장으로 구성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두 개의 시리즈를 휴스턴에 가져갔다. 프린트 사이즈는 여백을 준 14R 혹은 16R이 적당하다. 작업 설명은 대부분 말(영어)로 했다. 처음 1~2분 정도만 사진과 짧은 텍스트를 함께 보여줬다. 리뷰어 입장에서 20분이라는 시간 동안 사진과 텍스트, 참가자의 설명을 동시에 보고 듣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흰 장갑도 넣지 않았다. 잔 상처가 나더라도, 리뷰어가 보기 편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프린트 할 때 여백을 넣은 이유다. 만약, 해외 공모전 도전에 관심이 있다면, ‘picter.com’을 추천한다. 전 세계 공모전 리스트가 있는 것은 물론이요, 제출과 결제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지원 이력과 결과도 알 수 있다. 단, 피드백은 없다.

 

-

 

 

적극적인 소통은 작가의 필수 역량 _ 천경우

 

젊은 작가들의 해외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
여러 프로젝트를 하면서 타인과의 소통,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았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학생들의 활동영역과 사고를 넓혀주기 위해 학교 밖 전시를 기획했다. 선배 작가로서 나의 경험을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학교에서의 토론과 작업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면서 자연스레 전시로 이어졌다. 첫 번째 전시는 2012년 7월 장항에서 열린 <공장미술제>이었고, 첫 번째 해외 전시는 같은 해 9월 네덜란드 브레다에서 열린 <BredaPhoto Festival>이었다. 참여 작가로 초청받았지만, 한국 젊은 작가를 대신 소개하는 건 어떻겠냐고 역으로 제안했다. 당시 대학원생인 정지현이 대표로 참여했다. 이때부터 학생들의 해외 교류를 지속해서 기획하고 지원했다. 해외에서 전시 제안을 받으면 브레다에서 그랬듯 학생들과 같이하고 싶다고 제의했고, 기회가 있을 때 직접 전시를 제안한 경우도 있었다. 더불어 한국에 방문하는 해외 큐레이터에게는 학생들의 작업 리뷰 및 특강을 요청하기도 했다.

 

해외 전시의 목적은?
일상을 보내는 장소와 상관없이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활동영역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태도를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나의 관심사이자 ‘해외 전시’의 목적이다. 가능하면 동시대 기획자들과 인연을 맺게 해주려고 한다.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함께 교류하며 성장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분명 사진은 서양에서 기술적으로 발전되어 온 것이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드러나는 시각적 재현에 대한 고유한 사고와 사진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한국만의 정체성이 있다. 그리고 이는 현대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사진의 큰 장점은 온라인상에서 소통이 쉽다는 것 아닐까. 다른 장르에 비해 특별한 텍스트가 필요 없어 글로벌한 교류를 신속하고 편리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폴란드 ‘Laznia-Center for Contemporary Art’에서 열린 <New Generation - SIZAK>

 

기억에 남는 전시는 무엇인가?
2013년 스위스 로시니에르(Rossinière)에서 열린 <Alt. + 1000 Festival de photographie>. 화이트 큐브가 아닌, 농가 헛간에 작가 13명이 모여 한 가지 주제로 작업했다. 사전에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실제로 구현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주최 측과 한미사진미술관의 지원으로 모든 작가가 현지에 머물며 작업을 설치하고, 페스티벌에 참여한 여러 작가와 교류할 수 있었다. 2014년 한미사진미술관의 <뉴 제너레이션-시작>도 의미가 깊다. 김태중, 정영돈, 유영진 등의 작가가 참여, 1920~1950년대 활동한 한국 사진가들을 오마주한 작업으로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끌어낸 전시다. 우리에게 터닝포인트가 된 전시다. 이후 덴마크, 독일, 중국 등에서의 해외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2017년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된 <커뮤니티아트 안녕하세요>도 있다. 김재연, 김형식 등 10명의 작가가 지역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상실된 공동체적 감각을 복기시키는 예술 활동을 선보였다.

 

협업했던 작가들이 궁금하다
국내외 기관 및 기업과 8년 동안 프로젝트를 지속해왔다. 그사이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했고, 현재 작가로서 개성 넘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김형식, 유영진, 정영돈, 정지현 등의 이름을 최근 여러 매체에서 접했을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능동적이라는 것. 전시에 초대 받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작가라는 1인 기업을 운영하는 데 적극적이다(작업, 전시, 홍보 등). 중앙대학교 순수사진 전공 대학원생과 졸업생 작품을 소개하는 플랫폼 SIZAK 홈페이지(sizak.org)에 방문하면, 이들의 활동을 자세히 볼 수 있다.

 

2017년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된 <커뮤니티 아트 안녕하세요>

 

(민감하겠지만) 작업의 어떤 면을 중점적으로 보는가?

필연성과 호기심을 얼마나 가졌는지가 중요하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내적 요구가 없다면, 작업을 지속하기가 어렵다. 기존에 알고 있던 전통적인 매체의 개념을 부정하고, 이를 확장할 수 있는 실천력을 가졌는지도 살펴본다. 개방적인 사고와 실험 정신, 지적 호기심, 그리고 성실하게 연구할 수 있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지도교수의 영향도 필요하지만, 표현방식만큼은 자신만의 언어를 찾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유명 작가의 작품을 함께 보는 시간보다,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물리적인 위치가 중요할까? 국제적인 역량이 중요할까?
물리적인 위치보다 글로벌한 사고가 중요하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면, 자신이 사는 곳에서 외쳐라.”라는 말이 생각난다. 200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정보도 부족하고, 국제 기획자들이 한국을 찾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로 삶의 근거지를 옮기는 게 유리해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 더 많은 경험을 원한다면 행동해야 하고, 목적이 있다면 작업을 이해시킬 소통능력을 길러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내 주변에 있는 것들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갖춰야 다른 나라에서도 사진을 통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환상 _ 박찬호

 

‘비전공자, 겸업 사진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활동하는 데 힘든 점은 없었나?
다행히(?)도 사진가로 성공하겠다는 목표가 애초부터 없었다. 모든 사진가가 사진을 통해 부와 명예를 거머쥐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내가 사진을 찍는 건 세상을 좀 더 배우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박찬호는 어머니의 타계로 생긴 마음의 상처를 누군가의 죽음과 마주하며 촬영한 <귀(歸)>를 통해 치유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차별화된 시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모전 최종 심사까지 올라갔지만, 작업과는 동떨어진 질문을 받아본 적도 있다. 하지만 불만을 품진 않았다. 내가 그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업을 발전시키는 단계이니, 좋은 작업을 선보이면 언젠가는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겸업의 가장 힘든 점은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몰입해야 할 때 생업을 위해 현장에서 돌아와야 한다는 게 늘 아쉽다.

 

해외 전시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국내 전시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사진을 찍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김흥구 작가가 “이렇게 좋은 사진을 왜 공개하지 않느냐. <온빛사진상>에 지원해보라.”라고 말했다. 물론 수상은 못했지만, 작업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값진 경험이었다. 몇 달 뒤 석재현 교수로부터 전시를 해보라는 연락이 왔다. 현실적인 이유로 몇 번을 고사했지만, 석 교수 도움으로 2016년 ‘토포하우스’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몇 번의 전시를 더 했다. 그러던 와중 조대연 교수가 해외에 도전해보라고 권유했고, 그길로 <싱가포르 국제 사진페스티벌>에 지원했다. 당시 ‘오픈 콜’에 선정돼 작업을 선보일 수 있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아르헨티나와 중국 전시에 초대를 받았고, 이후 <휴스턴 포토페스트>에도 참여했다.

 

<싱가포르 국제 사진페스티벌> ‘오픈 콜’에 선정돼, 싱가포르 국립도서관 앞에서 작업을 선보였다. 컨테이너(왼쪽)가 갤러리가 된 것이 흥미롭다.

 

예전 인터뷰에서 “국제적인 포토페스트나 해외의 오픈 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라는 말을 했다.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됐던 것,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인가.
싱가포르에서 처음 ‘포트폴리오 리뷰’를 받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좋은 얘기가 많았다.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2018년 <휴스턴 포토페스트> ‘포트폴리오 리뷰’에도 참여했다. ‘죽음의 의미’를 탐구한 <귀(歸)>를 가져갔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여기저기서 인터뷰 제안이 들어왔다. 그중 뉴욕에서 온 리뷰어 한 명이 작업이 마음에 들었는지 내 작업을 여기저기에 추천해주었다. 덕분에 ‘뉴욕 타임스’ 존 오티스(John Otis)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작업이 꽤 상세히 소개됐다. 이후 ‘뉴욕타임스’를 보고 연락했다는 이메일이 멕시코와 이탈리아, 중국, 홍콩에서 왔다. 이탈리아에서 아트북을 제작하는 Libreria Marini 스튜디오는 내 작업을 사진집으로 보고 싶으니 책을 보내 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이로 인해 사진집을 제작하게 됐고, 이탈리아에 보낸 20권이 모두 판매됐다.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니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또 이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니 작업하는 데 큰 힘이 됐다. 특히, 나의 사적인 질문에서 시작된 작업이 공적인 질문으로 돌아올 때 만족감이 컸다. 나의 고민이 나만의 것이 아닌, 세계 모든 사람의 고민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뜻이다.

 

국내와 해외 전시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화 차이’다. 해외는 사진과 관련된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다. 결과물에만 집중(혹은 집착)하는 국내와 달리, 사진에서 파생되는 이야기에 관심을 둔다. 그들의 첫 번째 질문은 늘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이 작업을 왜 했어?”다. 온전히 작업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적극적이다. 그리고 관람객이 많다. ‘포토페스트’에 가면 작업 노출 빈도가 높다. 앞에서 말했듯,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알게 된다. 사진집의 서문을 써준 바우 리후이 역시 ‘포토페스트’에서의 인연이 이어진 것이다. 갤러리와 작가의 판매 수익 분배라든지, 전시 준비, 홍보 등은 국내와 비슷하다.

 

<귀(歸)>를 심층 분석했던 ‘뉴욕 타임스’ 존 오티스(John Otis)와의 인터뷰

 

해외 포트폴리오 리뷰, 공모전 등을 계획 중인 작가들에게 전하는 팁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주름진 할머니와 갓 쓴 할아버지를 찍으면, 외국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리뷰어는 한마디로 ‘선수’ 아닌가. 갈만한 곳은 다 가보고, 공부할 것은 다 공부한 사람들이다. 이미지 자체에 집착하는 것은 내수용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 사진 배운 사람 중에서 절이나 무당 안 찍어본 사람이 어디 있나. 소통할 수 있는 맥락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이러한 사진을 촬영했다면, 사진과 작업노트(영문판, 한글판)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보여줄 수 있도록 말이다. ‘포트폴리오 리뷰’에 참여할 때 시리즈가 너무 많으면 안 된다.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니 2~3개의 시리즈가 적당하다. 프린트 사이즈도 미리 생각해야 한다. 11R로 여러 장을 보여줄지, 20R로 임팩트 있게 보여줄지는 작업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박이현 기자  2021-03-30 태그 김승구, 천경우, 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