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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전시

고독의 향기 _ 이정진
<이정진: 에코-바람으로부터>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가 이정진의 개인전이다.

<이정진: 에코-바람으로부터>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가 이정진의 개인전이다. 그녀는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것 같은 독창적인 한지 프린트로 국제무대에서 활약 중인 사진가다. 전시장에 방문한다면, 1989년부터 지속적으로 작업해 온 아날로그 프린트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Who _ 이정진  Where _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한국  When _ 2018.03.08 ~ 07.01

 

American Desert II, 1994 ⓒ Jungjin Lee

 

실로 오랜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이정진의 개인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는 <이정진: 에코-바람에서부터>는 2016년 스위스 빈터투어 사진미술관(Fotomuseum Winterthur)에서 개최됐던 <ECHO> 연장선상에 있는 전시다. <ECHO>에 출품됐던 작품에 당시 선보이지 않았던 작품을 더해 70여 점의 프린트로 전시장을 구성할 예정이다. 전시는 작가의 오리지널 프린트를 대규모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날로그 프린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진의 작업에는 단순함에서 느껴지는 강단이 있다. 사진 속 피사체는 삭막한 풍경을 뒤로한 채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지만, 꿋꿋함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한지 위에 그려진 그녀 사진은 마치 오브제의 물질성에 특정 의미를 부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랜 시간 사진과 마주하다보면, 이런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어떤 특정 개념보다는 고독의 향기가 사진에 더 짙게 배어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플리머스대학 리즈 웰스(Liz Wells) 교수는 “이정진의 작업에는 숭고한 삭막함과 아름다움이 있고, 감정적인 강력함이 있다. 작업은 우리에게 잊히지 않는 불안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또한, 그녀의 작업은 어떤 공간(장소)과 그곳에 있는 피사체를 섬세하게 묘사하지만, 지형학적이지는 않다. 외적인 것에도 집중하지 않는다. 다양한 레이어를 내포한 채 메타포(은유)로서 작동한다. 이는 우리가 대상의 본질(내적 세계)을 좀 더 깊게 생각하게끔 한다.”라고 말한다.


주지하다시피, 이정진은 한지에 감광유제를 발라 그 위에 사진을 인화하는 수공적 방식을 사용한다. 한지는 피사체의 디테일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또 강조하는데 제격인 우리나라의 전통 종이다. 여기에 작가는 충분한 여백을 만든다. 덕분에 보는 이는 피사체와 심도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 리즈 웰스가 말한 ‘본질을 꿰뚫는 사유의 시간’을 제공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사물을 관조하는 입장을 견지한다. 객관적인 거리와 담담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이는 이미지만 놓고 작업 속 피사체를 판단하는 것이 아닌, 보는 이가 대상과  충분한 교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장치일 것이다. 또한,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이정진의 작업을 또렷하게 각인시키는 원동력과도 다름없을 것이다.

 

Thing 03-04 ⓒ Jungjin Lee

Wind 07-60 ⓒ Jungjin Lee

박이현 기자  2018-03-08 태그 이정진, 에코, 한지, MM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