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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스토리

바다에 살다_유용예
해녀들의 삶과 애환을 다룬 사진작품으로 가파도에서 거리 전시를 마치고 상경한 그녀와 나눈 두 시간의 대화.

긴 머리에 가무잡잡한 피부를 지닌 그녀를 보자 단번에 유용예 작가임을 알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짭짤한 바다 내음이 나는 듯했다. 
해녀들의 삶과 애환을 다룬 사진작품으로 가파도에서 거리 전시를 마치고 상경한 그녀와 나눈 두 시간의 대화.   

 

 

 

 

 

ⓒ유용예

 

# 가파도, 그리고 해녀 
제주도와 마라도 사이에 작은 섬 가파도가 있다. 작가는 그곳에서 해녀들과 함께 살고 있다. 처음엔 서울과 가파도를 자주 오가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아예 가파도 주민이 되었다. 해녀복을 맞춰 입고 해녀들과 함께 물질을 하며 그들의 삶과 애환을 가까이서 촬영한 지 햇수로 5년째. 처음엔 그냥 바다가 좋았다. 그러다 문득 해녀들의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들을 따라 한 손에 태왁(물질할 때 물에 띄워놓고 채취한 해산물을 담는 어구)을 잡고, 또 다른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그렇게 바다로 들어갔다. 바다에, 해녀에, 그리고 섬 생활에 서서히 물들어갔다. 


# 할망바다
유용예 작가는 원래 스킨스쿠버를 좋아했다. 물속에서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물질은 달랐다. 특히 가파도의 물살은 여느 곳보다 거센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때 무턱대고 들어갔다가 저체온증에 걸려 고생한 적도 있었다. 그런 작가에게 할망바다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할망바다’란 나이 든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얕은 바다를 말한다. 장차 커서 해녀가 될 어린 소녀는 처음엔 할망바다에서 물질을 시작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하면 다시 할망바다로 돌아온다. 이런 해녀의 삶은 작가에게 생의 윤회를 떠올리게 했다. 유용예는 바다를 통해 삶과 죽음, 생의 순환을 본 것이다.


# 수중 촬영의 맛  
물속에서는 노출이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스트로보를 사용한다. 그녀도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스트로보도 자연광보다 좋은 결과물을 내지 못한다. 그녀의 수중 촬영 작품 모두 조명 없이 자연광만으로 촬영한 것이다. 하지만 빛만큼이나 촬영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부유물이다. 물을 탁하게 만드는 부유물만 적다면, 빛의 방향을 잘 파악해서 자연광을 이용해 찍는 것이 최선이다. 유용예 작가는 니콘 D810에 오로지 방수하우징만 씌운 채로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수중 해녀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 바다의 딸이 되다   
동네 해녀들과 함께 물속에 들어가 소라 캐고 미역 따고 톳 채취하는 일은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처음에는 작가도 고전했다. 하지만 차츰 단련된 덕분인지 수중에서 버티는 시간도 많이 길어졌다. 이제 4시간은 거뜬히 버틸 수 있을 정도다. 


# 사진, 마음을 녹이다  
지금껏 해녀를 촬영한 사진가들은 많았다. 어찌 보면 신선하지 않은 소재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업을 결심한 이유는 따로 있다. 작가적 관점을 떠나서 ‘가파도 해녀들에게 뭔가 돌려주고 싶어서’였다. 바다를 알게 해준 것이 너무도 고마웠고, 그래서 진심이 담긴 선물을 건네고 싶었다. 처음엔 함께 물질을 나가서 촬영한 사진을 작게 프린트해서 해녀들에게 건넸다. 그것을 받고 많은 분들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기뻐해주었다. 그것이 가파도 해녀들을 위해 특별한(!) 사진전을 열기로 결심한 계기다. 지난 5월 동네 담벼락에 그들의 사진을 전시했다. 작가가 직접 서울에서 프린트를 해왔고, 가파도 풍경과 어우러진 이색 전시는 그곳 주민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촬영을 거부하던 해녀할망도 경계심을 풀고 다가왔다. 주변에서는 무모하다고 했지만, 결국 진심이 통한 셈이다. 
바다는 누군가에겐 그저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 치열한 생의 터전이자 고난이다. 작가에게 있어 해녀는 또 다른 바다다. 수중 속 해녀 사진을 그저 ‘아름답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의 바람은 사진을 통해서 이 시대 해녀들의 고된 삶과 생에 대한 애착을 바라봐주는 것이다. 이제 작가의 시선은 바다 그 너머, 더 넓은 바다를 향하고 있다. 

박이현 기자  2017-06-12 태그 가파도, 할망, 해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