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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찍은 사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조지 브라사이가 회화를 공부한 사진가라면, 사진이란 매체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화가도 있다.

시간의 층위를 기록하다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Pearblossom Hwy., 11-18th April 1986 #1, Photographic collage 119 × 163, J.Paul Getty Museum, Los Angeles ⓒ David Hockney

 

데이비드 호크니가 동시대를 대표하는 영국 최고의 아티스트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을까? 영국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에서 5월 29일까지 열리는 데이비드 호크니 회고전은 작가의 초기작부터 1980년대 제작한 포토콜라주, 최근 아이패드로 완성한 디지털 드로잉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반 세기에 걸쳐 발표한 작품을 총망라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문가의 호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전시로 보인다. 전시가 시작되자마자 세계 각국 언론에서 호의적인 리뷰를 쏟아내더니 전시가 채 끝나기도 훨씬 전인 4월 중순, 6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앙리 마티스 전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폴라로이드 SX-70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이용해 거대한 포토콜라주를 완성한 것은 1982년이다. 그는 자신의 회화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인간의 시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포토콜라주 작업에 매진했다. 그 후 작업 방식을 다양화하기 위해 폴라로이드 사진이 아닌, 펜탁스 110 리플렉스 카메라와 35mm 니콘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로 입체적인 포토콜라주를 완성했다. 그의 포토콜라주 작업은 2차원의 평면에 재현될 수밖에 없는 회화와 사진의 한계를 피카소의 입체파적 시각에서 재해석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그가 저명한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와 나눈 대화를 기록한 저서 <다시, 그림이다>(디자인하우스 펴냄)에서 “콜라주 자체는 드로잉의 한 형식이다.”라고 밝히며 사진이 회화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힘주어 말했다. 또한 그는 세상이 사진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사진의 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다양한 사진적 실험을 마친 1980년대 말부터 더 이상 사진 관련 작업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데이비드 호크니의 포토콜라주는 여전히 다양한 관점에서 재해석되며 후배 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Pearblossom Highway’를 포함한 다수의 사진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예술적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데이비드 호크니는 2009년 이후 아이패드를 활용한 디지털 드로잉 작업에 매진 중이다.

 

몽환적 풍경
사이 톰블리 Cy Twombly

Still Life, Black Mountain College, 1951, Impression à sec sur carton, 43,1 x 27,9 cm, Collection Fondazione Nicola Del Roscio

ⓒ Fondazione Nicola Del Roscio, courtesy Archives Nicola Del Roscio

Alessandro Twombly, 1965, Impression à sec sur carton,43,2 x 28 cm, Cy Twombly Foundation ⓒ Fondazione Nicola Del Roscio

 

2016년 11월 30일부터 2017년 4월 24일까지 프랑스 파리를 뜨겁게 달군 전시가 있었다.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사이 톰블리(Cy Twombly)의 회고전은 개인 컬렉터와 세계 각국 미술관에 흩어져 있는 작가의 대표작을 한 자리에 모으기 위해 퐁피두센터가 3년 넘게 공들여 준비한 전시다. 덕분에 회화, 조각, 사진 등 사이 톰블리의 예술 세계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 140여 점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연필과 크레용을 이용해 마치 어린아이가 낙서를 한 듯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 놓은 회화와 텍스트를 활용한 그래피티의 확장성을 보여준 그의 작품은 잭슨 폴록으로 대표되는 미국 추상 표현주의와 차별화된 독창적 작품으로 높이 평가 받아왔다.
사이 톰블리는 대학시절부터 핀홀 카메라와 폴라로이드를 이용해 사진을 찍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실험적인 교육 방식으로 수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블랙마운틴칼리지에서 사진가 아론 시스킨드(Aaron Siskind)를 만났고 그를 멘토 삼아 사진가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갔다. 그는 주로 꽃과 정물, 작업 중인 회화작품의 일부와 페인팅 도구, 잔잔한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무와 하늘 등 자신을 둘러싼 소소한 일상을 촬영했다. 주목할 점은 피사체가 무엇이든 간에 대상을 신비롭고도 몽환적인 분위기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모란디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유리병과 화병이 놓인 정물 시리즈는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뒤흔드는 듯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사진은 회화작품과 닮은 듯 다른 매력을 내뿜는다.
서정적이면서도 직관적인 추상 회화로 큰 사랑을 받아 온 사이 톰블리의 사진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0년대 들어 몇몇 갤러리가 전시를 기획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미국 가고시안 갤러리, 네덜란드의 포엠 뮤지엄 등의 주요 미술 기관에서 사진작품을 중심으로 한 개인전을 선보였다. 최근 들어서는 화가 사이 톰블리가 아닌 사진가 사이 톰블리의 진면목을 알아본 예술계 관계자들이 늘어나면서 더욱 활발하게 사진전이 열리는 추세다. 더불어 세계 각국의 출판사를 통해 다양한 사진집이 발간되고 있어 사이 톰블리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사물의 연속성에 대한 탐구
요제프 알베르스 Josef Albers

 Marli Heimann, All During an Hour March or April 1931/1932, Gelatin silver prints mounted to board, 29.7 x 41.8 cm,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Gift of The Josef and Anni Albers Foundation, 1988

Untitled (Bullfight, San Sebastian), 1929/1932, Gelatin silver prints mounted to board, 29.5 × 41.6 cm,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Acquired through the generosity of Jo Carole and Ronald S. Lauder, and Jon L. Stryker, 2015

 

예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이라면 요제프 알베르스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색채의 사각형이 미묘한 변화를 보이며 층을 이루는 회화 <정사각형에 대한 경의> 시리즈를 보는 순간 ‘아하!’하고 무릎을 칠지도 모르겠다. 요제프 알베르스는 형태 요소와 구도의 본질을 체계적으로 탐구한 저명한 화가다. 2016년 11월 2일부터 2017년 4월 2일까지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에서 열린 <One and one is four : The Bauhaus Photocollages of Josef Albers>전은 그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진가 요제프 알베르스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주로 활동한 그는 1925년 바우하우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1933년 나치에 의해 바우하우스가 문을 닫을 때까지 독일에 머무르며 작품 활동을 했다.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가 블랙마운틴컬리지와 예일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후학 양성에 힘썼고, 작품 활동 역시 활발히 했다.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된 그의 포토콜라주는 독일 바우하우스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시절인 1928년부터 1932년 사이 제작된 작품이 주를 이룬다. 그는 사진을 자신의 예술적 실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고 해석했다. ‘미술은 이성적으로 통제된 직관에 기초한다’는 자신의 예술 철학을 그대로 적용시킨 셈이다. 같은 인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을 연속적으로 배열하거나, 넓은 운동장을 부분적으로 촬영해 다시 하나의 화면 안에 짜맞추는 식으로 사물의 연속성을 시각적으로 탐구했다. 여러 개의 사진을 투박하게 이어 붙이거나 서로 다른 크기로 프린트해 한 화면 안에서 재조합한 이미지는 오늘날, 포토샵을 활용해 정교하게 완성한 포토콜라주와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일찍이 사진의 기록적 속성을 넘어 사진의 또 다른 가치에 주목한 점은 그의 사진이 재조명 받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뉴욕현대미술관 사진 큐레이터 사라 허만슨 마이스터(Sarah Hermanson Meister)는 “요제프 알베르스의 포토콜라주는 사진 매체에 혁혁한 기여를 한 작품이다.”라고 말하며 사진가로서의 요제프 알베르스를 높이 평가했다. 그가 사진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작가가 세상을 떠나고 10년 뒤인 1988년에 이르러서다. 당시 뉴욕현대미술관이 그가 남긴 사진 38점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The Photographs of Josef Albers>전을 기획했고, 그 후 요제프 알베르스가 완성한 포토콜라주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연구가 이루어졌다. 화가이자 디자이너, 교육자이자 사진가였던 요제프 알베르스의 포토콜라주가 담긴 작품집은 뉴욕현대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김민정 기자  2017-05-11 태그 데이비드 호크니, 사이 톰블리, 요제프 알베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