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ART

포토 스토리

회화를 오마주하다_카트리나 벨키나
19세기 후반 및 20세기 초반의 회화작품을 오마주함으로써 인간 본연의 감정을 시각화하고 있다.

타마라 렘피카의 회화를 오마주한 작품. For Lempicka, 90 x 130 cm, Archival Pigment Print, 2007

 

사진 속 모델의 눈빛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진 속 미장센(mise-en-scéne)은 과거 회화들과 비슷하지만, 눈빛만큼은 그림 속 주인공들과 다르다. 작가 스스로 그림 속 모델로 등장해 때로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때로는 팜므파탈처럼, 때로는 모든 것에 순응한 여인 처럼 묘한 눈빛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독특한 사진은 바로 러시아 출신 카트리나 벨키나(Katerina Belkina)의 작업이다. 어떤 회화작품을 오마주했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 눈빛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상상해보는 것도 작품을 보는 재미다.  


#잠재의식을 찾아서 사람들과 세상의 관계를 탐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간의 감정, 즉 기쁨과 슬픔, 무관심, 시기심 같은 추상적인 것을 시각화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낀다. 이를 통해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마음 깊이 내재된 잠재의식을 찾는다고나 할까.

 

#오마주 작품 선택기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회화작품들을 위주로 선택한다. 인상주의, 표현주의, 아르데코, 구성주의, 입체주의 등이 해당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 시기의 예술품을 좋아했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에드가 드가, 프리다 칼로, 구스타프 클림트, 타마라 렘피카 등 오마주한 작품들 모두 내가 어렸을 때부터 사랑해온 것들이다. 작품을 보면서 그 당시 작가들의 감정이 궁금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프리다 칼로의 회화를 오마주한 작품. For Kahlo White & Red, 90 x 63 cm, Diptych, Archival Pigment Print, 2007
 

#연극배우처럼 나의 얼굴과 몸을 캔버스로 사용한다. 작품 속 인물이 되어 카메라 앞에서 감정을 표출한다. 마치 관객 앞에서 집약된 감정을 배설하는 연극배우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내 작업을 단순한 셀프 포트레이트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

 

#사진가이자 모델이 된다는 것 사진가가 모델과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이다. 모델을 통해 사진가가 원하는 것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사진가와 모델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렇게 어려운 부분들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누드인 이유 가장이나 가식(Masquerade)을 벗어나 예술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았는지 추측해보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는 실제 삶에서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기억할 수 있는 범위에서, 다른 사람의 성격, 행동 등을 따라해 보고 싶었다. 집착이라고 해도 좋다. 작업 과정에서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따라할 때마다 황홀함을 느꼈다.

 

#작업과정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나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생각해본다. 그런 다음 스케치를 하고, 작업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상의를 한다. 이후 작품의 구성, 색상, 형태 등을 결정한 뒤 촬영에 들어간다. 사진을 찍고 나면 그 위에 그림을 그린다. 리터칭, 디지털 페인팅, 콜라주 등이 주된 작업이다. 여기에만 3~4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작업한다.

 

(좌) 에곤 실레의 회화를 오마주한 작품. For Schiele, 120 x 84 cm, Archival Pigment Print, 2007

(우)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회화를 오마주한 작품. For Modigliani, 120 x 84 cm, Archival Pigment Print, 2007

 

#페미니즘에 관하여 누군가 내 작업을 여성주의 관점(해방)에서 해석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여성의’, ‘여성 주의’라는 단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예술에 어떻게 성별이 있을 수 있나. ‘여성’이라는 사실 말고도 나에겐 남들과 구별할 수 있는 기준들이 100가지도 넘게 있다.

 

#영감을 얻는 것들 예술가들의 작품, 영화, 음악 등 다양한 것에서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오로지 이미지를 만드는 데만 큰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성찰’이다.

 

 #오마주의 또 다른 정의 존경, 숭배. 과거 예술가들의 천재성에 찬사를 보낸다는 의미다. 그들의 삶과 작품은 내게 스승이다. 예술가로서의 길을 찾게 해줬기 때문이다.
 

Katerina Belkina 러시아 출신 예술가로 현재 베를린에서 작업하고 있다. 인간의 감정, 두려움, 숨겨진 욕망 등을 시각화하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러시아 사마라 Photo School Michael Musorin을 졸업했다. www.belkina.ru
 

박이현 기자  2017-03-24 태그 잠재의식, 누드, 팜므파탈, 비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