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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스토리

기록된 기억의 조각_조용준
조용준은 어느 순간 그를 스치고 지나간, 특별한 감정들을 사진으로 박제했다.

사진가 조용준이 분위기가 확 달라진 사진과 함께 돌아왔다. 그의 지난 작업들은 날것의, 연출된, 파격적 등의 수식어가 어울린다. 하지만 이번 신작들은 순간의, 따뜻한, 특별한 등의 말과 잘 어우러진다. 조용준은 어느 순간 그를 스치고 지나간, 특별한 감정들을 사진으로 박제했다. 오로지 그만이 알고 있는, 기억의 조각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주문을 아로새겨서.
 

one day or someday #11(2013)

one day or someday #4(2012)

one day or someday #1(2012)

 

"자연의 모든 서정적인 것과 도시의 모든 활동적인 것 그리고 모든 의미적인 사건이 추방된 일상의 지극히 평범한 풍경, 어딜 봐도 푼크툼이 없는 밋밋한 중성 이미지, 그러나 그 ‘푼크툼의 부재’ 근처에서 어떤 강렬한 ‘폭로’가 드러난다. 그것은 바로 가능한의 무의미와 무상상력! 즉 무의미의 파토스를 위한 사진적 역설이다." - 이경률 사진비평가 

 

존재하고 있음에 대한 감사

2012년 카셀 도큐멘타가 열리고 있는 전시장 근처에서 기묘한 형태의 구름을 보았다. 그리고는 무엇인가에 이끌리듯 서둘러 카메라를 꺼내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낯선 외국에서 그보다 더 낯선 예술작품을 보다가 우연히 그 구름을 본 순간, 문득 내가 그곳에 있다는 것이 이상하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신이 만들어낸 조각품 같은 풍경을 본 뒤 느낀 숙연함도 잠시. 이내 이 세상에 머물 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언제 다시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내가 본 이미지로 인해 나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풍경사진의 단순함을 넘어
사람들은 풍경사진이 낭만적이라는 이유로, 또 그것이 가진 장식성 때문에 사진을 쉽게 바라보곤 한다. 한편, 사회적 풍경사진은 그 속에 숨겨진 맥락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차갑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대부분의 풍경사진은 오로지 자연에 대한 숭고함을 드러내고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사진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내가 보고 느낀 감정을 그저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았 으면 좋겠다. 그저 낭만적으로만 보이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느끼고 볼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나를 깨우는 사진 속 텍스트

이미지가 갖고 있는 위험성은 시각적 쾌락 탓에 존재를 쉽게 망각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사진을 촬영했던 장소의 지리적 정보를 사진 이미지 속에 삽입했다. 대부분의 풍경사진이 간단히 소비되는 이유는 눈에 보이는 형식성 때문에 감정이 표면적으로만 머물기 때문이다. 지리적 정보가 갖는 텍스트성은 기록성과 함께 이성적 자각을 가져온다. 이런 정보로 인해 낭만성을 갖고 일반화되어 버리기 쉬운 이미지들도 작가의 생각과 관점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동시에 보는 이도 주체적으로 이미지를 재해석하게 된다.
 

조용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현재 백석대 디자인영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상과 서사>(보다 갤러리, 2000), <삶의 시간, 시간의 얼굴>(토탈 미술관, 2001) 등의 그룹전과 <활기의 공간>(갤러리 썬앤문, 2003), <Change of Direction-Admiration 동경>(대안공간건 희, 2006) 등의 개인전에 참여했다. 지난 9월 갤러리 스페이스 옵트에서 5년 만에 개인전 <기억심상>을 개최했다.

박이현 기자  2016-10-10 태그 조용준, 백석대학교, 풍경사진, 텍스트